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정부, 차별과 배제를 더 넓게 더 깊게

[코로나19 특별기획] 팬데믹 2년 6개월...무관심과 오해 속에서 코로나 사망자 늘어

코로나19 보고서: 멀고 낮은 곳부터 파괴했다

차례

① 코로나 재택 치료 72시간, 엄마는 깨어나지 못했다
② 코로나19의 정부, 차별과 배제를 더 넓게 더 깊게
③ 코로나19 이후, 국민은 ‘의료 인력·공공병원 확충’ 원한다
④ 간호사들은 왜 ‘사람 잡을까’ 공포에 떠나
⑤ 의료민영화 흐름 속 공공의료 확대 가능한가
⑥ 돌봄 노동자에게 감염병이 특히 버거웠던 이유
⑦ 이주민이 많은 도시, 차별은 같았다
⑧ 장애인의 일상이 여전히 재난인 이유
⑨ 코로나19 2년, 안녕하지 못했던 사람들
⑩ 전염병과 봉기, 혐오와 차별의 역사
⑪ 감염병은 ‘혐오’를 먹고 자랐다
⑫ 10명 중 6명 “코로나19 이후 혐오 표현 늘어”...‘사회적 양극화’ 때문
⑬ 질문들 감염병 시대, 처벌이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⑭ 99%의 경제 코로나19 대응, 시장 솔루션의 한계

코로나19 관련 정부가 핵심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지표는 △사망자 수 △치명률 △유행예측 △초과 사망 △변이바이러스 △의료 대응 역량 등 여섯 가지다. 가장 중요한 지표인 사망자 수는 3~4월 폭증하다 5월 이래로 매우 감소했으나, 현재 상황은 심상치 않다.


오미크론에 이어 BA.5 변이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 재유행이 감지된 지난 7월 13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중앙사고수습본부는 수리 모델링 결과를 발표하며, “8월 중순~10월 중순에 확진자 수가 약 20만 명에 이르고, 위중증 및 사망자는 각각 최대 1,000명~1,450명, 90명~150명이 발생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집계하는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포괄하지 못하는 죽음까지 포함하면 다시 하루에 수백 명이 죽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헤프닝’으로 끝나는 병, 그러나 누군가에겐 목숨까지 잃게 되는 치명적인 병. 언론은 지금까지 단순 감기냐, 아니냐는 소모적 논쟁을 다루면서 정부가 방역 정책을 수립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

최근엔 저소득층에서 코로나 사망이 2배 이상 감지됐다는 조사도 나왔다. 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19 상병 의료기관 내원 환자 및 사망자 현황’(1)에 따르면 소득이 낮을수록 코로나19로 인해 더 많이 죽었다. 직장가입자만을 기준으로 코로나19 내원 환자 및 30일 이내 사망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 10%인 1분위 코로나19 내원 환자의 30일 이내 사망자 수는 199명으로, 소득 상위 10%(10분위)의 93명 대비 2.14배 수준이었다. 이는 전체 내원 환자 10만 명당 사망자 수(20.2명)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7월 11일 이후 확진된 재택치료자들에 대한 비대면 진료비와 약값 등 의료비 지원도 중단되면서 저소득층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19 위기가 사회의 가장 취약한 집단에 더욱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정부는 취약 집단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사이 발생하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은 우리 사회 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우스운 말이 됐지만, 정부가 ‘K-방역’을 자찬할 때, 사망자 및 위중증 환자들은 축소된 통계에서 존재가 지워졌다. 준비는 충분하다며 코로나19 병상 가동률을 선전할 때, 병원을 찾아 헤맨 코로나19 환자와 가족들은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말문이 막혔다. 더욱이 정부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및 보호자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치료받을 권리를 요구하자 ‘기저질환 치료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답을 내놨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3월 24일 백브리핑에서 오미크론으로 인한 사망자도 분명 증가했을 것이라 밝혔다. 다만, “위중증 증가 추이가 그리 높지 않은데 사망자가 (더)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미크론으로 인한 호흡기 증상은 상당히 낮게 나타나면서, 기저질환에 의한 중증 환자들이 사망으로 들어가는 게 (통계에) 같이 잡혀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일반 시민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사망자 통계가 부풀려졌고, 코로나19 예방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호스피스, 요양병원 등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생기면 이들을 코로나19 사망자로 보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일반병실로 강제 전원 뒤 10일 뒤 사망
최신 의료 장비는 병원 홍보용?



