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설립 반려할 법적 근거 없다

"노조대표자 변경신고 반려는 심사제도라 위헌"

노동부의 건설노조 대표자 변경신고 반려가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위헌소지 논란까지 일고 있다. 노동부의 건설노조 관련 반려 압박으로 건설노조는 28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총파업 상경 투쟁을 벌인다.

이번 논란은 건설노조 뿐만 아니라 노동법률단체까지 확산되고 있다. 27일 오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가 노조설립 신고제도를 악용하여 노동3권을 근거 없이 제한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로 인해 건설현장에서 10여 년 간 형성된 노사관계가 밑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헌법이나 노조법엔 노조설립을 자유로이 설립할 수 있는 노동3권을 갖는다고 되어 있고 ILO(국제노동기구) 규약에도 자유로운 결사자유의 권리가 있다”면서 “종속적 지위에서 단결권을 갖는 것은 국가 승인권한이 아닌 노동자의 인권 문제로, 국제적 기준이다. 노조설립 심사는 국가의 부당한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설립신고 제도를 통해 건설노조, 운수노조, 공무원 노조의 자격을 심사하는 것은 국제규약에 반하고 헌법이 보장한 자주적 단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권영국 위원장은 “설립신고 반려는 신고제도를 심사제도로 하는 것이라 위헌소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노조 대표자 변경신고 반려도 도마에 올랐다. 권영국 위원장은 “이미 노조가 합법적으로 설립됐고 설립신고필증이 교부된 후에 문제가 있다고 설립취소 조치를 노동부가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대표자 변경은 신고하도록 되어 있고 신고를 안 하면 과태료를 내게 되어 있지만 대표자 변경 신고 반려에 대한 법률 규정이 없다. 법적인 근거 없이 노동부가 반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율시정명령 후에도 노동쟁의 절차 받아

문제는 노조설립신고필증이 나온 이후엔 반려 절차 규정이 없다는데 있다. 권영국 위원장은 “이미 확립된 법률을 개정해야 반려할 수 있는 문제”라며 “반려와 같은 노동조합 권리제한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 그런데 법에 명시 되지 않은 일을 하면 파장이 클 것을 우려해 노동부가 잽을 넣어 본 것”이라고 비난했다. 건설노조가 현재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하면 되지만 근거가 없어 반려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날 건설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부가 올 2월 노조 대표자변경신고를 반려한 후에도 현 김금철 위원장을 대표로 한 건설노조가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44개 업체를 상대로 노동쟁의조정신청을 하고 노사합의로 조정안을 수락한 사례(2010조정1.전북/2010.2.8)가 있다. 또 2008년 말 자율시정명령을 내린 이후에도 건설노조는 12건의 노동쟁의조정 절차를 받았다. 신고필증 반려 압박을 해 놓은 상태인데도 정부가 합법 노조로서 법적지위를 인정한 셈이다.

이렇게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대표자 변경 신고서를 안 받는 이유를 두고 권영국 위원장은 “단체교섭에 대표자가 들어가면 위원장이 아니라고 거부하면서 부당노동행위를 피할 수 있게 해주려는 의도”라며 “사용자의 교섭거부는 부당노동행위 인데 교섭거부를 합법으로 인정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ILO(국제노동기구)도 행정당국이 자의적으로 해산을 못하게 하고 있어 노조를 부인하는 대표자 변경신고 반려는 국제기준에도 반한다고 덧붙였다.

노동부가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레미콘 노동자들은 10년 전에 전국건설운송노조를 만들어 설립신고필증을 받았다. 또 건설노조가 4년 전에 신고필증을 받았을 때도 레미콘노동자와 덤프노동자가 조합원에 있었다. 이때도 정부는 노조법상 지위를 인정했다. 국토부도 건설노조를 대화파트너로 인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08년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에 건설노조가 추천한 사람이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고, 건설현장 이주노동자 쿼터 문제 등 건설노동자의 고용관련 자문위원들이 건설노조의 의견을 반영한 적도 있다.

정부는 2008년 말부터 이들이 자영인이나 지입차주라는 이유로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에서 제외시키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에서 맺은 단체협약은 사업자와 사업자 사이의 영업계약이 아니다. 근로시간과 임금, 산업안전, 산재문제 등이 담겨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근로자 단체의 협약과 동일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김금철 건설노조 위원장은 “건설 기계노동자들은 출근 시간 명령을 받고, 어디서 어디로 가라는 작업지시 명령을 받는다. 심지어 땅을 팔 때는 땅이 잘 파지는 곳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을 정도로 종속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김금철 위원장은 “건설노조가 무너지면 건설현장은 불법다단계가 판치고 비자금 등 비리의 온상이 된다”며 “국토부는 건설현장을 올바르게 만들자고 하는데 노조가 현장에서 건설자본을 견제하지 않는다면 국토부가 아무리 나서도 안 바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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