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전면 재검토와 시스템 전환 필요

[특별기획 : 세계화와 한국농업](7) - 친환경유기농업이 우리농업의 희망이 되려면

지난 20여 년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발적인 민간운동으로 추진해온 환경(보전형)농업 실천 운동은 이제 정부정책의 중요한 한 부문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정부 차원에서 관련 예산, 인력, 제도가 운용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¹)은 근대화과정의 생산력 지상주의의 주술 속에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증산정책에 역행한다는 이유 때문에 상당한 핍박과 억압을 받아왔으나 이제는 우리나라 농업의 유일한 희망이요 대안이라고 모두들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소위 잘 나갔던 유기농업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없어서 못 팔았던 유기농 쌀 9천가마가 묵은 쌀로 남아있고 공들여 재배한 친환경농산물들을 갈아업고 있는 마당에 친환경유기농업이 우리 농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친환경유기농업의 현실

환경보전과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의 친환경농업육성정책으로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이 매년 30%-40%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04년 친환경농산물 인증농가는 28,951호, 친환경 재배면적은 28,218ha,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은 460,735톤이었다. 품목별로 보면 전체 친환경인증농산물 중 채소류가 약 43% 수준을 차지하고, 과실류가 약 33% 수준이다. 인증단계별로 보면 저농약재배가 약 56% 수준으로 가장 많고, 무농약이 약 36%, 유기재배(전환기유기 포함)가 약 8% 수준이다.

최근 친환경농산물 시장의 급속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체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경지면적 기준으로 1.5%, 농가수 기준으로 2.3%, 생산량 기준으로 2.5%에 불과하다. 특히 유기재배 면적은 아직 전체 경지면적의 0.25%²)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 유기농업은 전세계적으로 108개 국가에서 약 56만 농가, 약 2,600만㏊(전년 대비 13% 증가)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재배면적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호주가 약 1,130만㏊로 제일 많고, 아르헨티나 약 280만㏊, 이태리 약 120만㏊의 순이다.

정부에서는 친환경농업을 농정의 제1목표로 설정하여 2010년까지 친환경유기농산물을 10%로 확대하고(유기농산물 2%로 확대), 2013년까지 화학비료·농약 사용량을 매년 5%씩 40% 절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정책수단이나 예산 편성이 필요하지만, 2005년도 전체농림예산 중 친환경농업예산은 약 0.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아직 친환경유기농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의지가 매우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진정한 대안농업 틀로서 친환경유기농업을 농정의 중심 축에 두는 농정기조의 과감한 전환이 요구된다.

  년도별 친환경 인증농가 추이

국내 친환경유기농산물의 시장규모는 04년에 5,500억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데 전체 농산물시장 유통거래액의 약 1.8%수준이다. 미국은 유기농식품이 전체식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정도이다. 품목별로 보면, 곡류 1,815억원(33.0%), 채소류 2,475억원(45.0%), 과실류 715억원(13.0%), 특작류 385억원(7.0%), 서류 110억원(2,0%) 등이다.

유통경로별 친환경유기농산물의 취급비중은 생산자의 직접 배송·택배를 통한 유통이 19.9%, 생산자와 소비자 제휴·신뢰관계를 토대로 한 직거래(한살림, 생협 등)가 15.2%, 생산자조직의 매장을 통한 판매(농협하나로클럽 등)가 36.0%, 대형유통업체를 통한 판매(백화점, 할인점 등)가 28.9%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 : 19.9% (직거래, 인터넷)
나. 생산자 조직 매장 등을 통한 판매 (농협 등): 36.6%
* 생산자조직 : 농협하나로마트 등 생산자 단체 매장
다. 생산자, 소비자 연계조직을 통한 판매 : 15.2%
* 생산, 소비자 연계조직 : 한살림, 생협 등
라. 전문 유통업체를 통한 판매 : 28.9%
* 유통업체 : 백화점 등 대형할인점, 친환경농산물 전문유통업체

기존의 직거래유통을 벗어나 농협유통과 유통업체의 취급비중이 늘어나고, 나아가 대형 식품업체 및 유통업체들의 시장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듯하다. 유통업체별로 친환경유기농산물 자체상표(PB)를 개발하는 등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외국산 유기농산물을 들여와 가공하거나 완제품의 형태로 유기가공식품을 수입하기도 한다. 작년에 유기를 포함하여 국내 전체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이 46만톤인데 비해 유기가공식품은 4,400여톤이 수입되었다. 00년도에 약 570톤에 불과하던 것이 8배나 늘어났다. 유기농식품의 수입액도 00년 780천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04년 12,608천달러로 무려 16배나 늘어났다. 용도별로 보면 제조용 즉 원재료를 수입하여 가공한 것 보다는 점차 완제품의 형태로 수입이 늘고있다.

