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 노동자 정리해고 다시 갈등 국면으로

재단, 구조조정 입장 명확히 해…"고객센터 인원 감축 철회 요구는 수용 불가"

  18일 새벽부터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 노동자 2명이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원청과 대화를 통해 정리해고에 대한 논의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됐던 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 상담노동자 정리해고 사태가 다시 갈등 국면으로 돌아섰다.

이번 사태는 21일 서울신용보증재단(이하 재단)이 고공농성 중단을 보도한 각 언론사에 연락을 취해 정정보도를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재단 측은 언론에 보도된 "4월 30일자 인원 감축 등을 보류하고 즉시 노조와 만나서 협의한다는 약속을 확인하고 고공농성을 중단했다"는 내용은 일방의 주장만을 전달한 보도로 사실 관계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인원감축 보류는 일방적 주장…사실과 달라"

재단은 고공농성 당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고객센터 계약 변경(인원 감축 등) 철회 요구는 수용불가함"의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재단 측에 따르면 당시 재단이 을지로위원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합의한 결과는 두 가지로 △ 고객센터 계약 변경(인원감축 등)은 철회 요구는 수용 불가함 △노사전 협의기구를 용역사, 재단 일반직 노조 등을 설득해서 1개월 이내에 구성한다는 것이다.

19일 재단 고객센터 상담노동자 두 명이 고공농성을 철회할 당시 여러 언론사는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에서 나온 입장에 따라 '고공농성을 하던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 협의기구 한달 내 구성 △4월 30일자 인원 감축 등을 보류하고 즉시 노조와 만나서 협의한다는 약속을 확인하고 고공농성을 중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노동조합, 재단 측 주장 반박 "말 뒤집기…인력감축에 대해 동의한 것처럼 호도"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는 21일 입장을 내고 재단의 주장이 '말 뒤집기'라고 비판했다.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관계자는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해서 신속하게 협의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고공농성을 해제"하였다며, "4월 19일 간담회에서 나온 말들을 감추며, 흡사 인력감축에 대해 동의를 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19일 간담회에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사측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합의했다. △노사전협의체를 한달 이내로 구성 △인력 감축, 정규직 전환, 직고용, 근무 장소 등 이번 농성과 관련된 모든 사안은 노사전협의체에서 논의 △노사전협의체에서 결론이 신속하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재단·용역업체·노조간의 교섭테이블(간담회)을 신속히 마련할 것 등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 현관 캐노피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여성 노동자 2명이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와 회사측의 간담회 합의 내용을 듣고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희망연대본부 관계자는 간담회 합의 결과를 인용하며 "(인력감축에 대한) 유보로 충분히 읽힐 수 있는 합의"라고 강조했다. 합의 사항에 '인력 감축'을 포함한 이번 농성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한달 내로 구성될 노사전협의체에서 논의할 것과 노사전협의체 구성이 시간이 걸린 다는 점을 고려하여 교섭테이블을 신속히 마련하라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단 측과 노조 측의 서로 다른 이해 속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모든 사안에 대해서 열어 놓고 논의하자는 것"이 당시 간담회의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인원감축에 대한) 계약서를 (하청과) 작성했기 때문에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재단·용역업체·노조 간의 논의를 통해 계약 내용을 수정하면 된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재단 "노조에서 인원감축 불가 입장 받아들여야 노사전 위원회 구성 가능"

참세상 취재결과 원청인 재단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간담회에서 명시적으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두 가지 내용에 더해, 노동조합에서 '인원감축 철회 요구는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받아들여야 노사전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 측 관계자는 "갈등의 소지가 줄어들어야 원활한 협의가 가능한 만큼 인원 감축에 대한 노사 간의 합의가 전제돼야 노사전 협의 기구가 구성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에 대해 희망연대본부 관계자는 "인원 감축에 대해서 노사 합의를 전제해야 노사전 위원회 구성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노동조합은 고공농성에서 내려온 후 20일 부터 사측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사측이 이에 대해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고객센터 운용이 하청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와의 간담회 일정은 운용사를 통해서 전달될 것이며 24일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동조합은 21일 저녁 7시 총회를 열고 24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재단 콜센터 상담노동자 24명 중 조합원은 13명이다.

원청인 재단은 2023년 3월 14일 콜센터 하청업체와 5월 재계약을 앞두고 일반 상담사 25명 중 8명을 인원감축하고 풀 아웃 소싱을 통해 콜센터를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3월 28일부터 본사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왔다. 4월 18일에는 투쟁의 강도를 높여 노동자 두 명이 재단 현관 캐노피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19일 고공농성을 마무리할 당시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는 조합원 집단 단식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결의대회에 앞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과 이용선 민주당 의원, 박유진 민주당 서울시의원이 재단을 방문하여 간담회를 가진 후, 그 결과를 노동조합에 전달하면서 마무리됐다. 당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는 노동자들이 재단이 논의를 통해 인력감축 계획을 일시 보류하고,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 협의체를 한 달 내 구성하기로 약속했다고 확인하고 농성을 마무리 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3년 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재단 상담사 정규직 전환 논의가 첫 발을 떼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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