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 공동의 추억을 만들어 내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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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퀴어문화축제의 역할은 자신을 알게 하는 계기, 또 자신을 긍정하게끔 하는 계기, 동성애자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동성애자로 살아가려면 생일처럼 즐거운 날들이 있어야 한다. 살아가면서 추억도 생겨야 하고, 그런 것들이 개인적 추억이 아니라 커뮤니티 전체의 추억으로 있어야 한다. 퀴어문화축제는 그 공동의 추억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라고 강조하며 퀴어문화축제가 가지는 의미를 설명했다.
“‘퀴어절정’, 막나가자! 그래서 어쩌라구?”
올 퀴어문화축제의 기획의도와 슬로건에 대해 한채윤 조직위원장은 “누군가에게 축제가 ‘어떻게 보여질까’라는 것 보다 성적소수자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축제로 꾸며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내부의 느낌들을 뽑아낸다고 했을 때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그것이 ‘퀴어절정’이었다”고 말해 이번 축제에서 외부가 아닌 내부, 이성애자들의 시선이 아닌 성적소수자들의 시선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채윤 조직위원장은 “‘절정’이라고 하면, 오르가즘과 연결되고, 오르가즘 나오면 ‘성적’인 것으로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라며 “‘절정’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면, 사람들에게 ‘동성애자들은 또 성적인 얘기만 한다’고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그럼 우리 스스로도 무덤 파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었다”며 이번 축제의 슬로건과 기획 단계에서의 내부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이 ‘퀴어절정’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그녀는 “막나가자, 그래서 어쩌라구..”라며 농 섞인 말로 그간의 고민을 풀어놓기도 했다.
여성동성애자들, 기대해도 좋다
그간 퀴어문화축제가 ‘게이중심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그녀는 “단순히 영화제 등의 작품 수만 가지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보여 지는 측면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 한다”며 “올해는 작품들도 많이 나왔고, 보기에 따라서는 레즈비언 중심적인 작품들이 많다고 느낄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게이중심의 작품이 많았으니 올해는 그래도 별 문제 없다고 생각 한다”며 올 퀴어문화축제의 친‘레즈’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성적소수자운동, 한국사회 존재하는 모든 부조리·불평등·차별에 대한 저항”
또 한채윤 조직위원장은 여성동성애자 인권운동과 남성동성애자 인권운동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 대해 “각 나라의 문화와 성적소수자 운동이 어떤 시기에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는가에 따라서 달라 나라마다 각기 다르다”며 “한국의 경우 단순히 성적소수자 운동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남녀불평등 문제와 얽혀있다”고 지적하며 한국 사회 성적소수자 운동의 특수성을 지적했다.
성적소수자 운동과 다른 부문 운동과의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성적소수자 운동은 성적소수자 인권을 좀 더 향상시키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현재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부조리, 불평등, 차별들을 없애나가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공통으로 걸리는 지점들이 있고, 연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나의 의지와 거부감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
한편, 한 채윤 조직위원장은 참세상의 독자들 중 성적소수자들에게는 “여러분과 같은 동지들이 준비한 축제에 꼭 한번 나와 동지들과 함께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고, 독자들 중 이성애자들에게는 “‘성적소수자들을 이해하고 싶다’는 의자와 자신의 눈에 보이는 장면 때문에 드는 거부감이 있다면, ‘나의 의지와 그 거부감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 바란다. 생각해보면 참세상 독자들도 재미있는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답은 개인적으로 만나면 알려주겠다”는 말로 퀴어문화축제 홍보멘트를 대신했다.
<인터뷰전문>
우선 개인적인 소개 부탁 한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부대표로 있고, 퀴어문화축제 2005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가슴 벅차고 기쁜 경험, 퀴어축제
이제는 많은 이들이 퀴어문화축제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 것 같지만, 여전히 어떻게 한국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시작하게 되었는지는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2000년 당시 퀴어문화축제가 처음 시작하게 된 배경은
95년경부터 국내에서 동성애자인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외국에서는 어떤 운동들이 일어나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외국에서는 매년 6월이면 성소수자들이 거리 퍼레이드와 축제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도 거리 퍼레이드 등 성적소수자들만의 축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당시에는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2000년에 퀴어영화제가 정부로부터 기금을 받게 되었다. 성적소수자와 관련된 영역에서 지원금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던 시절이었는데, 영화제 준비위 측에서 영화제 이외에도 다른 부대행사를 마련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을 받아서 당시 성적소수자 모임 대표들이 논의 끝에 축제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때는 장기적으로 축제를 가져간다기보다 당장 한번 해본다는 의미가 더 컸다. 당시 독립예술제에서 대학로 거리퍼레이드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독립적인 퍼레이드는 어려운 점이 있으니 독립예술제 거리퍼레이드에 한 부분으로 들어가자고 결정했다.
