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부재

[이수호의 잠행詩간](18)

사흘이나 소식이 끊겼다
그 가느다란 길이
산 중턱까지는
끊어질 듯 이어지다가
안개 한 번 나무 허리를 휘감고
내 몸마저 숨기더니
어디론가 사라지고
갑자기 바람 불어 지척이 흔들리고
천지가 아득해졌다
그럴 땐 움직이지 말아요
그냥 웅크리고 계셔요
저 가문비나무 자작나무를 보아요
서로 엉켜 몸 부비고 같이 흔들리면서
그렇게 버티잖아요
내 속에서 너는 속삭이지만
나는 불안하다
너의 부재는
나의 실존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따뜻한 계곡 물소리 그립다
햇살은
저 비바람 뒤에서 빛나고 있을까?

*힘들 때일수록 한 사람이 그립다. 요즘이 그런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