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통추 불안한 출발

“이정희 반쪽만 수용”...독자파 설득 쉽지 않을 듯

국민참여당의 참여문제로 논란을 빚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새통추)’가 27일 출범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새통추가 극적으로 출범했지만 진보신당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진보신당 일각에선 이정희 대표의 전격 수용과 당원 총투표 제안을 두고 반쪽만 수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또 다른 패권주의를 연상하는 당원도 있다.

  새통추 출범 기자회견을 끝낸 후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왼쪽)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포옹을 하고 있다.

새통추로 통합진보정당 물꼬는 텄지만

새통추 구성을 위한 대표자들은 이날 오후 2시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는 5.31최종합의문에 따라 새통추를 구성한다”며 새통추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새통추는 이날 오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지난 22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의 ‘9월 25일 통합진보정당 창당대회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조승수 대표의 제안은 국민참여당 문제를 합의하지 못해도 9월 25일에 우선 양당이 통합하자는 것이었다. 이정희 대표는 이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합의에 이르는 방식을 놓고는 진성당원제와 직접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해결 방법을 덧붙였다.

이정희 대표의 전격 수용 발표 직후 대표자들의 박수와 함께 새통추는 구체적인 합의문 작성에 들어가 4시간여 만에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라 새통추는 정당의 수임기구를 포함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세력과 개인들로 광범위하게 구성된다. 또 5.31최종합의문에 서명한 단체 및 정당은 새통추에 당연 가입된다.

새통추는 또 정당(수임기구)간 협상을 중심으로 당 운영 방안 등 ‘부속합의서2’와 당명, 강령, 당헌, 당규, 재정(안)을 마련하게 된다. 정당(수임기관)간 2차 협상을 통해 신속히 잠정합의를 도출하고, 미타결 쟁점사항 조정 등을 포함한 정치적 합의는 의사결정기구에서 최종 타결하기로 했다.

이 같은 새통추 출범으로 통합진보정당의 물꼬가 트였지만 진보신당 독자파들은 민주노동당이 내부 사정이 복잡해지자 오히려 진보신당으로 결단의 공을 던지기 위해 반쪽짜리 수용을 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부결 부담스럽지만 진보신당 당대회 통과는 쉽지는 않을 것”

새통추가 전격 출범하면서 민중운동 단체들의 진보통합정당 출범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전농, 여성연대, 청년단체 등 대표들은 민중의 열망이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더 폭넓은 진보를 강조했다. 참여당의 참여를 두고 “폭넓은 진보”라는 표현이 나왔던 터라 받아들이기에 따라 참여당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정희 대표와 조승수 대표도 참여당 참여 여부를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지를 놓고 여전히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조승수 대표는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정희 대표가 참여당 관련 논의 방식에 대해 ‘진성당원제에 기초한 직접민주주의의 방식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아직 진보신당의 입장과 일치되지 않는 게 있다”며 “이미 양당 사무총장간 만남에서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당원총투표 방식을 말한 바 있고 우리는 이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확인했다. 조 대표는 이견을 확인 하면서도 “이 문제가 당통합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양당이 대승적으로 정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정희 대표도 이견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정희 대표는 “첫 번째 문턱에서 남은 이견이 하나 있지만, 진지하게 서로 논의를 해나가기로 했다”며 “9월 안에 이견을 해소하자고 제안을 드렸고, 그에 대해서 조승수 대표께서 동의의 뜻을 표하셨다. 그 이견 해소의 방법으로 저희는 당원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진성당원제의 원칙에 기초해서 저희의 결정방식을 내일 의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승수 대표가 제안한 9월 25일 무조건 양당 합당에 이정희 대표가 화답은 했지만, 이견 해소 방식으로 진보신당이 반대했던 당원총투표를 내걸었기 때문에 진보신당 내에선 절반의 수용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진보신당은 지난 협상 과정에서 당원총투표를 통해서 참여당 문제를 결론내서는 안 되고 대의기구에서 결정하자고 했다”며 “민노당은 절반만 전격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참여당 문제를 당원 총투표로 결정할 경우 당원이 훨씬 많은 민주노동당의 입장대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대의기구에서 결정하게 되면 ‘진보대통합 연석회의 5.31 합의정신’에 따라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구성비가 동등해지면서 민주노동당의 일방적인 패권적 결정을 막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이정희 대표의 전격 수용은 진보신당 독자파들에게 공을 던진 셈”이라며 “민노당이 패권문제, 민주주의, 참여당 문제 모두 양보했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진보신당이 통합을 부결시켰을 때 당이 쪼개질 가능성이 크고, 통합파들도 탈당하는 데 큰 부담이 없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새통추 출범 기자회견을 끝내고 대표자들이 손을 잡았다.

이정희 대표 당원총투표 제안, 패권주의 연상시켜

이런 우려에도 진보신당 독자파들이 합의안을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독자파로 알려진 김준수 진보신당 성북당협 위원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민노당이 내부 정리가 안 되자 우리에게 공을 던졌지만 합의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수 위원장은 이정희 대표의 전격 수용을 두고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정희 대표가 참여당 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은 환영할만하나 참여당 문제는 정치노선에 관한 문제이고 진보정치의 전략 관련 문제”라며 “전략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지 않은 채 형식논리로 접근하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참여당 문제는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민주연립정부에 포함되어가는 과정의 전략이냐 진보세력이 독자적인 자기 길로 가는 것이냐의 노선 차이라고 보는 것이다. 김준수 위원장은 “참여당을 통해 민주연립정부를 건설하고 그 지분과 성과를 가져가려는 것은 민중운동의 전반적인 우경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두 번째 문제점으로 당원총투표를 통한 해결방식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형식적인 합당 이후 당원총투표는 다수가 소수를 굴복시키겠다는 얘기”라며 “화학적 결합이 아닌 물리적 결합을 1차로 완료 하고 다수가 소수를 누르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이정희 대표가 제안한 당원총투표를 통한 해결방식에서 분당의 원인이 됐던 민주노동당 당권파의 패권주의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김준수 위원장은 합의안 부결시 독자파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많은 고민이 되지만 대중주체화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힘이 들더라도 어려운 길을 가야하는 상황이 오지 않겠느냐”며 “독자파 내부 논의를 해봐야 하지만 지금은 (합의안 가결에) 비판적이다. 지금 어려워도 향후 또 다른 그림을 그려나갈 수도 있다”고 고민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