그렇게 1회 행사를 마치고 난 후 사람들의 평가가 예상보다 좋았다. 그 당시 비가 많이 와서 정작 독립예술제에서 기획한 퍼레이드는 다 취소가 되고, 퀴어퍼레이드만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 모인 인원이 60여 명 정도였는데, 그 퍼레이드 때 경험이 우리에게는 상상했던 것 보다 가슴 벅차고, 기쁜 경험이었다. 이런 식의 행사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경험과 의미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2회 때부터 장기적으로 매년 개최하기로 결정을 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힘들게 시작된 퀴어문화축제가 시작된 지 벌써 6년이 되었다. 지난 다섯 번의 축제를 돌아보면 나름의 성과도 있었을 것이고, 아쉬움도 남을 것 같다
아직까지 성과라고 얘기하기에는 부족함과 아쉬움이 많다. 다만, 가시적 성과라고 한다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축제가 계속되면서, 축제가 한국 사회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축제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축제가 지속됨으로써 사람들에게 성적소수자와 관련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사무실을 유지하고, 축제를 전담할 수 있는 인력들이 상근할 수 있는 구조가 나오질 않는다는 것이다. 6회 때는 다행히도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많이 결합해주었지만, 그간 5회 때 까지는 대부분 인권운동가들이 준비했다. 모르는 것이 많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고, 답답했다. 그런 식으로 축제가 잘 조직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축제가 많이 변화했고,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여질까’가 아니라 표현하고 싶은 대로
과거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을 보면, ‘모든를 위한 자유와 평등’, ‘한 걸음만 나와봐’ 등이 있었다.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바 있지만, 올해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퀴어절정’이다. 슬로건은 물론이고, 예전과 비교할 때 기획방향 역시 많은 변화가 있는 듯하다. 외부에서 커뮤니티 내부로 초점을 옮겨왔다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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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획단 내부에서는 5년 동안 그렇게 해봤으면 이제 다른 방향으로도 얘기를 해보자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좀더 성적소수자 커뮤니티 내부의 힘과 가지고 있는 생각과 느낌들을 표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축제가 ‘어떻게 보여질까’라는 것 보다 성적소수자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축제로 꾸며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내부의 느낌들을 뽑아낸다고 했을 때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고민을 했고, 그것이 ‘퀴어절정’이었다.
지적한대로 어떻게 보면 이전까지 퀴어문화축제는 방어적이고, 이성애자들의 시선을 고려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퀴어절정’이라고 슬로건을 내걸기에는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
사실 내부 논의과정에서 ‘절정’이라는 표현을 두고 고민이 정말 많았다. ‘절정’이라고 하면, 오르가즘과 연결되고, 오르가즘 나오면 ‘성적’이라는 것으로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절정’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면, 사람들에게 ‘동성애자들은 또 성적인 얘기만 한다’고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그럼 우리 스스로도 무덤 파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도 오갔다. 그러나 더 이상 ‘그런 것에 얽매이지 말자’며 과감하게 결정했다. 막나가자, 그래서 어쩌라구?(웃음)
1년에 한 번이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그간 준비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가장 큰 어려움은 물론 재정적인 문제일 것 같다. 재정적 부담감은 당장 올 한해 행사 준비하는 것도 있지만, 기획단의 더 큰 부담은 많은 부분 지원금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번 축제는 문예진흥원과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았는데, 지원이라는 것은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전에 자립적이고, 독립적인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다. 현재로서는 당장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위장 입장이 아닌 개인의 입장에서 이번 퀴어문화축제 프로그램 중 성적소수자는 물론 이성애자들까지 포함해서 ‘이것만은 꼭 봐야한다’는 프로그램을 하나 뽑는다면
성적소수자뿐만 아니라 이성애자들도 꼭 봐야하는 것은 역시 퍼레이드. 예년의 경우 퍼레이드가 30-4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퍼레이드를 심리적으로 좀 더 길게 느껴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사전 무대공연 등을 없애고, 퍼레이드 출발 전부터 난장 분위기를 연출해 들뜨고, 흥분되는 분위기를 연출할 예정이다.
