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국의 레일을 달릴 순 없다

[인터뷰] 단협 만료 한 달 앞둔 김정한 철도노조 중앙쟁대위 위원장

  철도노조 김정한 중앙쟁대위 위원장
철도노조가 파국을 막기 위한 레일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절박한 심정으로 최장기간의 파업에 나서야 했던 단체협약(단협)의 쟁점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마지막까지 대화를 이어 갈 예정이다. 그런데도 철도 역사상 최장기간 파업에 따라온 대량징계와 해고가 주는 압박 뒤에는 또 노사 파국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은 노조가 최후 수단을 염두에 두고 합법적인 쟁의 절차를 밟자 “파업을 하면 정부에 조기 민영화를 건의하겠다”는 담화문을 냈다. 철도노동자들은 들끓었다. 공기업 사장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협박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공공부문 노동조합으로써 갈 길은 간다는 입장이다.

모든 노조가 그렇겠지만 단체협약은 철도노동자의 목숨 줄이다. 작년 철도공사가 단체협약 만료를 선언하고 나서 5개월여가 지났다. 단협 효력 만료일인 5월 24일까지 한 달여가 남은 상황에서 철도노사는 단협을 갱신하기 위해 치열한 교섭을 진행중이다. 철도노사는 지난 27일도 오후부터 밤 11시까지 본교섭과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의견차이만 확인했다.

“철도 단협은 64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일방적으로 해지하면 고용과 임금조건 등 모든 것들이 다 흔들립니다. 노동조건 관련사항은 유지된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은 사규 등을 일방적으로 개정해가면서 단체협약이 해지되기 때문에 인사, 후생복지 조건이나 근로조건 같은 부분마저도 대단히 후퇴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김정한 철도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장은 지난해 파업이나 올해 파업 모두 정치 투쟁이나 사회적 투쟁 목표가 아닌 단체협약 상 근로조건과 관련된 문제인데도 공사는 무조건 정해놓은 기준에 노조가 맞추라고만 한다고 비난했다.

작년부터 이어진 철도 노사 핵심쟁점은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 근무조건 등이다. 공사는 근무체계를 더욱 유연화해서 다양한 근무형태 도입으로 인력과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철도노동자는 작년에 9% 정도 실질적인 임금이 하락했다. 이 상태에서 성과적 연봉제나 임금피크제가 무리하게 도입되면 고용자체가 흔들린다는 것이 노조 입장이다. 이런 임금, 근로조건 하락의 끝엔 경춘선 분사화와 같은 민영화 전략이 도사리고 있다.

김정한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회사 운영의 한 축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전반적인 소통 통로가 막혔다”면서 “공사가 일방적으로 노조의 희생을 강조하며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이선에서 노동조합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타결도 없고, 단협은 해지하겠다고 압박하고 겁을 주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새로운 단체협약과 근로조건을 적용시키려고 한다”고 협상이 안 풀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도 노조는 파국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김정한 위원장은 “대화를 통해 좁혀지는 분위기가 있다면 유연하게 대처해 최대한 원만히 타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단협 실효기간까지도 답이 없다면 파업을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투쟁을 못한다면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참세상>은 지난 26일(월) 철도노조 사무실에서 구속된 김기태 위원장에 이어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정한 철도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철도노사관계의 쟁점이 복잡해 인터뷰 전체를 꼼꼼히 실었다.


[인터뷰 전문]

허준영 사장의 철도는 국민 상대 돈벌이 수단

[참세상] 철도란 뭔가 먼저 이런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이 만드는 철도는 어떤 철도라고 보십니까?

정부나 허준영 사장이 만들려는 철도는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이익창출로 사회적 공기(公器)보다는 회사 경영마인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고 국가기간망인 철도 공공성을 무시하면서 경쟁체제를 강화하고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국민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공기업의 몸집을 줄인다는 명분 속에 최종목표는 민영화로 갈 것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정책은 민영화로 가기위한 종국적인 수순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참세상] 노조가 만들고자하는 철도는 어떤 철도고 민영화가 왜 나쁩니까?

