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러시아 가서 천안함 보고서 내용 조정 의심”

최문순, “천안함 여러 모순 때문에 주변 강국에 계속 끌려 다닐 것”

최문순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이 9일부터 11일까지 러시아 방문을 두고 천안함 관련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국내의 러시아와의 천안함 보고서 관련 보도내용을 두고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국민들은 정치적인 타협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문순 의원은 9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러시아와 천안함을 두고) 정치적인 타협이라고 하는 것은 러시아에 뭔가 내줄 것이다. 그리고 천안함을 무마할 것이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의심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며 “이번 방문이 예정에 없었던 방문이고 올해 외국 순방 일정에 없었던 방문이라는 것이 하나의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또 다른 정황으로 국방부 최종 보고서 발표 시기 조정도 제시했다. 최문순 의원은 “최근에 국방부가 최종 보고서를 본래 내일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 보고서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것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며 “월요일로 발표를 연기한다고 하는데 대통령께서 돌아온 이후에 발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런 일들이 정부 스스로 의혹을 자초하고 신뢰를 허무는 또 하나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문순 의원은 “러시아 조사단을 초청한 것이 우리 정부고 국제적인 공인, 공정성, 투명성 이런 것을 확보하겠다고 해서 국제 조사단을 편성을 했고 그것도 모자라 별도의 조사단을 러시아에서 따로 불러들인 것”이라며 “정부가 자초한 일이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전부)공개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결국 이 대통령이 러시아에 가서 뭔가 러시아 측과 협상을 하고, 내용 조정을 한 뒤에 우리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9∼11일 '야로슬라블 세계정책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고, 10일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양국 정상회담를 연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10월과 11월에 이미 잡혀 있어 굳이 9월에 중요하지 않은 포럼에 참가하는 것은 러시아의 천안함 보고서와 관련한 방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오는 10월 벨기에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회의 동안 한·러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일부 러시아 언론은 이 자리에서 천안함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문순 의원은 러시아 정부와 한국 정부 모두에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 최 의원은 “우리 정부는 러시아 보고서를 받은 것인지, 받을 예정인지 이미 미국과 중국에는 줬다는 얘기도 있고. 국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있다. 이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러시아도 조사단이 파견된 것이 5월 31일인데 늦어도 7월에 발표가 됐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발표가 없다. 저는 이러한 문제가 원초적으로 러시아 조사단을 초청한 우리 정부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 사안이 우리 영토에서 일어난 일이고, 우리 영토 주권, 정보 주권에 관한 일인데 그 주권을 외국에 내주고 오히려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분통이 터지는 일이고 규탄할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최 의원은 꽃놀이패 론을 주장했다. 최문순 의원은 “말하자면 러시아로서는 이 문제가 꽃놀이패다. 그리고 러시아뿐만 아니라 주변 4강이 전부 이 상황을 즐긴다고 본다”며 “왜냐하면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주장은 상당히 강한 반면에, 그 증거가 박약하고 여러 가지 모순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외교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니까 우리가 약자의 입장에 있고 계속해서 뭔가 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아쉬운 입장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외교가 이것 때문에 엉망이 되었고, 국익을 손상당하고 자주성을 훼손당하는 입장이 됐다”며 “어제 이란 제재에 우리가 동참하는 것도 국가적으로도 손해이고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는 것도 천안함 하고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한미 FTA 협상이라든가 이런 점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보고서 내용은 지금까지 거의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다만 한겨레가 단독으로 요약본을 보도했다. 이 요약본 내용의 핵심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공격 당한 것이 아니라 기뢰폭발이 추정된다는 것으로 천안함 스크류에 그물이 걸리면서 그물에 오래 전 기뢰가 딸려와 폭발이 일어났다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