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하청노동자, 끝 안 보이는 겨울

경영진은 승진, 노동자는 피눈물

  울산 동구 일산동,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 일산문을 통해 출근하고 있다.[사진/ 윤태우 기자]


조선3사 적자 7조3000억
현대.삼성중 1조.대우조선 5조


조선업계 상황이 갈수록 심각하다. 각 회사 경영진이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유가하락이 계속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잘못된 경영판단의 후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국내 3대 조선사로 이른바 ‘빅3’으로 불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7조 3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1조 원 넘는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는 현대중공업은 7분기 연속 3조2000억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1920억 원, 2분기 1710억 원, 3분기 6780억 원이었다. 4분기도 1000억여 원 적자가 예상된다. 올해만 이미 4조 원대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총 5조여 원 적자를 볼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도 1조 4000억여 원 적자를 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에 1조500억 원 손실을 냈다가 3분기는 800억여 원 흑자를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주 회사가 갑자기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100억여 원 적자를 봤다. 조선 3사가 모두 조 단위 적자를 보는 것이다. 국내 조선소가 생긴 뒤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경영약화…노동자 피부터
현대중공업 하청 4000명
‘1만명 퇴출’ 공공연한 소문


경영악화 여파는 당장 가장 아래에 있는 노동자부터 맞았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3대 조선업체에서 사무직만 올해 2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퇴출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최대주주의 장남 정기선(33) 상무가 1년여 만에 전무로 승진한 한편, 올해 1월과 3월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여성 서무직 1300여 명이 희망퇴직 방식으로 직장을 잃었고 올해 해양사업부를 중심으로 4000여 명에 달하는 하청노동자가 퇴출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협력사를 중심으로 직원 1만여 명을 감축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하다.

그다음은 협력사가 여파를 맞았다. 현대중공업 협력사는 올해 들어 폐업한 곳이 크게 늘어났다. 폐업한 협력사는 올해만 64곳으로, 2013년과 2014년 각각 18곳, 37곳이었던 데 비하면 2~3배 늘어난 수치다. 원청 현대중공업이 협력사에 하도급 대금으로 지급하는 기성금을 삭감하면서, 인건비를 더이상 감당하지 못한 협력사들이 차례로 폐업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가 대거 폐업하면서 체불임금 액수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해만 현대중공업 협력사 노동자 1600여 명에게 체불임금 110억여 원이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에는 조선 142곳, 해양플랜트 155곳, 설계 135곳, 엔진, 전기전자 등 557곳의 사내협력사가 있다. 울산 조선소에는 현대중공업 정규직 2만 5000여 명 외에 3만 7000여 명의 하청노동자가 일한다. 사외 협력사와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인력 규모는 휠씬 커진다.

대우조선해양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부장급 이상 정규직만 이미 300여 명이 퇴출됐다. 대우조선은 최근 3000명 직원 감원을 선언했다. 이곳에서 이번 겨울에만 1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소문이 유령처럼 돌고 있다. 대우조선 하청업체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기업이 160여 곳이고, 2차·3차 하청업체를 합치면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업체 직원 수는 3만6000여 명이다.

삼성중공업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올해 정규직만 200여 명이 퇴출됐다. 임원 20명이 짐을 쌌고, 상시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협력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사외 하청업체에 주는 하도급 대금인 기성금을 낮추기 위해 새로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기성금 동결에 이어 8개월여 만에 기성금 삭감이 진행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1.8%부터 5%까지 단가를 인하, 평균 3%를 삭감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사는 원청인 삼성중공업이 하자는 대로 군말 없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조선3사 비상경영 나서
‘2조5000억 규모’ 긴축
현대중, 비상경영위 구성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조선 3사는 경영 악화 앞에서 2조 5000억여 원 규모의 긴축 경영에 나선 모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이 1조 8500억원, 현대중공업 그룹 5000억 원 이상, 삼성중공업 1500억여 원 규모다. 자산 매각과 인건비, 경비 절감, 시설 투자 축소 등으로 경비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최길선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 흑자를 실현할 때까지 긴축경영체제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비상경영위원회는 ▲사장단, 임원진, 부서장단이 임금 100%, 50%, 10%를 각각 반납 ▲임원 30% 감축 ▲각종 사업 전면 재검토 ▲각종 투자 규모 보수화 등을 결의했다.

해양플랜트, 유가하락 약점
배럴당 37달러…7년만에 최저
선주사 계약취소.연기 우려돼


하지만 이같은 초긴축 경영에도 전망은 좋지 않다. 유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조선 시황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미 지난달 말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국제유가는 제동장치 없이 곤두박질 쳤다. 유가가 떨어지다 못해 금융위기 뒤 6년 10개월 만에 최저치에 이르렀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달 초 서부텍사스 원유는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하루 만에 5.8% 폭락 하면서 37달러까지 떨어졌다. 원유 시추 사업은 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 이상일 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알려졌다. 유가 하락으로 선주사들이 계약 취소나 인도 연기를 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치명적 손실을 봤는데, 이러한 일이 앞으로도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말

윤태우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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