장조아(29)씨 역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보호자로서 치료 과정에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며,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체계가 생각보다 훨씬 부실했음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장조아 씨의 아버지가 사망한 것은 지난 2월 8일. 1월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20일 만이었다. 코로나 확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건강하던 아버지가 온전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까지 이르게 된 것은 장 씨에게 아직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자책감과 상실의 슬픔,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아직 장 씨를 짓누르고 있었다. 간호사로 일하던 장 씨는 코로나19 최일선 현장 중 하나인 선별진료소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막상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후 위독해지자 정보를 구할 곳도,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었다고 했다. 장 씨는 위중증 환자 보호자들에게 필요한 공식적인 정보를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 검색 끝에 희망적인 사례들을 발견하게 됐고, 오픈 채팅방에서 가까스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코로나19가 얼마나 심각한지, 치료과정이 이렇게 허술한지 몰랐어요. 정부만 믿고 있었는데 주먹구구식으로 환자를 치료하니, 위중한 환자들이 발생하고, 또 사망이 늘 수밖에 없더라고요.”

장 씨의 아버지는 확진 당일 산소포화도가 낮아 코로나19 전담병원인 H병원을 찾았다. H병원은 원래 척추관절 전문병원이었지만, 에크모(ECMO, 체외막 산소화장치) 기계 등을 구비하고, 의료 질 평가도 1등급을 받는 병원이어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에크모는 심장과 폐의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 중증 호흡부전 환자가 고농도 산소, 인공호흡기 등의 방법으로도 생존 불가능할 경우 쓰는 의료 장비로 숙련된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 H병원은 중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인공호흡기 △고유량 산소치료기 △체외막산소화기기(에크모) △투석 환자에게 필요한 CRRT(지속적 신 대체요법) 등의 최신장비까지 도입’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어서 더 믿음이 갔다.

아버지는 염증 수치 등 여러 지표가 안 좋았지만, 중환자실에서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정부는 전달인 2021년 12월 ‘코로나19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난 중환자들을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코로나19 전담 중환자 병상에서 퇴원시켜 전원(스텝 다운)하도록 병상 운영 지침을 개정했는데, 이 지침 개정이 치료의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정부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을 높여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치료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장 씨의 아버지는 중증인 채 일반병실로 옮겨졌고, 에크모 장비를 동원한 연명치료도 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장 씨는 중환자실에 있게 해달라고 병원에 애원했지만, 병원은 자격 없는 환자가 중환자실을 차지할 경우 정부의 지원금이 끊기고 벌금마저 내야 한다며 거부했다.

당시 정부는 ‘병상 운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중증/중등증 병상 입원 환자, 보호자를 상대로 증상이 호전되거나 격리 해제된 경우 전원 및 퇴원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치료비 본인 부담 및 과태료 등을 부과하도록 지침을 세우고 있었다. 더불어 중증 환자가 전담 치료 병상에서 치료하는 기간의 5일까지는 14배, 6일부터 10일까지는 10배, 11일 이후엔 6배 등 병원에 보상금을 차등으로 지급해 빠른 전원을 유도했다. 격리 해제된 중증 환자는 보상이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전담 치료 병상을 내어주지 않는 건 병원의 실리적 측면에서도 당연한 귀결
이었다. 장 씨의 아버지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지만, 중증 병상을 이용할 수 없다는 병원과 방역 당국은 단호했다. 장 씨는 병원이 주장하는 병원이 내야 할 벌금까지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병원은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고만 할 뿐이었다.

“아버지가 정신이 없으셔서 증상발현일을 앞당겨서 말씀하셨대요. 제가 노령 환자의 착오라고, 시정해달라고 해도 아무도 못 바꾼다는 거예요. 보건소, 질병관리청에 계속 문의했고 결국 질병관리청 팀장이 보건소 관할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줬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보건소가 너무 바쁘니까 통화 연결이 안 돼요. 반나절을 그러고 있으니까 옆에서 어머니가 이대로 있다가 진짜 병원에서 쫓겨나겠다고 불안해하시는데 저까지 패닉이 오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누가 와도 증상발현일을 바꾸지 못한다고 했어요. H병원에선 다른 병원도 환자를 받아주기 힘들 테니 ‘백’을 써서 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에게, 위중증 환자 보호자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물어봐도 인맥을 통해 갈 수 있다는 이야기만 나오더라고요. 빌고, 사정해서 들어갔다는 말을 들으니까 저도 그것밖에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때가 오후 5, 6시쯤이었는데 아는 교수님들께 연락해도 이미 퇴근하신 뒤고, 혹시나 해서 사업하시는 친구 아버지께도 연락해서 큰 병원에 들어갈 자리가 없냐고 여쭤보고, 엄마도 같이 전화를 돌리는데 아빠를 받아줄 병원은 없더라고요. 그날 일반병동으로 옮기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지난 5월 18일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 등의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족을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잃은 한 보호자가 정부의 코로나 지원 정책을 규탄했다. 이 보호자는 “코로나19 특성과도 맞지 않는 ‘격리 기간까지만 지원’한다는 지침이 위중증 환자들의 차별 없이 치료받을 권리를 짓밟고 피해를 키웠다”고 울분을 토했다.
[출처: 박다솔 기자]

