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공간 달랬더니 선풍기 달아준다는 서울대병원

병원 로비 사진전과 기자회견 막고, 노조 대화는 회피

  3.3제곱미터도 안되는 휴게공간 퍼포먼스

  기자회견 내내 서울대변원 관계자들은 로비 밖으로 나가서 하라며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우리는 유령인간이라고 불립니다. 우리는 인간성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7월 20일 실태조사 기자회견이 끝나고 서울대병원이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직원식당을 이용하라고 하는데 이용할 여건만 됐어도 이러지 않습니다. 우리는 돈이 없어 도시락을 쌀 수밖에 없습니다. 직원식당을 이용해 봤더니 직원은 돈을 주고 식권을 사는데 우리는 거기에서 도시락을 가지고 먹습니다. 우리가 직원이라 직원식당에서 먹으라는 것입니까? 우리가 직원이 맞습니까? 직원에게 이렇게 대하는 게 맞는 일입니까?

병원은 우리를 인정하겠답니다. 그런데 우리 기자회견을 막는 것이 우릴 인정하는 것입니까? 우리를 인정하는 것은 우리와 대화를 해야 인정하는 것입니다. 노사간 문제를 대화로 풀자는데 우리를 은폐하고 감춘다고 됩니까? 우리는 아프면 아프다고,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을 요구합니다.

우리도 존엄성이 있는 인간이고 대접받고 싶은 사람입니다. 도와주십시요. 관심을 가져주십시요. 힘없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었습니다 여러분. 직장을 다닌다고 일터로 나올 때 내가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지 내 자식들은 모릅니다. 이 환경이 드러날 때마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지만 지금은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 노동력을 통해 내 가정에 보탬이 되고 자식에게 보탬이 된다는 하나만으로 만족하면서 당당하게 여러분께 말합니다. 환자 보호자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걸레자루를 잡았다고, 무조건 짓밟힌다고 권리를 주장하지 말라는 법이 민주국가에 있습니까?"- 이영분(서울대 병원 청소노동자)-


  기자회견을 막는 병원 관계자.

  병원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방해하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이 휴게공간과 식비지급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유치한 행동을 보였다. 4일 오전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이 서울대병원 본관 로비에서 사진전과 기자회견을 열자 병원의 여러 관계자들이 나와 기자회견을 방해하고 기자회견 중 ‘노조가 사실을 왜곡한다. 직원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된다’ 등의 소리를 질렀다. 또 일부 직원들이 캠페인단 관계자를 끌어내려고 해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좁은 휴게공간에서 일한다는 내용의 포퍼먼스를 하다 실태고발을 하던 청소노동자 이영분 공공노조 의료연대서울지역지부 민들레분회장은 끝내 ‘우리를 사람으로 인정한다면 우리와 대화를 하라’고 호소하다 끝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울대변원의 과도한 대응은 지난 28일에도 있었다. 서울대병원은 본관 로비에서 진행하려던 사진전과 선전전을 경비를 동원해 저지했다. 문제는 이런 물리적인 제지 외에도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왜곡한다는데 있다.

켐페인단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22일 오전 직원식당을 이용해 청소노동자들이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게 지시했다. 그러나 직원식당은 비좁았고 도시락을 싸온 노동자들은 눈치가 보였다. 또 서울대병원이 넓어 직원식당을 이용하기엔 휴식시간을 버리고 이동 시간이 너무 많았다. 한마디로 편하게 밥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달라는 요구를 직원식당 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눈가리기식 대응은 휴게공간 확장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기존 좁은 휴게공간에 ‘선풍기를 달아주겠다. 바닥을 깔아주겠다’는 등의 제안으로 그쳤다. 노조는 근본적인 휴게공간 마련 등을 위해 노동조합과 공식적인 대화를 하자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의 이런 태도는 얼마 전 청소노동자들과 노사협상에 이른 고려대병원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명석 공공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장은 “고려대병원은 휴게실 확장공사를 하기로 약속하고 휴게실 옷장을 목재로 바꿨다. 또 아침식사도 제공하기로 했다”며 “심지어 감염 위험이 있으면 검사비용도 병원이 전액 부담키로 했다”고 고대병원과 비교했다.


류남미 공공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은 “지난 27일 서울대병원장이 ‘청소노동자 문제 가슴이 아프다. 할 수 있는 한 해보겠다’고 말한 것은 결국 청소노동자에게 관심을 갖고 있으니 입 다물고 가만이 있으면 적선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적선을 원치 않는다 권리를 원한다”고 병원을 비난했다.

이날 캠페인단은 “진정 서울대병원이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노동조합과 대화부터 하라”며 “병원의 태도는 무엇이든 해주면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지 왜 서울대병원 명성에 먹칠을 하느냐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캠페인단은 “서울대병원이 청소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원청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하라”며 “생활임금, 휴게공간, 노동안전 보장, 근무복 세탁”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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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노동운동기자

    참 황당합니다.
    복리후생을 못 할 망정 선풍기 먹고 떨어지라니 참 서울대병원 자본가들은 웃기는 족속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