'별난' 김경욱을 만나다

디아스포라 이경옥 이야기④

2002년 간부 파업이 한창일 때 한 통의 팩스가 날아왔다. 조합 가입원서다. 조합에 가입하려는 이유가 구구절절이 쓰여 있었다. 이경옥은 이 글을 읽는 순간 ‘차기 위원장 될 사람이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 글의 주인공이 김경욱이다. 김경욱이 누군가를 까르푸 중동점 사람들에게 수소문했다.

  김경욱 전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참세상 자료사진

“김경욱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중동점에서 일하던 조합원이 기절을 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 사람 안 된다. 그 사람에 대해서 직원들이 좋지 않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김경욱이 과장인데, 이 과장이라는 사람이 전보발령을 받아 왔는데 어찌된 판인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나 파견사원만 챙긴다는 거예요. 정규직보다 더 약자인 비정규직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러니 정규직 사원들이 이러다가 큰 일 나는 것 아닌가, 잘못하면 정규직에게 돌아올 혜택이 비정규직이나 파견사원에게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조합에 가입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김경욱이 조합에 가입한다니까, 놀라 자빠지려고 하는 거예요.”

중동점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점장은 김경욱 과장에게 물갈이를 하라는 지시를 내린 거였다. 중동점은 까르푸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처음 문을 연 매장이다. 경영진은 “우중충하게 나이가 많은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준비하였다. 김경욱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구조조정을 막아보려고 한 거였다.

과장이 나서서 조합에 가입을 해야 한다고 ‘설치고’ 돌아다니니 경영진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중간 관리자들은 승진승급에 누락될까 노심초사하며 몸을 사리며, 상사의 지시에 꼬박꼬박 따르는데, 김경욱은 ‘별난 인물’에 속했다.

간부파업이 끝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부속합의서에 사용자 측의 요구안 중에 하나가 ‘김경욱은 위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넣자는 거였다고 하니, 김경욱의 활약상이 어떠했는지는 상상이 간다. 물론 이 황당한 경영진의 요구는 단체협약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 해 칠십일 간의 중동점 파업이 끝나고 치러진 위원장 보궐선거에서 김경욱은 ‘회사의 우려’처럼 위원장에 당선되었다.

  참세상 자료사진

2007년 홈에버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해고에 맞서 싸운 당당히 싸울 수 있었던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과장 시절과 마찬가지로 김경욱은 위원장이 되어서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비정규직을 조합에 가입시키려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

2005년 단체협약 갱신을 할 때 노동조합은 1년 넘게 회사 측과 싸워야 했고, 결국은 비정규직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8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들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명시할 수 있었다. 까르푸 노동조합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가입이 늘어났고, 이 힘은 까르푸가 이랜드로 넘어가면서 예고되었던 대량 해고에 맞설 수 있었던 힘이 되었다. 이랜드로 넘어가기 직전 정규직 조합원과 비정규직 조합원 수가 반반을 차지 할 수 있었다. 처음 간부파업을 할 때 다섯 손가락으로도 꼽지 못했던 조합의 힘이 어느새 조합원 천 명이 넘는 노동조합으로 발전하였다.

이 힘에 이랜드 그룹은 굴복하였다. 노동조합을 ‘사탄’으로 여긴 이랜드 그룹은 까르푸 인수로 유통업체의 공룡으로 도약하려했던 꿈을 버리고 홈플러스에 홈에버를 팔수밖에 없었다.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거리에 쫓겨날 뻔했던 홈에버 비정규직들은 고용이 보장되어 2008년 11월 소중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다.

  참세상 자료사진

까르푸에서 이랜드로, 그리고 이제는 홈플러스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노동조합과 함께 자신의 일터를 지킬 수 있었다. 그것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아름다운 사랑과 연대’의 힘으로. 그 뒷면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조합 간부들의 ‘아름다운 희생’이 있었지만.