당시 공유되던 코로나19 환자의 병원 입원 팁 중엔 ‘무조건 응급실 앞에 가서 드러누워라’라는 말이 있었다. 당시 1월 말의 병상가동률은 15~30%대로 꽤 낮은 상태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월 30일 0시 기준 전체(중증, 준중증, 중등증) 병상 보유량은 2만 3,651 병상이었다.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한 2021년 11월 1일(0시, 1만 1,594개)에 비해 총 1만 2,057개의 병상이 확충된 상태였다. 세부적으로는 중환자 치료 전담 치료병상이 1,276개, 준-중환자 병상 2,491개, 감염병 전담병원 8,290개였다. 당시 중대본은 “정부의 적극적인 병상 확보 및 오미크론의 낮은 치명률 특성 등으로 전국의 중환자 전담 치료병상 가동률은 15.6%로 크게 하락했고, 준중증 및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가동률은 30%를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막상 병원 현장은 그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일반병동으로 옮긴 아버지는 빠르게 악화했다. 의료기기가 있어도 이를 작동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했다. 장 씨 아버지의 경우 급성 심부전이 의심돼 CRRT 기계를 사용해야 했지만, 일반병동 간호사들은 연차가 얼마 되지 않아 급한 일을 처리하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얼마 전 간호사들의 집단 퇴사가 있었다고 했다. 병원은 중환자실 환자만 CRRT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아버지 폐가 망가져서 인공적으로 숨을 쉬니까 그게 심장에도 작용해서 혈압이 낮아져요. 혈압약을 쓰면 흔히 심장이 녹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심장에 무리가 가는데도 어쩔 수 없이 쓰는 거죠. 아버지는 소변이 안 나오니까 이뇨제를 써야 했는데 이걸 쓰면 또 혈압이 떨어져서 또 심장이 망가지고요. 제가 간호사니까 칼륨 수치를 읽을 수 있어요. 투석으로 안 거르면 심정지 오겠다 싶은데 기계를 쓸 수가 없잖아요. 그렇게 악순환을 반복하다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지는 거예요. 대학 병원에 자리가 났을 땐 이미 늦은 후였고요. 다른 사람들은 그냥 코로나 때문에 아픈 줄 알겠죠. 투석도 못하고 제대로 된 치료가 안 돼서 나빠지는 데도요.”

코로나19 확진자 10명 중 4명 ‘적절한 치료도, 정보도 부족했다’

한편, <참세상>이 지난 7월 14일부터 17일 까지 4일간 진행한 코로나19 관련 설문조사(2)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열 명 중 네 명은 치료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답했다. “치료를 받았지만 의료체계의 도움은 부족했다(29%)”와 “부실한 의료체계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13.4%)” 등 치료 과정에 불만을 제기한 답변이 42.4%를 차지했다. 치료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절반 정도였다. “의료 체계의 도움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라는 답변이 37%로 가장 많았고, “의료체계의 도움으로 매우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라는 응답은 16.3%였다.

역시 코로나19 확진자를 상대로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가 적절하게 고지됐는지에 묻는 질문에도 10명 중 4명이 정보 부족을 지적했다. “기본적인 정보를 안내받았지만 부족했다”는 답변이 37.3%를 차지했고, “필요한 정보를 거의 안내받지 못했다”(7%)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면 응답자의 55.5%가 “매우 충분한”(12.9%), “충분한”(42.6%) 정보를 안내받았다고 답했다.

반복되는 재유행의 파고 속에서도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책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한국 정부는 ‘롱코비드’, 위중증 환자마저 기간제로 자르는 현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환자, 보호자들을 타박하고 있다. 코로나 위중증 환자 의료비 문제는 미국과 한국에서 유독 문제가 되고 있는데 다른 나라는 격리 해제가 돼도 원래 보장율이 높기 때문에 의료비 관련한 쟁점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방역 완화 조치로 코로나19에 언제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었으면 최소한 그에 대한 치료만이라도 충분히 해줘야 하는 게 마땅하다”라고 지적했다.

(1)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 보도자료, 2022.7.24. 배포.
(2) 전국 3,000명을 대상으로 웹상의 노출, 이메일 SNS 등을 통해 진행됐다.(표본오차 ±1.79%, 95% 신뢰수준)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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