  유기농식품 수입 현황 (단위 :톤,천달러)

* 수입 유기농식품은 외국에서 가공원료로 수입된 유기농산물과 완제품 상태로 수입되는 유기가공식품을 합한 것임. 자료 : 식약청(05)

  용도별 유기가공식품 수입 현황 (단위 : 톤,천달러) 자료 : 식약청(05)

이미 유기가공식품 시장을 외국산에 완전히 빼앗긴 데 이어 유기농산물 시장도 외국산에 급격히 잠식당하고 있다. 04년의 경우 수입유기농산물의 면적은 국내 친환경농산물 면적 대비 38.1%에 이르고 있으며, 국내 유기농산물 면적보다는 2.3배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 그 생산량은 국내 친환경농산물 생산량 대비 중 1.2%, 국내 유기농산물 생산량 대비 14.5%에 이르고 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유기농산물 인증량은 모두 1만6천톤인데 이 중 수입유기농산물이 7,946톤으로 무려 49%를 차지했다. 04년에 5,313톤이 수입되었는데 전년에 비해 5배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가공식품 원료용(두부용 대두, 참기름용 참깨 등)으로 주로 수입이 되었으나 최근 계절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키위(뉴질랜드)나 브로컬리 씨앗 등이 수입이 되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에는 국내 생산 인증량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수입유기식품이 국내 유기농식품의 자리를 본격적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유기농산물 수입량. 자료 : 농림부(05)

05 친환경농업육성정책의 평가
올해의 친환경농업육성정책은 04년도에 발표한 ‘친환경농업육성과 농산물안전성확보대책’(‘04 친환경농업 대책)의 05년도 추진 목표 달성을 위한 제반 정책 수단들이다.

1)「‘04 친환경농업 대책」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
「‘04 친환경농업 대책」은 「선대책 후개방」원칙에 따라 FTA, DDA협상, 쌀협상 등에 따른 대비책인 「농업,농촌종합대책」(04.2.)의 친환경농업분야와 농식품 안전성 분야의 중장기 발전 세부 실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농촌종합대책」은 참여정부의 농정의 비젼과 기본틀을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농업을 시장지향적 농업구조로 개편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친환경농업과 안전성을 제고하고 농산물 유통개혁을 통해 농업의 체질 강화로 지속가능한 생명산업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것이다.

「‘04 친환경농업 대책」은 개방화시대에 친환경농업으로 우리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 신뢰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대책은 ‘품목별 안전성 확보대책’, ‘친환경농업 확대를 위한 종합대책’,‘안전 축산물 공급대책’?등 크게 3개 대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친환경인증농산물 생산을 2010년까지 10% 수준으로 확대하고 화학비료 및 농약사용을 2013년까지 40% 절감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친환경농업 광역단지조성, 화학비료 차손보조를 중단하고 유기질비료 차손보조 및 녹비작물 종자보급 지속 확대, 시설원예작물의 합성농약방제를 천적방제로 대체하기위한 천적구입비 지원 등 친환경농자재 지원, 친환경농업직불제를 저투입농가까지 확대, 우수농산물 관리제도(GAP)도입, 친환경농업대상 제정 추진, 생산이력제의 단계적 도입 등의 다양한 정책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04 친환경농업 대책」은 화학비료 및 농약사용량 감축의 연차별 감축목표와 구체적인 감축방향과 정책수단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 과거의 중장기 계획이나 대책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매년 5% 수준씩 감축하겠다는 연차별 목표 설정과 벼, 사과, 배, 노지고추, 시설오이 5개품목을 비롯하여 주요작물의 시비 및 농약살포지침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정책사업을 확대하는 방향보다는 미흡하나마 새로운 정책수단을 개발하여 추진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천적방제사업, 광역단지 사업을 개발하여 정책화하고 있다. 또한 인센티브와 규제의 정책수단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환경농업대상 제정으로 지자체 등 친환경농업육성에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04 친환경농업 대책」은 친환경농업과 전혀 관련없는 관행(일반)농업의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전축산물 공급대책‘이다. 안전축산물 개념은 친환경농산물과 분명 거리가 있다. 축산식품 안전성강화를 위한 햅섭(haccp), 쇠고기 생산이력제는 친환경농업과 전혀 관련없는 관행축산의 내용이다. 유기(전환기유기)축산 육성 정책, 유기사료 기반 조성 등의 내용 들이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

친환경농업의 핵심어는 환경보전과 식품안전성이다.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에서 강조되고 있는 “고품질”이나 “안전성”이라는 개념 범주가 애매모호하다. GAP제도에 의해 농산물의 Traceability(추적 가능성)를 확보하고, 또 수입억제 효과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식품안전성과 관련하여 보면, GAP는 관행농업이 준수해야 할 원칙을 추적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친환경농업의 범위를 저농약보다 더 낮은 저 투입으로 낮추고 있다. 저투입까지 친환경직불제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내용(질)보다는 성과(물량)위주의 사고로 볼 수 있다.

