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짐승의 착하고 슬픈 눈빛 같은 날이었다

[식물성 투쟁의지](48)

어린 짐승의 착하고 슬픈 눈빛 같은 날에
열정과 남루 사이에서 지독하게 앓았다
지독하게 앓고 나서야
내 몸이
한 시기와 단절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도는 없었다

어린 짐승의 착하고 슬픈 눈빛 같은 날에
어린 짐승의 착하고 슬픈 눈빛 같은 날에

이미 낡은 자만이 살아남았다

지독하게 앓은 몸은 온통 질문이 되고
길은 자신을 이루는 아픔으로부터 멀지 않았다

첫 걸음이 정상에 오른다고 생각했으나
사람의 마당을 천천히 걸으면서
다시 평등에 대해 물었다

어린 짐승의 착하고 슬픈 눈빛 같은 날이었다

(2012년11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