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식 노사정대표자 회의면 하지 마라”

양대노총 재계와 정부에 진정성 있는 태도부터 요구

내년 시행예정인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문제를 놓고 노사정 대표자들이 29일 여의도 노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만났다. 대표자 회의에는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임태희 노동부 장관,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수영 경총 회장, 김대모 노사정위위원장이 참가했다. 지난 2006년부터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해 왔던 민주노총이 이번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가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날 노사정대표자들은 한 시간 반여 동안 회의를 통해 “우리나라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하여 내년 시행 예정인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관련 현안 해결이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합리적 해법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회의결과를 발표했다.

대표자 회의는 일단 11월 25일까지 논의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 필요하다면 노사정 합의로 연장할 수 있다. 또 실무협의회를 운영하고 노사정위원회가 간사와 사무국 역할을 담당하기로 했다. 논의 의제는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문제에 집중하고 기타 의제는 추후 필요시 노사정 간 논의를 거쳐 검토하기로 했다. 1차 실무협의회는 11월 5일(목) 노사정위원회에서 연다.

그러나 이런 회의결과에도 대표자 회의가 최종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일단 노동부는 임태희 장관이 여러 번 밝힌 ‘노사 간에 합의를 한다 해도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에 대해선 현재까지 바꾸지 않았다. 노동부는 일단 이번 6자 회의를 법안 시행을 전제로 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회의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대변인은 “아직 (전제를 깨는) 그런 것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아예 법안 폐기를 전제로 논의를 끌어가자고 제시했다. 게다가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총리 참석을 요구했던 것은 노동기본권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 제기했는데 그 취지가 살려진다면 총리 참석요구를 접기로 했다”면서도 “그러나 공무원 노조와 전교조 등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면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대화참여는 유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도 노동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대화의 접점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대노총 위원장 사진촬영 시간에도 굳은 표정

이날 회의는 양노총 위원장들의 굳은 표정에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회의장에 들어올 때부터 굳은 표정이던 두 위원장은 회의에 앞선 사진촬영 시간에도 미소 한 번 보이지 않았다. 기자들이 ‘말씀 좀 나누시죠’라며 다른 표정을 요구했지만 두 위원장은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이 문제를 두고 총파업 까지 선언한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을 하는 동안 아랫입술을 꽉 물며 눈빛 한번 변하지 않았다. 장석춘 위원장은 “노사정위에서 이런 논의를 진작 했어야 하는데 민주노총도 빠져 있고 정부의 노사정위에 대한 인식자체가 문제가 있어 논의가 안 됐다”면서 “늦게나마 만났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 정부가 그저 보여주기 식의 의미 없는 회의를 할 것이 아니다”고 정부를 몰아붙였다.

장 위원장은 “이 정부 들어서 공기업이나 노동운동을 보는 시각에 큰 문제가 있다”면서 “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공공부문 등 하나하나 풀어가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석춘 위원장은 “어제까지 노동부가 자기 입장을 견지했기에 우리도 우리의 입장을 버릴 용의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부가 주장해 왔던 시행 전제 입장을 반박하면서 말을 뗐다. 임성규 위원장은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은 민자당이 13년 전 12월 26일 새벽에 날치기 한 법으로 당연히 폐지 됐어야 하는 법이 여태 살아있는 것은 역사적인 아이러니”라며 “사용자와 정부는 항상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데 민자당이 날치기 한 법이니 없애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자”고 날을 세웠다.

임 위원장은 임태희 장관에게도 날을 세웠다. 임성규 위원장은 “지난 12일 취임 후 처음 임 장관을 만났다. 화날 일이 많았지만 대화로 문제를 풀고 진정성을 가지고 지금도 기대를 해보고 싶다”면서 “그런데 만나고 돌아서 버리자 공무원노조 설립 신고증을 반려해 매우 유감스럽다. 노동부 장관이 아직 노동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국장 몇은 잘라야 한다”고 노동부를 비난했다. 임 위원장은 정부와 사용자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임성규 위원장은 “앞에선 법과 원칙을 얘기하고 뒤로는 노조탄압과 단체협상 일방해지를 하거나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노사정이 합리적인 고민을 함께 하고 대화와 소통의 의지를 갖는다면 만사형통이겠지만 낮과 밤의 태도가 달라진다면 이번 회담의 대전제에 여전히 의구심이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재계와 정부 대표는 합리적인 대화와 양보로 합의에 이르자고 당부했다. 임태희 장관은 “이 자리가 또 대결의 자리가 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의견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장관은 “임성규 위원장이 날치기 법이라고 표현 하신 것은 마음고생을 표현한 것으로 본다”면서 “이 법은 여야합의로 97년 만든 법이니 합리적인 대화로 박수 칠 수 있는 모습을 보이자”고 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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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 , 한국노총 , 복수노조 , 노사정대표자회의 , 민주노총 , 노동부 , 임태희 , 전임자임금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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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이봐

    아니, 노사정 회의 들어가면 뭐하냐?

    경총회장, 노동부장관, 대한상의 회장, 노사정 위원장

    이렇게 4명이 한통속인데 민주노총, 한국노총 둘이 멀 할수 있어? 더군다나 한국노총이 뒤통수 안때린다는 보장도 없고

  • 거참

    기왕 욕먹는김에 왕창 싸잡아서 욕잡숴보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