이경옥은 이 시간의 중심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 그리고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시간을 이경옥과 함께 한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선명히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계속)
덧붙이는 말

오도엽 작가는 구술기록작가로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의 구술기록작업을 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목소리를 찾고 있습니다. 기록하고 세상에 널리 알려야 될 일이 있는 분은 참세상이나 메일(odol@jinbo.net)로 연락을 하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갑니다.

태그

비정규직 , 이랜드 , 까르푸 , 김경욱 , 홈에버 , 이경옥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오도엽(작가)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덧글 작성

참세상은 현행 공직선거법 82조에 의거한 인터넷 선거실명제에 반대합니다. 이는 독자와 활발하게 만나고 토론하여 여론의 다양성을 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인터넷 언론의 사명을 거스르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8월 23일 정보통신법상 인터넷실명제에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선거 시기에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 등에 여전히 실명확인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참세상은 실명확인시스템 설치를 거부할 것입니다. 제 19대 대선 운동기간(2017.04.17~05.08)중에 진보네트워크센터(http://www.jinbo.net)에서 제공하는 덧글 게시판을 제공합니다. 아래 비실명 덧글 쓰기를 통해 의견을 남겨주시거나, 아래 소셜계정(트위터,페이스북 등)으로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덧글 목록
  • 밥교대

    18개월이상 고용보장 단협은.. 난생처음? 총파업을 앞두었던 2006년 3월말경이지유? 작가선생님이 이렇게 써놓시니 짠해지니 거시기해지는 이 밤임다.
    고맙슴다.

  • 좀 실망이 큼

    상암동 다녀왔다. 기분 정말 나쁘다. 연대해달라고 하던때 기억이 아나시는지. 이제 자기들은 마무리 되었단 의미인가? 별것도 아닌 일에 이런 기분이 들게 만드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내 마트. 당신들이 열심히 투쟁할 때, 누가 옆에서 함께 해 주었는지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 밥교대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연대하지 않습니다.

    이런 기사나 댓글에도 초긴장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단결'하고 '연대'하는 것입니다.

  • 진짜 실망이다

    동지들의 투쟁에 연대를 하면서 무엇을 바라고 했던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진정으로 연대를 한 것이 아니라 당신 마음 한 구석에 뭔가 다른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 하루

    저도 웹툰 보고 왔지요~~~ 참세상 자주 찾아올께요~

  • 감사함

    '송곳'보고 들렀습니다.

    현실에 이런 분이 실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 우어어어

    민주주의에서는 이런분이 위인입니다. 존경합니다.

  • 오오..

    존경스럽습니다.끝까지싸워주셔서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날 이렇게까지 왔습니다. 잊지않겠습니다.

  • 잊지말자

    이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 그 때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우리 할머니, 어머니 생각나요 이런일들당했을까 지금에도 이런대 예전에는 어떻게살았을까..

  • 성균관대

    송곳보고 왔습니다 ㅎㅎ 이런 분들이 세상에 더 많아져야 할것같은데... 그렇지만도 않은 세상이 안타깝네요 ^^

  • 시작

    이런분들덕에 쓰레기가 가득한 세상속에서도..
    희망이 있는거겠죠.

  • 송곳

    저도 송곳 포탈 타고 왔습니다.. 아 노무사가 되어볼까

  • 잘보고갑니다

    송곳보고 기사보게되었어요. 정말 그 용기가 부럽고 스스로가 반성하게됩니다.

  • 정미진

    회사의 강압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뒤에서 욕만 했는데.. 저도 회사를 상대로 대항할 수 있다는걸 알게 됐어요. 대한민국의 한 회사의 근로자로서 부당한 대우에 대해 맞서겠습니다. 물론 먼저 노동법에 대해 잘 알아봐야 겠지만요..

  • 존경스럽습니다

    이런분이 우리 주위에 실제해야만 우리의 미래가 밝다

  • 김형호

    안녕하세요 전 김경욱친구입니다
    현재 그친구는 너무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마음속 깊이 우리 친구를 응원해주세요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