정부나 국민들이 판단할 때도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 누적적자 등 그런 측면에서 볼 때는 어느 정도 공기업도 환골탈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는 것 같은데요. 공기업은 사기업처럼 무분별한 경쟁 도입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역할보다는 국민의 편에서 국민과 가장 밀접한 국민의 기본생활에서 포기할 수 없는 역할을 합니다. 누구나 국민이라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요금 같은 것입니다. 공기업이 국민에 사랑받을 조건은 국민을 상대로 이윤을 창출하고 경영효율화를 하면서 사회적일자리나 축소하는 이런 방향은 아니라는 겁니다. 사회공공성에도 부합되어야하고 한편으론 국민의 주머니를 가볍게 해주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또 양질의 일자리로 청년 실업문제에 공기업이라도 솔선수범을 해야 합니다.

작년 파업 쟁점 하나도 해결 된 게 없다

[참세상] 파업얘기가 계속 나오는데요. 작년 파업으로 사상최대의 징계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도 또 파업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한마디로 미완의 파업이기 때문입니다. 철도노동자들은 사상 최대의 최장기간 동안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지극히 평화적인 파업을 전개했는데도 파업돌입 이유가 해결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평화적 파업이 불법으로 매도되고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나서면서 헌법에 보장된 권리가 부정됐습니다. 전문성과 철도 연관성이 없는 사장은 자기 출신의 한계를 버리지 못하고 대량 해고만 일삼았지 파업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성찰하거나 진단하는 마무리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근로조건 사수 등은 생존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철도노동자는 작년 9%나 실질적인 임금이 인하됐는데 성과적 연봉제나 임금 피크제가 무리하게 도입되면 고용자체가 흔들립니다. 저흰 정치적 사회적 투쟁 목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노동조건을 지켜내고 단체협약을 성실히 체결하라는 요구였습니다. 그런 것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투쟁목표는 임단협 체결, 민주노조사수입니다.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이 날로 강도를 더해가고 그 정중앙에서 철도노조도 집중 탄압을 받고 있지만 파업이 불가피 하다면 파업을 통해서라도 미완의 해결과제 완성 시켜야 하는 엄중한 현실입니다.

[참세상] 5월 24일이 단체협약 만료일입니다. 단협이 해지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됩니까?

단체협약이 노동관계 기본법이나 근로기준법보다 우선해서 그 법테두리 내에서 노사간 자율적으로 임금, 고용조건, 고용, 후생 복지, 인사 모든 부분에 걸쳐 있어서 규정됩니다. 단체협약의 효력에 따라 노동조건이 유지되고 고용, 임금조건도 규정됩니다. 단협이란 말 그대로 노사 간에, 또는 회사 전체 모든 것을 아우르며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들에게는 근로조건과 후생복지를 유지하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64년 된 단협, 일방 해지하면 고용과 임금 조건 다 흔들려

철도 단협은 64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일방적으로 해지하면 고용과 임금조건 등 모든 것들이 다 흔들립니다. 노동조건 관련사항은 유지된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은 사규 등을 일방적으로 개정해가면서 단체협약이 해지되기 때문에 인사, 후생복지 조건이나 근로조건 같은 부분마저도 대단히 후퇴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철도 같은 변형근로사업장의 근로시간 등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노동조합 활동 관련해서는 기존 단협에서 보장한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이나 사무실 제공의 의무를 공사가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노조사무실을 빼앗기고 길거리로 쫓겨 날 것이고 정상적인 노조활동이 불가능해져 이도 조합원의 근로조건 후퇴로 이어질 상황입니다.

[참세상] 변형근로사업장을 언급하셨는데 단협이 변형근로에 미치는 효과가 어떤 게 있나요?

철도는 24시간 기차가 움직이기 때문에 근무형태가 다양합니다. 현장에서 몸으로 일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은 일근 근무를 못하고 교대제와 교번근무를 하게 됩니다.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하지만 노사 간에 단체협약으로 근무조건과 관련해서 더 자세하게 규정을 지어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3조 2교대로 전환했는데 철도는 100년 역사에서 기존엔 하루 근무하고 하루 비번인 24시간 맞교대 였습니다. 이런 것들을 공사로 전환하면서 노사합의로 근무체계를 3조 2교대로 TF를 구성해 시범운영하고 전환했습니다. 그 만큼 근무조건이 좋아졌는데 공사는 단협 갱신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더 변형적인 5조 2교대나 야간시간대를 확대 한다던가 하는 일의 과다에 따라 더욱더 변형을 확대하는 의도로 노조에 양보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교대근무자가 일근근무자에 비해 수명단축이 온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변형근로가 유지되는 기반은 노동자 건강권의 침해에 있습니다. 자기목숨을 담보로 한 일의 특수성에 맞추다 보니 노동자의 양보를 기본으로 해서 유지되는 근로 형탠데 이걸 더 양보 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다시 노사 TF를 꾸려 시범운영을 하고 시간을 가지고 진행하자는데 공사는 당장 7월 1일부터 하자고 떼를 쓰고 있습니다.