셋째, 친환경 인증농산물 10% 확대 목표의 내용이 모호하다. 10%확대의 단위가 친환경농가수인지 면적인지 아니면 생산량인지가 불분명하다. 인증단계별( 유기농, 무농약 등) 육성목표를 제시하지 못했고 품목별로 육성대책이 없다. 또한 무농약, 유기농업 등 친환경유기농업의 단계별 정책수단들이 개발되어 있지 못하다.

넷째, 유통 및 소비에 대한 대책이 없다. 친환경농업은 생산,유통,가공,소비의 연계를 맺고 발전한다. 유통에 관련 내용이 수매자금 금리 인하, 물류센터 설립 중장기 검토로만 되어있는데 생산을 해도 팔리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년도별로 면적 및 생산량 확대목표는 있지만 이에 따른 소비, 판매대책은 전혀 없다. 판매 및 소비는 시장에 맞기면 된다는 식이다. 판매 및 소비를 고려한 생산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섯째, 민간의 참여를 배제한 점이다. 「‘04 친환경농업 대책」을 만들때 민간단체의 의견 수렴이 없었고 친환경농업 관련 주요 계획을 수립하면 ’친환경농업발전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위원회에서도 심의조차 안했다.

2) 05 친환경농업육성정책의 주요내용 및 문제점
05년도에는 농약 및 화학비료 사용량 감축 목표를 5%로 설정(화학비료사용량은 04년도의 337kg/ha에서 5% 감축, 합성농약은 04년도의 11.8kg/ha에서 11.2kg/ha로 5% 감축)하고 달성 하기위해 각종 여러 가지 정책수단의 지원 또는 규제들을 활용하고 있다.

첫째 유기질비료 지원 확대 등 친환경농자재 지원. 올해부터 키토산, 목초액, 천적 등의 친환경농자재의 영세율이 적용되고 화학비료 차손보조는 7월 1일 공급분부터 완전 폐지하고 대신에 유기질비료를 04년 60만톤(210억원)에서 올해에는 70만톤(245억원)으로 확대 지원하고 시설원예작물 천적방제사업이 추진된다.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등 수출작물 위주로 ha당 730만원의 천적구입비의 50%을 지원 또한 천적컨설팅 교육을 통해 민간?공공 컨설턴트를 연 750명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친환경유기농업은 농자재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흙(땅)을 살려 농사를 짓는 저투입 순환농업인데 친환경농자재 중심의 이른바 유기자재 사용 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농약 사용 절감을 위한 천적방제로 전환은 바람직하지만 장기간 현장(자연) 검증이 요구되는 인위적인 천적도입은 신중히 고려해야한다.

둘째,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업인에게 친환경농업이행에 따른 소득감소분을 지원하는 친환경농업직불제는(밭에 한하여 지급, 논은 논직불제에서 인센티브 지원) 전년도에는 제외되었던 신규 저농약 인증농가를 지원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직불 지원단가가 대폭 인상되어야 한다.

셋째, 마을농가 단위로 친환경농업 추진을 위해 시설 및 장비를 지원해주는 환경농업지구 조성사업을 지역여건과 사업규모에 따라 2-10억원 범위내에서 차등 지원하는데 04‘ 34개소 128억원에서 05’ 67개소 168억원 대폭 확대하여 추진하고 ‘광역친환경농업단지’를 조성하기위한 연구 용역사업 수행. ‘광역친환경농업단지’는 시군 단위 또는 읍면단위를 묶어 수계주변에 300만평규모로 2013년도까지 50개소를 조성하는 것인데 유통 및 소비를 고려하여 단지를 조성해야할 것이다. 또한 단지안(300만평) 모든 농업인이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야하는데 그럴만한 규모의 단지가 얼마나 있겠는가 ? 시범사업을 통해서 문제점을 보완하여 추진해야한다.

넷째, 친환경농산물 홍보, 수매자금 지원 등 친환경농산물 유통지원 강화
친환경농업 홍보 다큐멘타리 제작 및 방영, 도농교류 협력사업과 연계한 친환경농업 현장체험 추진, 직거래 수매자금 200억원 지원(연 3%)등의 내용인데 너무 소극적이다.

다섯째 친환경농업육성법 개정 추진
몇 차례의 우여곡절 속에서 정부가 올해 친환경농업육성법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정의를 바꾸고 인증농산물종류를 간소화, 유통업자인증제 도입 등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개정해야할 내용이 몇가지 있다.

