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 ‘대한민국 인권상’ 거부 선언

“인권 무자격자가 수여하는 상 받을 이유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매년 수여하는 인권상을 시민사회단체들이 거부하고 나섰다. 전국 45개 인권.사회단체들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자격 문제 등을 들어 '2009년 대한민국 인권상'의 후보 추천과 수상을 거부한다고 20일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우리 사회의 인권 향상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인권단체 및 개인의 열정과 노력을 기리고 이를 통해 인권 존중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자" 매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 행사일에 포상하고 있으며 오늘까지 후보를 추천받는다.

그러나 이 상의 추천과 수상을 거부한 단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인권상'을 수여할 자격이 있느냐"고 물으며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현병철 위원장은 취임시부터 '인권 문외한'으로 지목돼 인권단체들의 항의를 줄곧 받았으며 취임 이후에도 "국가보안법을 유지하는 것이 소신", "인권위 조직 축소엔 이유가 있다",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 등의 발언으로 '무자격' 논란을 빚고 있다.

인권상의 후보 선정은 지난해에도 논란거리였다. 이정이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대표가 인권상 국민훈장 최종 추천자로 선정됐지만 행정안전부가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 행안부는 보수언론과 단체들이 이정이 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 등을 한 것을 두고 '친북세력', '반미주의자'라고 몰아붙이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이같이 결정했었다.

인권단체들은 이를 두고 "정권의 코드를 맞추기 위한 상으로 전락했다"고 우려하며 아울러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의 '인권상'을 정부가 무력화시키고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45개 인권.사회단체들은 용산참사 사건, 인터넷 검열과 집회시위 자유의 억압, 언론 장악, 이주노동자 '인간사냥',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장애인 억압 등 한국의 인권 현실을 거론하며 "역행하고 있는 한국의 인권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인권위가 제 구실을 할 수 없는 실정에 형언할 수 없이 암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후 '2009년 대한민국 인권상' 거부선언에 동참하는 단체를 더 늘리겠다며 "현병철 씨가 국가인권위원장직에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권상'을 거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2009년 대한민국 인권상' 거부 선언 단체

(사)대구여성의전화, (사)대구여성회,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경계를넘어, 경산(경북)이주노동자센터, 광주인권운동센터,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대구장애인연맹,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노동자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새사회연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들', 인권실천시민행동,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장애인지역공동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 ,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학벌없는사회광주모임(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인권행동, 한국평화통일시민연대
(10월 20일 현재 전국 45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