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해야 대법 ‘불법파견’ 판결 지킨다

금속 비정규직 투쟁본부, 원청사용자성인정-파견확대저지로

지난 22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이 위장도급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내자 금속노조와 파견노동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하반기 정부가 파견업종 확대를 위한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파견확대저지 투쟁과 더불어 대법 판결을 통해 대대적인 비정규직 조직화 계획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금속노조 비정규직 투쟁본부는 29일 양재동 현대기아차 그룹 본사 앞에서 ‘원청사용자성 인정, 파견확대 저지를 위한 촛불 문화제’를 열고 본격적인 불법파견 투쟁을 예고했다. 금속노조 비정규 투쟁본부는 올해 원청사용자성 인정과 파견법 확대를 막고 파견법을 철폐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날 문화제에 참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하지 않고선 사용자들이 대법원 판결 내용을 순순히 이행하리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은 판결일 뿐 실제 정규직화와 임금 차액분 쟁취를 위해선 전면적인 투쟁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이 2년 이상 근속자와 2년 미만자를 분리해 판결한 것을 두고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내부를 갈라치기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모든 불법 파견 노동자 전원 정규직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비정규직 투쟁본부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은 “파견노동자들은 대법판결의 구멍을 우리가 직접 막아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이미 불법을 저질렀는데도 2년 이상 경과해야 정규직이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불법이면 고용시점부터 직접 고용 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다. 일부만 구제하는 2년 기준을 깨야한다”고 이후 투쟁 방향을 설명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이어 “하반기는 파견확대를 막는 투쟁으로 가야한다”며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내부를 갈라치기 위해 2년 미만자를 대량해고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강하게 투쟁해야 이 판결을 지킬 수 있다. 직접교섭과 집단소송, 파견 확대 저지, 2년 미만자 고용보장 세 축으로 투쟁을 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벌써부터 현대 자본이 비정규직에게 장난질을 친다는 소식이 있다. 아무리 법으로 이겨도 우리가 투쟁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며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2년 미만 파견노동자도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갈 것이다. 8월과 9월에 전체 비정규직이 함께 투쟁으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법판정을 받은 그 순간부터 정규직화 해야”

비정규직 투쟁본부는 지난 13일부터 29일까지 17일간 비정규 실천행동주간을 설정하고 행동 주간 마지막인 이날 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문화제에 참가한 김주원 동희오토 사내하청 조합원은 “08년 3월 18일에 동희오토에 입사해 도장반에서 일했다. 워낙 노동강도가 심하고 저임금이라 하루 일하거나, 두 시간 만 일하고 도망가는 일이 많아 동희오토는 입사가 살인이었다. 11개월 때 소장이 해고 통지서를 갖다 줬다. 그대로 해고 될 수 없어 회사 설비에 쇠사슬을 묶고 버티다 경비대에 사지가 붙들려 봉고차에 실려 후문에 버려졌다. 동희오토 비정규직은 삶의 희망이 없다. 많은 노동자가 하루 13시간 동안 공장에 있다가 퇴근 후 잠깐 게임하고 잔다. 결혼도 없고 비전도 없다. 이왕 동희오토로 엉망진창 된 인생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가볼까 한다. 그러다 희망이 보이겠지 하면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종희 기륭전자 조합원은 “기륭의 한 조합원은 파견업체가 어딘지도 모르고 가산디지털 단지에서 봉고차에 실려와 면접을 보고 일을 했다. 대법은 2년 넘는 사람을 직접고용으로 간주한다고 했는데 기륭은 2년 넘는 사람이 없다. 무얼 훔친 도둑이 벌금을 냈다고 훔친 물건을 안돌려 줬는데 도둑질이 아닌가. 불법 판정을 받은 그 순간부터 사업주는 처벌을 받고 정규직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수 GM대우 조합원은 대법판결 소식을 듣고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년간 투쟁하면서 마음은 당연히 원청이 사용자가 맞다고 피켓도 들고 발언도 했지만 매번 법원에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요구하면 기각당하고 패소당했다. 그러다보니 때론 원청 사용자성 인정 요구를 포기하자는 마음도 생겼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판결로 원청 사용자성 요구만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꿨다. 자본은 비정규직을 확대하기 위해 하반기에 파견법을 더 확대하려고 할 것이다. 비록 대법이 떡고물을 던져주진 했지만 굳이 안 먹을 필요는 없다. 그걸로 정규직을 쟁취하고 비정규직도 조직화하자. 법원은 2년을 기준으로 했는데 한 공장에서 같이 일한 모두가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정규직이 될 려고 노조 만든게 아니라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파견을 철폐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 정몽구와 담판을 내서 비정규직을 없애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