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600만원 니네는 먹을 수 있어?

백혈병환우회, 글리벡 약가철회 매일 을지로입구역, 명동 등 선전전 진행해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데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나

*23045원짜리 글리벡 12알을 매단 27만 6천 540원짜리 피켓

영하 10도의 기온에 매서운 바람까지 불어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던 1월 28일 서울 한복판 을지로입구역에 27만 6천 540원짜리 피켓이 등장했다. 23045원짜리 글리벡 12알을 매단 이 비싼 피켓에 적힌 문구는 "한달에 600만원 니네는 먹을 수 있어?"

지난 24일 국가인권위 배움터를 기습점거하고 "△복지부 글리벡 약가 결정 철회, 약가 인하 △글리벡을 필요로 하는 환자 전체에게 보험적용 확대 △GIST(위장관기저종양)환자의 본인부담금 인하 △강제실시 허여"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점거농성에 돌입한 백혈병 환우회와 글리벡 공대위는 점거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시민들에게 '돈없는 환자는 죽으라'는 보건복지부의 약가 결정에 대해 설명하며 '약가 결정 철회, 약가 인하'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감기에 걸리면 자칫 잘못 사망까지 할 수 있는 백혈병 환자들도 매일 선전전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날씨가 추울 경우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명동거리 선전전을 지하철역내 선전전으로 변경해야 하는 아쉬움도 있다.

서명하고 돌아가는 시민들에게 일일이 "건강하세요"라고 인사말을 전하는 백혈병 환우회 이문석씨는 99년 발병해 5년간 투병생활을 해온 백혈병 환자이다. 그는 "작은 알약 하나라도 일주일에 몇 개까지 보험이 적용되고, 나머지는 안되는 현실이 너무 불합리하다"며 "알부민을 일주일에 10개 맞는데 보험적용은 3개까지밖에 되지 않는다"고 "아프고 나서야 알았던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을 털어 놓았다. 또한 "노바티스는 이미 글리벡 출시 이후 8억불 이상의 이익을 남겼다"며 "복지부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라 약가를 인하하면 다국적 기업의 압력이 많이 들어온다고 변명하는데, 결국 우리나라가 힘이 없다는 것"이라고 이번 복지부 약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노바티스에서 지불한 비용은 전체 글리벡 개발 비용의 10% 정도로 나머지는 시민단체들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8억불 이상의 수익을 남겼다는 노바티스는 1알당 생산원가가 845원하는 글리벡 약가를 17862원 수준으로 제시한 기존 보건복지부 안에도 강하게 반발하며 25005원에서 23045원까지의 수준을 주장해 결국 보건복지부가 그 안을 그대로 수용해 이번 약가를 결정했다.

글리벡공대위와 백혈병 환우회 점거농성단은 매일 명동, 을지로 입구역내 등에서 시민 선전전을 진행하며 인수위 앞 1인 시위도 함께 하고 있다.

한편 점거 농성에 돌입하고 나서야 환자들을 찾아왔던 복지부는 농성단이 제안한 공개토론회 장소를 복지부로 고집하고 있어 29일 2시 인권위 농성장에서 진행될 공개토론회에 참석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민들에게 글리벡 약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백혈병 환우회 이문석씨

백혈병 환우회 김상덕씨 인터뷰

Q : 농성장소로 인권위를 선택한 이유는?
A : 다국적 제약기업의 이윤으로 인해 생명권이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는 인권과 분리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소한 인권에 관한 문제라면 우리의 생명을 건 싸움에 인권위가 지지해줄거라고 믿었고, 사실상 갈 곳도 없었다.

Q : 인권위 관계자가 '딴데로 가면 안되겠냐'고 했다던데
A : 딴데 갈 데가 있나요? 요즘 세상에? 아무리 환자라 해도 가만히 놔두겠어요?아니면 정부청사나 인수위에 자리를 마련해주면 그쪽으로 옮길 것이다. 미안하지만 인권위가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Q : 복지부가 약가 결정을 다급하게 밀어부쳤다는 인상이 진한데?
A : 아무래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다국적기업과 외교마찰을 생각해 새정부 들어서기전에 끝내고 새정부를 넘기려했던 것 같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복지부의 높은 약가 결정을 완강히 반대했던 경실련,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농 등이 전부 탈퇴한 상태에서 기습처리가 쉬웠을 것이다. 너무나 기습적으로 처리했다. 실제 약가 고시는 25일에 났는데, 결국 약가 효력 발생일을 6,7일 정도 뒤로 둔 것이다. (약가 고시는 고시발표일로부터 바로 법적 효력이 있다고 한다) 보통의 경우 약가 고시 이후 2,3달의 유예기간을 둔다. 기존 약 사놨던 약국들이 많은 이득을 취하거나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태라 그안에 판매하도록 감안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보더라도 이번 결정은 너무나 기습적으로 처리되었고 너무 빨리 적용하는걸 보면 뒤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 같다.