다만 퍼레이드에 참가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성적소수자가 아니면 느끼기 힘든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게 사실이다. 프라이드 퍼레이드라고도 하는데, 일종의 자긍심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것을 일년에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그런 기회를 만든다는 점에서 퀴어퍼레이드는 중요하다. 그 외에 전시회, 토론회, 수다회, 영화제 등은 축제 기간 동안 응축해서 성적소수자들의 문화를 경험하고, 이야기를 쏟아내고,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이중심적’이라는 지적에 귀기울여
화제를 좀 돌려서, 그간 성적소수자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퀴어문화축제가 ‘게이중심적이다’라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번 축제에서는 그런 지적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 이번 축제 기획단에는 작년보다 많은 레즈비언들이 참가했고, 또 레즈비언들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많아졌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기획단에서 확실히 의도한 부분이 있다.
그럼, 이번 퀴어문화축제는 그런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인가
사실 이번에는 어쩌면 게이들로부터 레즈비언 중심적이니, 조직위원장이 레즈비언이니 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늘 한쪽으로부터의 질타는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어려운 지점이 있다. 예를 들어 영화제를 준비할 때 보면,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장편영화의 경우 게이 제작자나 게이 감독이 만든 영화들이 많다.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게이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독립영화 쪽을 보더라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그간 레즈비언 영화들을 찾으려고 해도, 배급 등의 사정으로 많이 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또 국내에서 활동하는 레즈비언 작가들이 부족하다보니 작품 수가 부족해 채울 수 없었던 경우 역시 많다. 그래서 단순히 게이중심적이라고 하기만은 어렵다. 작품의 수만 놓고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게 보여 지는 측면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올해는 작품들도 많이 나왔고, 보기에 따라서는 레즈비언 중심적인 작품들이 많다고 느낄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게이중심의 작품이 많았으니 올해는 그래도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게이중심적’이라는 비판은 단순히 퀴어문화축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성적소수자운동 전반에 확장되기도 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이라기보다는 여성동성애자 인권운동과 남성동성애자 인권운동이 일종의 간극이 존재한다
나라마다 성적소수자 운동의 특성들이 다르다. 여성동성애자 운동과 남성동성애자 운동이 분리된 적이 없는 나라에서부터 한국 보다 훨씬 더 떨어져있는 나라도 있다. 그것은 성적소수자 운동의 특성이라기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와 성적소수자 운동이 어떤 시기에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는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듯하다. 한국의 경우 단순히 성적소수자 운동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남녀불평등 문제와 얽혀있다.
성적소수자 운동, 모든 운동과 연대 필요성 있어
분리와 연대라는 측면을 고려해서 한국 성적소수자 운동의 방향을 짚어본다면
성적소수자 운동 차원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의 운동과도 분리해서 갈 문제는 아니다. ‘분리해서 안 된다’는 얘기가 반드시 레즈비언과 게이들이 연대를 잘해서 공통의제를 가지고 가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리를 해야한다’는 의견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지만 ‘분리를 해야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것이 그것 자체로 어떤 원칙이 될 수는 없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성과를 얻어내고’, ‘누구와 싸워야하는가’라는 문제의식과 함께 이야기가 되어야지, 그런 맥락 없이 ‘여성과 남성이 서로 갈 길이 다르다’라는 식으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는 갈 길이 다르니 분리하자’는 얘기는 적절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여성동성애자 운동과 남성동성애자 운동의 연대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 ‘같은 동성애자이니까’라는 말도 의미가 없다.