변형근로 사업장이라 단협 해지되면 근로기준법대로

[참세상] 단협 효력이 만료되면 이 조항은 어떻게 됩니까?

앞에선 교대근무자 위주로 설명해드렸는데 교번근무자는 월 단위 탄력근로라고 해서 한 달 동안에 개인별 근무표에 의해서 돌아갑니다. 가령 저녁 12시, 새벽 4시, 오후에도 출근하는 방식인데 훨씬 변형적인 근무형태 입니다. 철도 노사 단협은 노조가 일정 양보를 통해 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하는데 이번에 단협이 해지되면 근로기준법에 근거해서 오히려 노동조합이 더 강화해서 적용시켜 갈 것입니다.

지금은 근로기준법보다 후퇴해서 노사 합의로 단협에 근거를 두고 좀 더 희생적인 근무체계를 가져가고 있는데, 공사가 정 비타협적으로 나오고 자기들 입장만 들고 나온다면 3개월 단위로 확장해서 예측 가능한 근무기간을 늘리고 안정적으로 갈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노사 간에 합의를 해서 운영되어야 하는 건데 회사 쪽은 우리가 이런 의도를 비쳤더니 자기들이 불리한 부분인 걸 알고 기존 근무체계, 특히 교번 관련해서는 합의를 하자고 합니다. 단협이 해지 된다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수준으로 후퇴가 되는 거죠. 근로기준법 정도로만 적용된다 해도 오히려 근무 체계에 있어서는 변형 사업장은 그게 이익입니다. 물론 단순히 그렇게만 볼 수 있는 조건은 아니지만 노동자의 변형근로는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양보를 통해 얻어지는 회사의 반사적 이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차는 24시간, 야간에도 레일 위를 달리는데

[참세상] 공사는 이 부분이 부담스럽겠군요?

교번근무자의 월 단위 탄력근로 이 부분은 공사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지만 그 외의 부분은 노동강도 강화와 비용절감 측면에서 접근하면서 시간외근로나 야간근로로 발생하는 수당 등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가려합니다. 회사 경영권에 걸친 사항이라면서 일방적으로 공사가 밀고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교대근무자를 일근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장구조조정의 일환인데 그런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09시 출근 18시 퇴근 형태로 간다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공사입장에서는 임금이 줄어듭니다. 이 근무 시간에만 업무를 배치하면서 여타 시간인 야간에는 안전정비나 이런 것들을 무시하면서 오로지 비용절감과 인력축소가 됩니다. 이렇게 교대자를 일근화 시키면서 인력축소효과가 생기는 측면만 본다는 겁니다.

[참세상] 안전은 좀 무시하고 간다는 건가요?

그렇죠. 기차는 24시간 야간에도 운행되는데요. 어제도 기차를 타고 올라오는데 응급환자가 생겼다는 차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의사가 타고 계시면 몇 호실로 와달라는 내용이었는데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 그런 방송마저 할 사람이 없게 되는 겁니다. 기차는 계속 레일 위를 달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기차는 계속 움직이는데 사람이 없으면 응급환자 등에 체계적인 대응이나 고지가 안 됩니다. 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시민안전과 건강도 위협이 됩니다.

노동조합 활동도 소속장에게 승인 받고 하라니

[참세상] 임금·단체협상이 안 풀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핵심쟁점은 뭔가요?

사실 철도공사와 같은 공기업은 공사 사장이 혼자 결정할 수 없는 구조가 좀 있습니다. 나랏돈으로 운영된다는 태생적 실체 때문에 예를 들면 가스공사, 발전, 노동연구원등 거의 모든 사업장들이 단협이 해지되었고 자체 단협을 진행해도 사측이 성실교섭에 임하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이 회사 운영의 한 축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전반적인 소통 통로가 막혔습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노동조합의 희생을 강조합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여기까지 이선에서 노동조합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타결도 없고 단협은 해지하겠다고 압박하고 겁을 줘 자기들 입맛에 맞는 새로운 단체협약과 근로조건을 적용시키려고 합니다.