Q : 복지부가 이런 식으로 약가 결정을 하리라 예상은 했는지.
A : 정부가 1년 반동안 했던 행태들이나 노바티스가 했던 행태들을 봤을 때 사실 복지부를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이 시점에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건심위 위원들이 탈퇴해서 최소한 재구성하고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었다. 우리 환자들은 워낙 갑작스레 기습적으로 처리되서 황당할 뿐고 모두 무대책이다. 당장 한달, 1년을 보고 약값을 준비해야 하는데, 결국 집을 팔거나 융자를 받거나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도 단시일내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방법이 없다.

*백혈병 환우회 김상덕 간사
Q : 글리벡 약가가 아니더라도 장기투병 중에 경제적 어려움이 클텐데.
A : 보통 백혈병 환자는 오랜시간 몇 년씩 치료를 한다. 나도 5년째 투병중이다. 처음에 발병하고 나서 매달 병원비가 2년 동안은 한달에 1-200만원씩 든다. 거기에 글리벡 약값으로 몇 백만원씩 더들여야 하는게 황당하다. 매달 100만원, 1년 12개월이 들 때는 삼천만원까지 든다. 거기에 직장생활, 사회생활 못하면서 받는 압박감도 만만치 않다. 가족들도 같이 병간호에 매달려야 하므로 돈 벌 사람이 아무도 없다. 실제로 지금 돈이 없어 병을 방치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Q : 인수위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새정권의 글리벡에 대한 태도는 어떠리라 예상됐는지?
A : 그래도 그나마 좀 낫지 않겠느냐 기대도 했었다. 하지만 별반 틀려지지는 않을 것 같다. 별로 나아질거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점거 이후 만난 인수위 관계자 행동들을 보면 전혀 복지에서 별반 나아질거라 기대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의료문제는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분명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듯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장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약을 끊으면 3-6개월 사이에 100%사망하는데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데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을 뿐이다

Q : 초기, 만성기 환자는 보험 적용조차 안된다고 들었다.
A : 병이 진전되서야 그 약을 먹으라는 것은 죽을 때 가서 너 한번 먹고 죽으라는 것 뿐이다. 복지부는 보험적용 문제에 있어서 미국 FDA에서 승인 안되었기 때문이라고 1년 동안 이야기했고, 이제 그 승인이 났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사실 우리나라가 독립국가임에도 FDA 승인이 나야한다는 건 이상하다. 일본, 스위스, EU 등이 이미 보험 적용을 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은 오래 전에 난 상태이다. 복지부는 미국 FDA만 따라가고 있으며, 이를 고의적으로 악용해서 다국적 제약회사 횡포가 극에 달했다. 작년 6월 25일 처음 만났을 때 노바티스에서 7월 2일까지 일본에서 승인 받은 거 가지고 식약청에 신청한다고 해놓고, 단 한번 문의전화도 하지 않았다. 환자 생명과 무관하게 자기 이윤과 약가정책을 관철시키려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다. 돈을 가지고 환자를 억압하는 것이다.

Q : 환자들이 감기 등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이렇게까지 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A : 환자들은 분명 6월 1일부터 죽어갈 것이고, 당연히 약값은 내려야 한다. 그것은 정부가 맡아야 할 부분이다. 어떤 방법에서건, 약은 있는데 사람이 죽어가서는 안된다. 약은 환자가 먹어야지만 약이지, 먹지 못하면 약이 아니다. 죽고 나서 싸움은 의미가 없다. 어쩔수 없이 협상은 하지만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갑갑할 수밖에 없다.

Q : 현재 점거농성을 진행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A : 일단 가장 걱정되는 것은 환자들 건강이다. 건강을 지켜나가면서 싸움을 해나가야 하는데, 면역이 약화되는 병이라 혹시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백혈병 환자들은 감기 걸리면 잘못하면 죽는다. 폐렴으로 번지고 병이 진전되어 합병증으로 죽는다. 정말 환자들이 죽음을 담보로 해서 이런 싸움이 다시는 없기를 기도 드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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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벡 , 백혈병 , 노바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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