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급 발암물질 노동’, 쿠팡 물류센터 야간조 체험기

[이슈① 르포] 《워커스》 기자, 야간에 쿠팡 물류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차례

① 6월 17일 화재사건 그 후, “쿠팡은 변하지 않았다”
② ‘2급 발암물질 노동’, 쿠팡 물류센터 야간조 체험기
③ 쿠팡이 쏘아 올린 ‘빠른배송’, 건강권 시계 거꾸로 돌렸다


[출처: 쿠팡]

고용 규모 빅3에 오른 쿠팡은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를 장악했다. 많은 물건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노동이 필요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쿠팡 및 쿠팡 물류센터가 고용한 인원은 4만3171명에 달한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뉘어 일한다. 컨베이어벨트는 온종일 돌아가고, 사람들은 밤부터 아침까지 야간 노동을 한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졌는데도, 이곳은 여전히 야간노동의 별천지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밤, 《워커스》 기자가 쿠팡 물류센터 야간노동 현장에 다녀왔다.

# ‘칼퇴’하게 해주세요

오후 4시에 알람이 울렸다. 새벽까지 일할 생각을 하니 낮잠을 두 시간이나 잤는데도 눈이 떠지지 않았다. 기자가 지원한 야간조의 노동시간은 오후 7시부터 새벽 4시 15분까지. 8시간 15분의 노동시간 중 15분은 고정 연장근로 시간이다. 셔틀버스 탑승 시간은 오후 5시 10분이었다. 정류장까지의 이동 시간을 포함하면 출근 시간만 2시간 30분이다. 한 여성이 셔틀버스에 올라타자 버스 기사가 하소연을 했다. “또 연장(근무) 때문에 피곤해 죽겠네.”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또’라면 연장근무가 자주 있다는 말인가. 물류센터에서는 물량이 많으면 잔업을 한다. 셔틀버스도 잔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 이 때문에 셔틀버스를 타고 출근한 대부분의 노동자는 강제 잔업을 할 수밖에 없다. 버스 안에서 기도했다. “‘칼퇴’(정시 퇴근) 하게 해주세요.”

오후 6시 30분, 셔틀버스가 물류센터에 멈춰 섰다. 사람들을 따라가니 ‘단기 사원 출근 장소’가 보였다. 기자를 포함한 신입 일용직은 총 6명. 이들에게는 별도의 절차가 있었다. 오후 7시부터 신입 교육이 시작됐다. 업무 설명과 안전 관련 유의사항을 들었다. 안전 교육은 영상으로 대체했다. 나름 집중해서 듣는다고 들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컨베이어벨트에 손가락이 끼일 수 있으니 택배 상자의 옆을 잡아야 한다’는 것 정도였다. 몇 달 전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 큰불이 났다는데, 대피 방법이나 화재 시 유의사항 같은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넓고 복잡한 물류센터에서 비상구 위치조차 알 길이 없었다. 업무 매뉴얼 또한 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다. 10kg이 넘는 상품들은 바닥을 잡지 않고는 들어 올릴 수 없었다. 커다란 팔레트는 둘이 함께 옮겨야 했지만, 나와 함께 할 사원님(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서로를 ‘사원님’이라 부른다)은 다른 일을 하느라 바빴다.

# 지나간 택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자는 운송장이 부착된 택배 상자를 배송지별로 분류하는 ‘허브’ 공정에 투입됐다. 작업장에는 긴 컨베이어벨트가 끝없이 뻗어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택배 상자를 채운 화물차들이 보였다. 기자는 ‘21번’이라고 적힌 컨베이어벨트 앞에 배정됐다. 그곳에서 기자와 함께 일을 할 중년 노동자 A씨와 20대 노동자 B씨를 만났다. A씨는 송장에 ‘남양주3’ ‘송파1’ ‘구리2’라고 적힌 택배를 컨베이어벨트에서 빼내라고 했다. 이 정도는 할 만하다고 생각한 순간, 기자가 빼내야 할 네 개의 택배가 다른 구역 물건들과 섞여 있는 것이 보였다. 급하게 물건을 끄집어냈지만, 컨베이어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결국 챙겨야 할 택배 하나가 기자의 손을 떠났다. 컨베이어벨트 위로 몸을 숙여 손을 뻗어봤지만 쓸모없는 짓이었다. A씨 “지나갔으니 어쩔 수 없다”라며 이번엔 적재 업무를 해보라고 했다.

적재 중이던 B씨가 일을 알려줬다. 무거운 택배는 아래에, 가벼운 택배는 위에 쌓으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무거운 택배들이었고, 그래서 조언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생수 상자를 들고, 음료수 박스를 들고, 10kg이라고 적힌 쌀 포대를 들어 올렸다. 이 정도가 최대 무게이겠거니 하며 다리에 단단히 힘을 줬다. 하지만 ‘고양이 모래’라는 복병을 만났다. ‘최대 무게’는 매번 경신됐다. 이곳에 가벼운 물건이 존재하긴 할까. B씨에게 “여기는 고중량 상품만 있느냐”고 물었다. B씨는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 전까지 일했는데, 그곳과 비교해 상품 무게가 상당한 편이라고 했다. 식사 시간인 밤 10시만을 기다리며 물건을 나르고 또 날랐다.

# 제발, 누가 시간 좀 알려주세요

밤 11시는 족히 된 것 같은데 식사 얘기가 없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벽시계는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과 시계 등은 반입 금지 물품이었다) B씨에게 슬쩍 시간을 묻자 “여기는 원래 시계가 없다”라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이 와중에 컨베이어벨트는 계속 돌아갔다. 쉬는 시간도 없이 택배를 쌓고 또 쌓았다. 생체 시계로는 이미 자정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그 순간, 국민체조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컨베이어벨트도 멈췄다. A씨는 자신이 일하고 있을 테니 몸을 풀라고 했다. 주변을 보니 다른 사람들도 택배 상자를 정리하고 있었다. 혼자 스트레칭을 하다가 머쓱해서 A씨에게 시간을 물었다. “국민체조 노래가 나오니 밤 9시 15분일 거예요.” 기자는 큰 충격에 빠졌다.