실제 작년에 주요하게 들고 나온 것이 성과적 연봉제와 정년연장 없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근무체계를 더욱 유연화해서 다양한 근무형태 도입으로 인력과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철도에는 가슴 아픈 과거가 있는데 비연고지 전출 금지라는 내부 단협 조항이 있습니다. 이중징계 방지 조항인데 과거 노조활동 관련해서 징계를 당하고 비연고지로 전출되면서 조합원이 정신압박을 받고 무너져가는 가정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가슴 아픈 과거가 있는데 공사가 이 조항도 없애자고 나왔습니다.

전반적으로 우리는 근로조건 문제라고 보는데 저쪽은 일방적으로 경영권, 인사권에 관한 사항이라고 다 빼겠다는 조항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인사권이 아니라 우리 노동조건, 고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합리적으로 하자고 하고 있습니다. 회사 쪽은 노동조합 활동도 지부장이 소속장에게 승인을 받고 하라는 무리한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내일도 교섭이 있지만 최대한 인내를 가지고 어떤 부분은 오히려 노동조합이 전향적으로 검토하는데도 저 쪽에선 아직 자기들이 규격에 짠 침대를 제작해놓고 거기에 무조건 맞추라고 압박하는 현실입니다.

[참세상] 지난해 8일 파업으로도 단협체결을 못한데다, 정부의 전 방위적인 압박과 또 대량징계가 예상되는 데요. 파업이 가능할까요?

작년에 사측이 64년간 유지된 단협을 해지하면서 노조를 파업으로 몰고 간 측면이 있습니다. 전 조합원들이 그렇게 오래 파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에 올해도 3차 투쟁 배수진을 쳤습니다. 일단 임단협 쟁취가 1차 목표입니다.

또 철도노동자의 자존심이 걸린 상황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했는데도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매도되고 몰리면서 900명이 넘는 직위해제와 200명 해고, 11,000명 전 파업 참가 조합원 징계, 이를 빌미로 한 여전한 파업참가 조합원들한테는 승진시험 응시자격 박탈, 자녀들에게 철도 장학금 지급원천 봉쇄 등의 일이 현장에서 비이성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철도노조를 오판하지 말아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먼 훗날 평가받을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서라도 민주노조의 정신을 지키고 철도노동자의 결기를 보여야 합니다. 노동조합을 배척할 대상이나 손 봐줘야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성실한 대화 주체로 인식하도록 그런 힘을 노동조합이 가져가야 한다는 내부 조직적 목표가 있습니다. 그런 두 측면에서 투쟁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허준영 사장, 전문성 결여에 자기 뜻 관철 안 되니 노조만 협박.
민영화 운운은 자기 한계 보여준 것


[참세상] 허준영 사장이 파업하면 조기 민영화를 공식요청 하겠다 했는데요.

공기업 사장이라는 사람이 한마디로 본분을 망각한 겁니다. 말 그대로 공기업은 공기업의 정체성이 있는데, 회사의 이익보다는 사회적·국민적 이익에 부합해야 합니다. 그런데 허준영 사장이 낙하산 인사다 보니까 전반적인 경영에도 전문성이 결여 되어 있고,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동반자적인 파트너 의식도 결여돼 있습니다. 자기 뜻대로 관철되는 것은 없고 능력에 한계는 있고 하니까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이 노조협박 밖에 없습니다. 철도노동자가 과거 민영화를 저지해온 사회적 역사가 있는데 이런 것을 깡그리 무시한데다 노조와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나 대안보다는 민영화 협박을 통해 굴종을 강조하는 이런 작태는 자질이 의심스럽습니다. 민영화를 운운한다는 것은 이 사람의 자질도 의심스럽거니와 자기 능력의 한계를 보여 준 것입니다. 성실하게 철도 노사관계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보다는 ‘내 말을 안 들으면 국가가 시키는 대로 하는 그런 역할만 하겠다’는 한계를 보여준 것입니다. 특히 허준영 사장은 극우보수지와 시시때때로 인터뷰를 하면서 철도노동자들을 자극하는데, 그건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참세상] 어떻습니까? 이번 파업 많이 힘들 것으로 예상도 되는데 준비가 어떻게 되고 있고, 징계도 많이 받아 조합원 부담도 많을 텐데 현장 상황은요?