성적소수자 운동은 노동운동, 장애인운동 등 다른 부문의 모든 운동과 연대의 필요성이 있다. 왜냐하면, 성적소수자 운동은 쉽게 얘기하면 성적소수자 인권을 좀 더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성적소수자 인권 향상이 성적소수자들만이 좀 더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부조리, 불평등, 차별들을 없애나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공통으로 걸리는 지점들이 있고, 연대가 필요하다. 이런 고려 없이 단순히 ‘연대해야한다’, ‘분리해야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한국사회에서 성적소수자들이 당하는 차별과 억압은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심각한 실정이다. 당장 HIV감염인, AIDS환자들의 인권문제, 10대 성적소수자 문제, 동성 간 결혼 문제 등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따라서 성적소수자 운동이 문화적 행동만이 아닌, 보다 적극적으로 직접적인 정치적 요구들을 담아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퀴어문화축제가 단순히 문화축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요구들을 담아내고, 결집시키는 장이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러 각도로 생각할 수 있다. 퀴어문화축제를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는 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건 그렇게 하자고해서 바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퀴어문화축제 역량 자체가 그만큼 커져야 가능한데 6회까지 온 퀴어문화축제는 그 정도의 역량을 담보하지는 못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가 그것을 담보할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그런 부분들을 담보해 낼 수 있는 역량이 모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물론, 그럼 일각에서는 ‘역량이 무엇이기에 안 된다는 것이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면서, ‘난 동성애자다’라고 얘기하거나, ‘동성애자로 살아가야겠다’라고 생각하는 동성애자들 수가 많거나, 그것이 전반적인 커뮤니티의 힘이 되어 있어 강력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되지 못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이 ‘동성애자임을 아는 것’, ‘동성애자일까’라고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난 동성애자야’라고 자신을 긍정하는 것, ‘내가 동성애자이니까 동성애자로 살아야겠다’며 동성애자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 살아야겠다고 결심을 했지만 자신의 인생의 궤적을 따라 유지해나가는 것이 다 다르다. 개인이 ‘동성애자임을 안다’고 해서 앞에서 말한 단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퀴어문화축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자신을 알게 하는 계기, 또 자신을 긍정하게끔 하는 계기, 동성애자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동성애자로 살아가려면 생일처럼 즐거운 날들이 있어야 한다. 살아가면서 추억도 생겨야 하고, 그런 것들이 개인적 추억이 아니라 커뮤니티 전체의 추억으로 있어야 한다. 퀴어문화축제는 그 공동의 추억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힘을 행사해 구체적 성과들을 만들어내려면, 동성애자로 사는 동성애자들의 수가 늘어나지 않으면 쉽게 발휘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몇몇 진보적이고, 깨어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그 성과들을 정치적 전략에 의해 만들어낼 수는 있다. 예컨대 동성결혼의 경우 지금 당장 어떻게 하면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성결혼이 합법화된다고 하더라도, 그 법을 이용할 수 있는 동성애자들의 수가 ‘몇 명이나 되는가’라는 부분에서 우려가 된다. 또 한편으로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은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내부적인 논의가 많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그런 논의가 활동가들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성애자들의 썩어빠진 제도를 왜 따라해야 하는가’라는 주장에서부터 ‘난 다른 것 필요 없고, 내 파트너와 결혼하고 싶다. 합법화해놓고 보자’까지 견해와 주장들이 다양하다. 이런 것들이 내부에서 녹아들어야하는데, 아직 충분치 않다. 당장은 아니지만, 현재는 준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축제 기획단에서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원칙은 축제에 참여해서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것을 제어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 정치적 요구를 표출하고자 하는 이들은 축제 내에서 할 수 있다. 그 정도가 현재 조직위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성적소수자 여러분, 동지들이 준비한 축제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으로서 이번 축제 홍보를 한다면
자랑할 수 있는 게 퀴어문화축제는 한국에서 가장 독특한 축제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축제를 보러 가는 이유는 뭔가 신기한 볼거리들이 많고,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물론이고, 각 지방마다 다양한 축제가 많지만 퀴어문화축제가 독특하다고 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즐겁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퀴어문화축제를 보며 아마 계속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왜 동성애자들이 저렇게 거리에 나와 축제를 하지?’, ‘왜 동성애자들은 저렇게 행동하는 걸까?’, ‘왜 저런 복장을 입었을까?’, ‘왜 저런 구호를 외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퀴어문화축제를 보며 ‘그냥 징그럽다’. ‘저거 보기 안 좋다’며 넘어가면, 그건 개인적인 손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그 많은 사람들이 남들에게 혐오감을 주기 위해 길거리에 나왔겠는가?, 우리도 혐오감을 주기 위해 1년 동안 축제를 준비하지도 않았다. 사실 성적소수자들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퍼레이드에 참가했어도 직접 봤을 때는 거부감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하려고 했던 자신의 의지와 자신의 눈에 보이는 장면 때문에 드는 거부감이 있다면, ‘나의 의지와 그 거부감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 바란다. 생각해보면 참세상 독자들도 재미있는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세상 독자 들 중 이성애자들에게는 찬성하든 반대하든 한번 나와서 독특한 축제에서 새로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기를 권해드린다.
또 참세상을 보는 성적소수자 분들을 위해서는 여러분과 같은 동지들이 준비를 한 축제이니, 꼭 한번 나오시라는 말씀을 전한다. 퀴어문화축제를 성적소수자 입장에서 느끼는 것은 이성애자들과 또 다르다. 그런 새로운 느낌을 느껴보기 위해서라도 축제에 참가해 동지들과 함께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