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3만여 명은 여의도 광장에서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행사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과 한국노총 공공연맹은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에게 결의대회에 참가할 것과 이 자리에서 요구조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청했다.
요청을 받고 참가한 대선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였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영상 메시지로 인사를 대신했다.
▲ 지나 31일,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문재인, 연대사에서 공공부문 요구안 적극 수용
“조합원들, 문 후보 노력했다는 느낌 받아”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 그간 노조에서 문제제기해 왔던 공공부문 민영화, 사회공공성 강화, 정부의 일방적 예산편성지침과 경영평가제도, 대정부 교섭, 공공부문 비정규직, 신규채용 확대, 해고자 원직복직 등 구체적인 사안들을 언급했다.
문 후보는 연대사에서 “지난 5년 동안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은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공공부문의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공기업의 공공성은 철저히 외면한 채 무리한 민영화 정책만을 추진해 왔다”며 “낙하산 인사, 공공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영평가제도, 예산편성지침으로 공공기관을 권력의 입맛에 맞게 운영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섯 가지 약속을 드린다”며 △공공기관의 민주적 운영 강화와 노동계의 실질적 참여 보장 △공공기관 민영화 전면 재검토 △국제기준에 준하는 공공기관 노사관계 구축 △부당해고 노동자 원직복직 △공공기관 비정규직 축소 △공공기관 정원규정 합리적 재조정, 정규직 신규채용 확대 등을 약속했다.
행사 이후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를 중심으로 문 후보의 대회사에 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은 “문재인 후보가 연대사를 통해 이야기한 것은, 그동안 연맹이 수년간에 걸쳐 끊임없이 요구했던 것들”이라며 “회의자료, 선전자료 등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알려온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조합원들 역시 문 후보가 많이 노력했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역시 연대사를 통해 공공부문 민영화, 예산편성지침, 경영평가제도 등을 언급했지만 반응은 사뭇 달랐다. 이 위원장은 “심상정, 이정희 후보는 포괄적으로 원칙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조합원들에게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제시한 문 후보의 연대사가 귀에 더 익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선캠프, 노동계 끌어갈까...고민 깊어진 노동계
▲ 지난 10월 20일, 공무원노조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반면 대선 유력후보가 공공부문 노동자 총궐기대회의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노조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 정책실장은 “문 후보는 노조의 요구안을 연대사에 구체적으로 담아냈고, 내용이 좋았다”며 “하지만 간부 중심의 결의대회가 유력 후보를 중심으로 한 ‘대선 후보판’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민주노총의 정치방침과 대선방침이 부재한 상황에서, 특정 후보 캠프가 산하 조직에 ‘지지선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 산별연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민주노총 전, 현직 인사들이 문재인, 안철수 캠프로 옮겨가면서 야권과 노동계의 거리감도 좁혀진 상황이다.
실제로 문재인 캠프로 짐을 싼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소속 산별연맹 산하 조직에 ‘지지선언’을 요구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해당 산별연맹은 이 문제를 놓고 다음 주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의 경우, 원칙적으로 대선에서 각 정당과의 정책협약은 피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둘러싼 내부 이견도 존재한다.
이상무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 야당 후보들과의 정책협약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정책협약을 추진할 경우 과거 민주노총 전현직 인사들이 대선캠프로 옮겨간 것을 용인, 정당화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정책질의를 중심으로 대선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준형 정책실장은 “일부에서는 만약 야권단일화가 됐을 경우, 정책협약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어 내부적인 고민이 있다”며 “후보들에게 대선요구안 답변을 받는 형식 역시 후보 띄워주기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어 적절히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