현장이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법의 판단도 나오기 전에 공사는 정부를 등에 업고 탄압만 일관해 힘들어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장의 담화문을 접하는 조합원 마음속은 사장에 대한 공감보다는 공분이 더 쌓이고 아이러니컬하게 그것이 일정한 동력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사장이 너무 일방적인데다 진정으로 철도 운영이나 경영을 생각하지 않고 폐쇄적인 기업관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힘든 건 사실이지만 사장이 진정 파국을 원하면 감히 정해진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끝까지 인내할 것입니다. 우리도 파국으로 가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해결할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조가 할 수 있는 최대 인내는 하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공사가 파국을 원하고 태도변화가 없다면 책임은 공사가 져야 할 것입니다.

[참세상] 파업이후 직무대행을 맡아 어떤 부분에 중심을 두고 활동을 하셨는가?

저도 김기태 위원장님과 같이 구속되어 있었습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선 구속됐는데 이례적으로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습니다. 그건 사회적으로 철도파업의 정당성이 확인된 일례라고 봅니다. 또 한편 법 집행기관들도 파국을 막고 책임 있게 대화로 해결하라는 메시지도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파업이후 대량징계·해고와 100억 손해배상을 당하면서 해고자 구호문제, 조합비 압박문제 등 산적과제가 대단히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어려움을 같이 책임지겠다며 단결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는 현장을 조직하고 파업할 수 있는 힘을 추스르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참세상] 경춘선 분사화가 핵심 쟁점 떠오르고 있습니다. 분사화의 영향과 파급효과는?

분사화는 사실상 분리민영화입니다. 당연히 철도노동자의 고용문제입니다. 거기에 시민안전과 서비스 질 저하와도 직결이 됩니다. 영국이 철도민영화로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고 유지보수업무를 분리하면서 비용절감만 하다 대형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경춘선도 그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우리 고용문제이지만 철도라는 종합운영체계 특성상 시민안전으로 바로 직결됩니다.

[참세상] 위원장께서는 철도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는가?

철도는 굉장히 친환경적이고 타 교통분야와의 경쟁성을 놓고 봐도 대단히 효율적인 교통매체 입니다. 가령 철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 등을 통해 유럽까지 수출물품을 이동한다면 기간도 1/2단축되고 비용도 단축됩니다. 효율과 환경적 측면에서 장점을 가진 사회적 공기입니다. 그것들은 회사 경영적 마인드만 가지고 민영화가 되면 불가능하게 됩니다. 철도가 지리적 역동성을 보면 대단히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는데 토건자본의 국가개발 측면에서 박정희 정권 때부터 소외되어온 측면이 있습니다. 철도의 운행거리를 높이고 철도산업을 성장 시킨다면 철도산업 자체가 대단한 사회적 이익을 실현 시킬 수 있습니다. 민영화보다 철도 공공성이 유지될 때 국민이 더 저렴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민영화 돼서 비용논리와 경쟁이 도입되면 국민의 주머니 부담은 커지고 최악엔 우리나라 주요대도시 중심부를 관통하는 철도가 외국자본에 넘어가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철도 노사는 양질의 일자리와 환경문제 등 여러 장점이 많은 산업인 철도를 보호 할 의무가 있습니다.

[참세상] 투쟁계획은 어떻습니까?

일단 최대한 파국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철도 공사의 의중이 어떻든 성실한 교섭과 대화를 할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노력해보겠지만 작년 같은 상황이 또 온다면 철도노동자들은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교섭 일정 등을 탄력적으로 고려하면서 투쟁일정을 논의해 갈 겁니다. 5월 24일이 단협 만료일인데 그 이전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원래 오늘(26일)부터 실질적인 투쟁 분위기를 끌어올려 30일 총파업 총력투쟁으로 임단협을 체결하고 민주노조를 사수한다는 계획 이었지만, 좀 더 대화를 통해 좁혀지는 분위기가 있다면 유연하게 최대한 원만히 타결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효기간까지도 답이 없다면 그건 우리가 투쟁을 원한게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투쟁을 못한다면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