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공작’으로 망가진 현장, 후속조치 전무

‘제2노조 직권취소’ 못하나...대전노동청 점거 농성

회사와 노무법인, 고용노동부까지 동원된 ‘창조게이트’ 사태로 현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노동부는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주도한 창조컨설팅에 책임을 물어, 등록 취소 조치를 취했지만 정작 망가진 현장 복원을 위한 어떤 후속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창조컨설팅과 노조파괴를 공모하며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회사 측과, ‘시나리오’에 따라 설립된 기업노조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전무한 상황이다. 때문에 민주노총 충남, 충북본부와 금속노조 충남, 충북지부 임원들은 27일 오전,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농성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출처: 민주노총 충북본부]

‘창조컨설팅’ 꼬리자르기 이후, 후속조치 전무

유성기업을 비롯한 보쉬전장, 콘티넨탈 등은 작년과 올해 연이어 노조 와해 작업이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충청권에 위치한 사업장으로, 유성과 보쉬전장은 창조컨설팅의 개입이 드러나기도 했다. 콘티넨탈 역시 구 만도 사업장으로, 올해 8월 금속노조 만도지부 와해와 동시에 노조 파괴 작업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각 사업장에는 기업노조가 설립됐고, 기업노조는 단기간에 과반수노조 지위를 확보했다. 회사와 기업노조가 민주노조 조합원들을 회유, 협박하며 탈퇴 종용에 나서는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불법적 노조파괴와 관련해 어떠한 후속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충북지역 노조는 11월 초, 조철호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과 만나 노조 와해 사업장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일 것을 요구했다. 당시 조철호 청장은 11월 안에 유성, 보쉬전장, 콘티넨탈 등의 노조와해 사업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최만정 충남본부장, 김성민 충북본부장, 박창식 금속노조 충남지부장, 김기덕 대전충북지부장 등 4명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자행 사용자 구속 및 처벌 △사용자의 지배, 개입으로 설립된 2노조 설립 취소 등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제2노조 설립 취소 등 고용노동부의 올바른 법집행을 요구하며 한달 가까이 고공 농성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지난 9월 국회 청문회에서는 소위 창조게이트라 불리는 노조파괴 공작의 실체가 공개됐다”며 “그러나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창조컨설팅’의 노무법인 인가를 취소한 것 이외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제2노조 직권 취소’ 불가...민주통합당도 소극적

현재 고용노동부와 노조 측의 가장 큰 대립 지점은 ‘제2노조 직권 취소’ 문제다. 노동청은 해당 사업장들을 조사한 후 위법성이 밝혀지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제2노조 직권 취소에 대해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관계자는 “개인적인 판단은, 노동부에서 조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것 같다”며 “현재 노동부 측에서 밝히고 있는 입장을 종합해보면, 사법처리 수위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제2노조 직권취소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28일 오후 4시에도 청장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전향적인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다.

또 다른 충북지역본부 관계자는 “노동부의 면담은 사실상 명분 쌓기 용이며, 노동부는 이미 농성장 퇴거 요청을 한 상태여서 면담 이후 경찰 연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노동부는 지속적으로 제2노조 설립취하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노조는 12월 14일 지역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조 진영으로서, 제2노조 인가취소는 현장 복원을 위한 필요조건일 수밖에 없다. 충정지역만 해도 콘티넨탈, 보쉬전장 등의 기존노조는 소수노조로 전락해 현장 복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는 기존노조와의 단협을 회피하는 동시에 기업노조와 단협을 체결하며 현장을 재편하고 있으며, 기존노조 지도부 해고 등으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유성, 콘티넨탈, 보쉬전장에 대해 제2노조 인가취소 조치가 이뤄질 경우, KEC, 상신브레이크, 발레오만도, 만도 등도 이를 피해갈 수 없어 고용노동부 측에서는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통합당 역시 제2노조 인가취소 문제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충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이채필 장관을 비롯한 고용노동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노동자가 아닌 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 등 몇 가지 소극적인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노조 아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라며 “반면 노조 측에서는 노조 설립의 적극적인 요건에 따라, 자주적으로 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민주통합당 역시 노조와 입장이 동일하지 않다”며 “노조법 개정과 연관이 돼 있는 만큼, 민주통합당은 소수노조 교섭권은 보장해주되, 제2노조 설립인가 취소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