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김진숙 복직은 회피, 한진중공업 매각엔 속도 내”

오는 7일 ‘김진숙 희망뚜벅이 청와대 도착…26일 단식자, 건강 악화로 병원 이송

한진중공업 매각 추진으로 고용위기가 우려되는 가운데, 노조가 35년째 한진중공업 해고자인 김진숙의 복직 문제는 방관하면서 매각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며 산업은행을 비판했다.

[출처: 금속노조]

금속노조는 27일 오전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 대한 복직과 한진중공업 매각 중단을 요구했다. 노조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10개 산업은행 지점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문에서 노조는 “어두운 시대가 과거의 일이 된 것은 그냥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다.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한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 시대를 과거로 이야기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어두운 시대의 그림자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다수가 침묵하고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순간에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낸 김진숙은 보복으로 일터에서 쫓겨났다. 김진숙의 해고가 35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는 한, 우리는 민주주의의 완성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한진중공업은 (김진숙 해고 문제에) 내 책임도 아니고, 내 알 바도 아니라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어두운 시대를 만든 장본인은 군사독재였지만, 그 혜택을 가장 많이 입은 것은 성장하던 재벌과 대기업”이라며 “국가가 만든 노동 통제 덕분에 이룬 자본축적은 이 나라 재벌과 대기업이 감출 수도, 씻을 수도 없는 과거”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업이 더는 권력과 유착하고 덕을 보는 관계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김진숙의 출근을 막지 말아야 한다. 한진중공업은 김진숙 복직에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며 도망가지 말라”고 요구했다.

또한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산업은행도 “제 3자가 아니”라며 “산업은행의 존재 이유는 돈장사가 아니다. 기업에 자금을 대지 못해 안달인 은행은 차고 넘친다. 산업은행의 역할은 건실한 기업의 버팀대다. 그러나 현실의 산업은행은 부정한 기업에는 너그럽고, 작은 기업과 힘없는 노동자에게는 가혹한 존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2월,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사모펀드 동부건설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박경선 서울지부장은 “쌍용자동차를 상하이, 마힌드라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자동차 산업 발전을 못 할 것이고 노동자만 고통받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명 경고했다. 그런데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우리의 요구를 무시했다. 그 책임은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국책은행 산업은행은 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고 김진숙의 복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노조는 “조만간 김진숙 동지가 경기도에 들어선다. 열흘 뒤에는 청와대에 도달한다. 김진숙의 발걸음이 닿는 그 순간이 환호의 시간이 될지, 아니면 분노의 시간이 될지 한진중공업 사측과 산업은행이 결심해야 할 것”이라며 “해고에 시효가 없다면 복직에도 시한은 없다. 노동조합은 김진숙이 공장으로 돌아갈때까지 줄기차게 싸우겠다는 약속을 한진중공업 사장과 산업은행 회장에게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김진숙 지도위원을 비롯한 해고자와 시민은 ‘해고자 복직, 고용안정 없는 매각 반대’ 등을 요구하며 지난 30일 부산 호포역에서부터 청와대까지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은 열흘 뒤인 오는 7일 청와대에 도착할 예정이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는 김진숙 복직과 해고 금지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부터 단식을 시작해 오는 7일이면 48일 차가 된다. 서영섭 신부는 단식 36일차였던 지난 26일 오후, 몸 상태가 악화돼 녹색병원으로 이송된 상태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은혜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