드디어 컨베이어벨트가 멈췄다. A씨는 이제 식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놀랍게도 시계가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퇴근까지는 6시간이 남아있었다. 평소 양보다 두 배 가까운 밥을 퍼서 열심히 먹었다. 그저 밥만 충실히 먹었을 뿐인데 20분이 흘러 있었다. 가득 찼던 테이블도 거의 비어 있었다. 식기를 후다닥 정리하고 복잡한 물류창고를 가로질러 휴게실을 찾았다. 쉴 수 있는 시간은 이제 25분밖에 남지 않았다. 다들 밥을 빠르게 먹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은 휴게실 의자에 앉아 쿠팡 물류센터의 자랑인 ‘300원짜리’ 자판기 음료를 마셨다. 어느새 복귀 시간이 다가왔고, 기자는 터덜터덜 작업장으로 향했다.

# ‘휴게시간 0분’ 준 관리자 “잘 대해주면 잘해야지”

식사 시간 후 관리자는 허브 공정 노동자들을 세워놓고 질책했다. “파손은 줄었는데 오분류가 줄질 않네요. 심지어 오늘은 물량도 별로 없는데…. 잘해드린 만큼 일을 잘해야죠. 식사 시간도 5분 전에 보내드렸는데요. 쉬는 시간을 왜 안 줬는지 알아요? 일을 제대로 했으면 줬겠죠.” 식사 시간을 5분 더 줬다지만 이동 시간을 생각하면 그조차 모자랐다. 가뜩이나 우걱우걱 밥을 먹어서 속이 더부룩한데, 선심 쓰듯 말하니 분노가 차올랐다.

민망하게도 식사 후 택배 상자를 더 많이 놓쳤다. 하나라도 더 잡겠다고 손을 뻗어 봤지만, 그럴수록 감당할 수 없는 상자들이 밀려들었다. 5개의 음료수 상자를 모두 떠나보냈다는 죄책감에 사로 집힐 무렵, 관리자가 기자를 불러냈다. 출고 공정에 지원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관리자는 출고 공정이 더 쉬울 거라며, 급여 변동도 없을 거라고 했다. (야간 허브의 일급은 102,191원이지만 출고는 91,560원으로, 출고 급여가 약 1만 원 적었다) 일은 더 쉽고, 돈은 똑같다고? 출고 공정으로 이동하는 길, 무겁던 다리가 어쩐지 가벼워진 듯했다.

# 누가 쉽다고 했나.

출고 공정에도 컨베이어벨트가 있었다. PS(문제해결) 직원은 컨베이어벨트 옆에 4층 이상 되는 음료수 박스 더미를 옮겨왔다. 송장을 하나씩 붙인 뒤 상품들을 컨베이어벨트에 올리면 된다고 했다. 그는 박스가 쌓인 팔레트 하나를 비울 때마다, 쉬지 않고 새로운 팔레트를 가져왔다. 바닥에 있는 택배 상자를 허리 높이의 컨베이어벨트에 올리는 작업을 계속하니 허리가 아팠다. 이때부터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팔레트에 앉아서 송장을 붙였다. 관리자의 따가운 시선이 느꼈다. 일어서기는 자존심이 상해 ‘나는 일하고 있다’라는 표정을 연신 지어 보였다. 언제부턴가 팔에도 힘이 빠져 있었다. 상품을 허벅지로 받쳐가며 컨베이어벨트로 날랐다. 어느새 쌀더미가 가득한 팔레트 4개만이 남았다. 그것을 다 처리하고 나니 새벽 3시가 됐다. 잠시 조기 퇴근을 기대했지만, 곧 또 다른 곳으로 배치됐다. 거기에는 5kg짜리 설탕을 포장하는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작 5kg이라니, 가소롭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다음날에 보낼 상품 카트를 옮기고 뒷정리를 하고 나니 PS 직원이 ‘수고하셨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진짜 마감 시간이 찾아온 것이었다. 허브로 이동하는 길에 단기 알바를 자주 한다는 소설가 C씨는 “다시는 쿠팡 물류센터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쿠팡]

# 컨베이어벨트가 멈출 때까지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니, 응당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지역의 택배 분류 업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눈앞이 아득해져서 송장도 잘 보이지 않았다. 절망과 분노를 삼키며 컨베이어벨트 위의 상품들을 보이는 대로 빼냈다. 옆에 있던 D씨가 잘못 빼낸 택배들을 다시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기를 반복했다. 그의 등과 어깨에는 하얀 소금꽃이 피어 있었다. 너무 미안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컨베이어벨트가 멈췄다. 저 멀리서 “와!”라는 환호성이 들렸다. 정말 일이 끝났다는 의미다. 사람들을 따라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새벽 4시 18분. 다행히 잔업은 없었다. 근육통을 안고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침 6시 30분에야 집에 도착했다. 손가락이 쓰라렸고, 허리, 엉덩이, 종아리, 발목이 욱신거렸다. 화장실에 들어가 땀으로 떡 진 머리를 벅벅 씻어댔다. 허벅지엔 멍이 두 개 들어있었다. 아침부터 낮까지 계속 자면서도 눈이 자꾸만 떠졌다. 낯선 수면 패턴 때문일 것이다. 전날 출근을 준비한 오후 4시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피로가 가시지 않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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