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그린 뉴딜, ‘사회 대전환’ 한다면서 정책 ‘우려먹기’

[이슈③]이명박근혜 정책 재탕, 삼탕…결국 ‘현대차 지원’이 핵심

[‘아무리 봐도 구린 뉴딜’ 연재 순서]
(1) 반환경·비민주 옷 입은 신재생에너지
(2) ‘그린 뉴딜’ 한다면서 ‘그린벨트’ 막개발
(3) 문재인의 그린 뉴딜, ‘사회 대전환’ 한다면서 정책 ‘우려먹기’
(4) 한국판 뉴딜, ‘기업’은 지원하고 ‘고용위기’는 패싱한다
(5) 한국의 기후 운동, ‘우리’는 누구이고 ‘저들’은 누구인가?
(6) 도시가 만들어낸 기후위기는 시골로 향한다
(7) 그린워싱


“국민 여러분, 정부는 오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약속으로, 한국판 뉴딜의 담대한 구상과 계획을 발표합니다. 한국판 뉴딜은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입니다.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 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입니다.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의 설계입니다.”
-7. 14.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문재인 대통령 기조연설 中


지난 7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무려 114조 원의 국비가 투입되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대전환’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내걸고 있다. ‘한국판 뉴딜’의 큰 구조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로 나뉘며, 각각 국비 44조7000억 원, 42조7000억 원, 26조6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날 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 뉴딜’과 관련해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등 선진국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 뉴딜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한국도 선제적으로 이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를 기록하며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최근 50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를 기록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담대한 계획은 박수를 받을 만한데, 이상하게도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대한민국을 ‘대전환’ 하겠다는 사업들이, 실제로는 이전 정권들의 정책을 재탕, 삼탕 우려먹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보다 창조적이지 않은 ‘대한민국 대전환’


시민사회 전문가들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이 ‘뉴딜’이 아닌 ‘올드 딜’에 가깝다며 악평을 쏟아냈다. 과거 박근혜-이명박 정부가 내놓았던 정책들을 뒤섞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은 이전 정권의 정책들과 얼마나 유사할까. 우선 정부는 8조8000억 원을 들여 공공시설 제로 에너지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공건물을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으로 리모델링하는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내놨다. 그런데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 추진된 ‘제로에너지건축물’ 사업의 연장선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6년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는 녹색건축물 사업을 추진한 바 있었다.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진행된 만큼, LH 산하에 ‘그린리모델링 창조센터’까지 만들었다. 학교에 태양광·친환경 단열재를 설치하는 ‘그린스마트 스쿨’ 역시 박근혜 정부의 ‘친환경에너지타운’ 설립 계획의 일부였다.

3조1000억 원이 투입될 ‘스마트 그리드’는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전력산업 민영화 사업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공급자-수요자 간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지능형 수요관리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전력시장 사업자들의 시장경쟁을 가능케 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독일 등에서도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는 관련이 없고, 일부 독점 기업의 이해에만 부합할 뿐이라는 비판이 있어 왔다. 이 밖에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나 에너지 신사업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 등도 과거 정권들이 추진했던 사업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녹색금융’, ‘민관합동 펀드’ 같은 기업 지원 계획 역시, 이미 ‘미래성장펀드’, ‘동반성장펀드’, ‘창조금융 펀드’ 등의 이름으로 꾸준히 추진돼 온 것이었다.

723ha의 도시숲 조성이나, 국립공원 생태계 복원 계획도 진정성을 의심받긴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 발표 전부터, 수도권 주택공급 차원에서 그린벨트를 해제를 검토하고 있었다. 논란이 일자 태릉골프장 이외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은 철회했으나, 태릉골프장 역시 그린벨트 구역이라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3기 신도시 개발제한구역 해제 역시 강행되는 상황이어서 논란의 불씨도 여전하다. 국립공원 생태계 복원을 둘러싸고도 비판이 일고 있다. 앞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9년, 북한산 국립공원 일대에 초호화 콘도 건설이 추진됐다. 해당 콘도 건설은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 의혹에 시달리며 표류했고, 6년간 공사가 중단돼 흉물스러운 상태로 방치됐었다. 환경단체와 주민 등은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콘도 철거를 요구해 왔으나, 지난해 말 공사가 재개됐다. 서울시와 강북구, 시행사는 건물 고도를 낮춰 북한산 경관을 회복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산사태와 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7월 28일 코로나19시민사회대책위 주관으로 열린 ‘한국판 뉴딜 문제점과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한국판 뉴딜정책은 ‘국가적 뉴딜’ 사업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라서 개별적으로 세부항목을 하나씩 짚어볼 만한 가치도 없다”고 혹평했다. 이어서 “굳이 요약한다면 기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혼합한 정도에서 질적으로 벗어나지 않는다”며 “그것도 공공이 책임을 진다기보다 ‘민간 대기업 주도’를 지원하는 방식을 띠고 있으며, 전환적 내용 보다는 기존정책들의 연속적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그린 뉴딜’의 핵심, 기후악당기업 ‘현대차’ 몰아주기

실제로 한국판 ‘그린 뉴딜’ 정책의 핵심은 현대차 등의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에 있다. 그린 뉴딜의 총 사업비는 73조4000억 원. 그중 가장 많은 40%(28조9000억 원)의 예산이 전기차, 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사업으로책정됐다. 국비42조7000억 원 중 무려 44%(18조7000억 원)를 이 사업에 쏟아 붓는 셈이다. 그린 뉴딜의 가장 큰 수혜기업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현대자동차다. 정부의 뉴딜 계획 발표 후, 현대차는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연일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 8월 12일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현대차를 방문해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 대와 수소차 20만 대를 보급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굳이 ‘그린 뉴딜’이 아니더라도, 지금껏 정부는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에 많은 혜택과 지원을 제공해 왔다. 노무현 정부는 경유차 보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며 현대기아차가 내수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난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사업에 힘을 실었다. 현대차가 2030년까지 총 50만 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설비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밝힌 지 불과 두 달 만에 나온 계획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대표적인 ‘기후악당기업’이 ‘그린 뉴딜’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는 점이다. 현대차 그룹은 대한민국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코스피 상장기업 중 포스코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한민국의 대전환’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대전환’을 위한 어떤 계획이나 목표도 설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에서의 그린 뉴딜 논의는 지구온도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10년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하고, 2050년에 넷제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한국판 그린 뉴딜의 방향은 ‘탄소중립을 향한 경제 사회의 녹색전환’이라고만 뭉뚱그려 표현될 뿐, 탈탄소 경제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목표가 설정돼 있지 않다.

심지어 ‘그린 뉴딜’의 주요 목표인 사회 불평등 해소 방안도 찾기 힘들다. 한국판 그린 뉴딜에는 불안정노동의 확산과 노동권 사각지대, 해고와 실업 등의 제도적 문제들이 모두 배제돼 있다. 기후위기비상 행동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 발표 다음 날인 7월 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정부 계획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사회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기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이번 정부발표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막연한 방향만 담겨있을 뿐, 구체적인 목표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정부는 아직 기후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목표도 없이 대규모 재정만 투여한다면, 당장의 경기부양책은 될 수 있을지언정, 기후위기를 일으킨 사회경제 시스템은 더욱 공고화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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