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칼테러에 무차별 폭력, 불법파견 노동자들 짐승같은 시간

불법파견 노동자들 정규직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간다

2003년 3월 19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 업체인 세화산업에 근무하는 송성훈씨가 월차를 사용하기 위해 휴가원을 제출하자 이 회사 임 모 과장이 휴가원 철회를 요구했다. 이 와중에 멱살잡이가 벌어졌고 송성훈 씨는 뒤로 넘어져 타박상을 입었다. 이후 송씨는 진단서를 떼기 위해 인근 병원으로 갔고, 이 소식을 들은 임 과장이 폭력배로 추정되는 신원미상의 청년 2명과 송씨가 입원해 있는 입원실로 찾아와 송씨에게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흉기로 아킬레스건을 두 차례나 찔렀다. 이 사건으로 송씨는 아킬레스건 60% 이상이 손상돼 전치 22주의 진단을 받았다.

7년 전 식칼테러를 당했던 송성훈 씨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지회장으로 2010년 7월 26일 금속노조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날 기자회견은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 사내하청이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하자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즉시 정규직화 하라’는 기자회견이었다.

  7년전 식칼테러를 당했던 송성훈 현대차 아산 비정규직지회장.(사진 가운데) [출처: 신동준(금속노조 편집부장)]

기자회견에서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한국의 사내하청은 일의 완성이 전혀 없이 인력 투입만을 따른 도급료를 재지급하는 방식으로 단순 노무만 제공하는 도급방식은 도급이 아닌 불법파견임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권두법 변호사는 “이번판결의 법적효과는 제조업에서 2년 이상 된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정규직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제기가 가능해 지고 본인이 정규직으로 간주된 시점부터는 동종 유사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이 지급되어야 하고 임금차액의 임금체불 집단소송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대법 판결을 계기로 길게는 수년간 불법파견 투쟁을 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새로운 투쟁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장 앞줄엔 박유기 금속노조위원장과 담당 변호사 등이 앉았고 뒷 줄엔 송성훈 현대차 아산 비정규직 지회장, 이백윤 동희오토 지회장, 이상수 현대차 울산 비정규 지회장 등이 섰다. 불법파견의 대명사가 된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도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금속노조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03년부터 불법파견 투쟁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 식칼 아킬레스건 테러 등을 시작으로 현대차 아산공장, 울산공장, 전주공장에서 잇따라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이런 사내하청 노조결성은 2005년 기아자동차, 2007년 GM대우자동차, 2009년 쌍용자동차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만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1백 명이 넘는 비정규직 조합원이 해고됐다. 또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조합 간부들은 원청의 고소고발로 인해 장기간 구속과 수배, 수 억원의 손해배상 가압류로 고통받아왔다.

특히 사내하청 노동조합은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과 고통 속에서 때론 죽음으로 맞섰고 회사의 폭력에 목숨을 건 투쟁으로 버텨왔다. 2003년 송성훈 지회장의 식칼테러에 이어, 2004년 2월 14일엔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치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고 박일수 열사가 분신 자결했다. 박일수 열사의 분신을 현대중공업 노조가 외면하자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 노조를 제명했다. 2005년 9월 4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사내하청 조합원으로 노조 활동에 적극 참여해 업체 관계자들의 횡포와 왕따에 시달리던 고 류기혁 열사의 자결도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륭전자 노동자들도 2005년부터 용역들의 폭력과 경찰특공대 투입 등의 폭력에 시달렸다. 기륭전자 노동자들도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 공장점거, 고공농성, 목숨을 건 단식투쟁, 국회점거 등 안해 본 투쟁이 없지만 여전히 원직복직은 되지 않았다.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10여일이 넘게 노숙농성을 벌이며 경찰의 폭력 연행과 용역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 역시 온갖 폭력에 시달려 왔다. 동희오토는 2005년 8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를 만들자 조합원이 많이 소속돼 있던 업체를 통채로 폐업하고 50여 명의 노동자들을 쫓아냈다. 조합원들이 남아있던 또 다른 업체도 2007년 말에 폐업했다. 2009년엔 동희오토 사내하청 해고자복직을 요구하는 해고자들을 원청관리자와 경비들이 집단폭행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번 판결을 두고 송성훈 현대차 아산 비정규지회장은 “이번 계기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원청과의 교섭에 명분이 생겼고 불법을 저지르지 말고 사내하청을 사용하지 말라는 요구가 가능해졌다. 정당한 교섭을 통해 미조직 노동자 조직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송성훈 지회장은 “반면 2년 미만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해고 될 수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백윤 동희오토 사내하청 지회장은 “판결문을 읽었는데 정규직 노동자와 혼재되어 일한다는 조항만 빼고 나머지가 동희오토 현실과 다른 게 전혀 없었다”며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 원청에 의해 하달된 작업지시서, 단순반복적인 업무, 휴게 노동시간 원청 관리, 일일 생산량과 월단위 생산량 기아차 조절 등 17개 사내협력업체는 단순 인력파견과 노무관리만 담당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백윤 지회장은 “판결문에 나와 있는 제반 내용이 동희오토에 그대로 적용된다. 늦게나마 이런 판결이 나와 다행스럽다. 이후 법적 투쟁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백기성 쌍용차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도 “7년간 일하는 동안 사장은 3번, 업체는 2번, 부서는 3번 이동했다”며 “2008년에 비정규직들이 더 이상 해고되지 않고, 폐업으로 사장이 바뀌는 상황에 항의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지만 교섭요청에 한차례도 응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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