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치료제 '거품 빼기' 또 실패

복지부 '글리벡' 약가 14% 인하... "실제 인하율은 3.72%"

정부가 '고가약' 논란이 계속돼 온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약가를 14%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정작 1년 전 약가조정신청을 낸 환자·보건의료단체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실제 약가 인하율은 3.72%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는 8일 약제급여조정위원회(조정위)를 열어 100mg 한정 당 2만3천44원인 글리벡 약가를 14% 내린 1만9천818원으로 직권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복지부는 "2차 대체약제인 '스프라이셀'과의 경제성평가 결과와 한-EFTA 관세 인하 분, 환자본인부담금 경감분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단체들은 9일 "올해 12월부터 환자본인부담금이 5%로 줄어들어 약가 인하 요인이 발생하고, 한-EFTA로 인한 관세 인하율이 5.28%"라며 "이는 시민사회단체의 약가인하 조정신청이 없었더라도 당연히 인하되었을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인하율 14%'에서 본인부담금과 관세 인하율을 제외하면 실제 인하율은 3.72%에 불과하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BMS사의 '스프라이셀' 대비 글리벡의 적정 가격에 대해서도 "현행 가격에서 20.4%는 인하되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점은 노바티스 사와 협상을 진행한 보험공단 측도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단체들은 "2001년부터 지금까지 글리벡 가격에 대한 논쟁은 한국 약가제도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글리벡 가격을 바로잡고자 했으나 조정위는 모든 약가인하 조정사유들을 묵살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바티스 사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필수의약품의 공급 여부를 무기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며 "제약사들이 환자 생명을 볼모로 협상에 나서는 것에 대해 정부의 강력하고도 단호한 입장과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