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에서 자금성을 생각한다

[이수호의 잠행詩간](40)

새도 밤이 되면 잠들고 싶다
목이 긴 새 한 마리
지친 날개를 끌고 을숙도로 숨어들어
쉴 곳을 찾는다
수 천 수 만 마리 함께 있지만
더욱 외롭다
새는 갈대숲에 들고
완강한 갈대숲 갯벌을 움켜쥐고
밤새 밀물과 싸우고 있다
제가 왜 이리도 흔들리는지 모르겠어요
잊으려, 잊으려 해도
파도처럼 밀어만 닥치니
어쩌나요
차라리 암흑 동굴 속에
스스로 갇혀버리고 말까 봐요
너는 두려워하고 있다
왜 두려워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두려워하고 있다
을숙도에 다시 아침이 와
새들이 날아오를 때까지
나와 너는 어둠 속의 존재여야 한다
자금성에 스스로 유폐된 어느 나라와
비운의 왕조처럼
눈물은 을숙도에서도 빛난다

* 여의도가 요동치고 있다. 철새처럼 날아온 노동자들 웅크리고 잠을 청한다. 잠 대신 평택 쌍용이 자꾸 보인다. 맑은 아침을 만드는 힘들이다. 같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꿈 한 자락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