우선 저농약인증농산물에서 과수만으로 품목을 제한하여야한다. 최근 「친환경농산물에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태도」 설문조사(농경연 8.12)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친환경농산물을 농약과 상치된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등급별 친환경 쌀 구매의사에도 저농약을 기피하는 것으로 조사된바있다. 물론 저농약도 제초제를 전혀 안쓰기 때문에 일반농산물과 차별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일반농산물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어 생산자들에게 불리하다. 정부는 지금 친환경인증의 대부분이 저농약이기때문에 어렵다고 하면서 2010년에 친환경인증농산물이 10%되면 검토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기반이 저농약 위주로 조성되어있는데 그때가면 더 어렵지않겠는가? 따라서 저농약중 55%를 차지하는 과수만 인증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과제 1차생산물 즉 농산물에 대해 아무리 철저한 인증절차와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유통과 가공과정에 대한 관리제도가 허술하다면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떠맡게 될 것이다. 그리고 농림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져 있는 유기식품관리는 하나의 법에 의해 관리되는 것이 효율적이다. 유기농산물외에 가공식품의 영역까지 확대해야한다.

셋째 과제는 수입 유기농축산물과 수입유기식품의 관리 체계를 세우는 일이다. 현재 국내 농산물의 경우 정부와 민간단체가 같이 인증을 하고 있는 반면에 수입유기농산물의 경우만 민간 인증기관이 수행한다. 정부는 국내 인증은 계속하면서 수입농산물 인증은 책임과 비난을 면하기 위해 민간인증기관에 떠맡기고 있다. 정부가 유기농산물에 대한 인증을 하려면 국내든 국외든 가리지 말고 모두 하든지 아니면 수출국의 압력을 면하기 위해 민간인증기관을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수입농축산물 인증을 정부가 맡는 것이 합리적이다.

넷째 과제는 유기인증에 대해 완전히 민간인증기관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정부가 유기인증을 계속 하는 한 민간인증기관은 발전할 수 없다. 생산자는 인증비용과 절차, 기준 등의 측면에서 심사받기가 쉬운 쪽, 즉 정부인증을 선호하고 있으므로, 민간인증에 대한 특별한 프리미엄이 없는 한 민간인증기관에 대한 기피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현재 인증 수요는 약 90%가 무농약과 저농약으로서 유기인증은 10%도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선진국의 유기인증 제도에 버금가는 철저한 관리체계로 민간인증관을 육성하고, 친환경농업 즉 무농약과 저농약에 대한 인증은 정부의 확대 정책에 맞추어 좀더 많은 농민을 참여시켜 예비 유기농가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따라서 유기와 무농약 두 가지를 나눠 민간인증과 정부인증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한시라도 우리의 인증제도 발전을 앞당기는 길은 유기인증을 2006년부터 민간인증으로 완전히 이양하는 것이다.

다섯째 과제는 유기농업 농자재 관리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영농자재는 유기농에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사용할 수 없는 것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 허용자재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생태계에 대한 영향이 고려되지 않은 채 수입산 농자재나 유전자조작된 원료로 한 농자재를 이용하는 농가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런 문제는 결국 생산자가 안전한 자재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주며 판매원의 왜곡된 정보를 의심하지 않고 구입하여 사용하는 일이 빈번히 생기고 있다. 이것은 결국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친환경 유기농업 예산 분석

환경(보전형)농업이 우리나라 농업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농민들의 변화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정부의 정책의지가 중요한데 이에대한 지표가 관련 예산이다. 올해 농림부예산은 8조 5256억원이고 그중 친환경농업정책과 친환경농업관련 주요 예산은 다음과 같다.

토양개량사업이 397억원(04년도 360억), 폐비닐수거 지원사업 26억원(04년도 동일), 울진 세계 친환경농업 엑스포 지원 10억원(04년 동일), 친환경농업 직접지불 69억원(04년 55억), 친환경농업 육성지원 67억원(04년 51억원)이다. 신규사업으로 원예작물 천적해충방제전환에 12억,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조성 4억, 오염농경지 특별관리에 6억으로 전년사업에 비해 22억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전년도 친환경농업정책과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논농업직불제사업(04년도 4,810억원중 친환경인센티브 8억)이 농지과(04.7)로 넘어갔기 때문에 친환경농업정책과 소관 친환경농업관련 예산은 유기질비료지원예산(210억)까지 합쳐도 801억원정도(비료,농약 적자보전 제외, 비료판매가격차손보전중 유기질비료 지원만 포함)이니 농림부 예산중 친환경농업정책과 예산은 1%도 안된다. 이 예산 중 친환경농업 육성사업에 실제 사용되는 금액을 보면 160억에 불과하다. 물론 전년도에 비해 많이 늘고 있다. 이것l은 말로는 경쟁력 있는 친환경농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돈의 쓰임새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돈이 많이 투입된다고 일이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비용은 투입해야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농업 정책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년도별 친환경농업관련 예산 (단위:억원)

마무리

우리나라 농업의 희망을 만들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친환경 유기농업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정부가 진행해온 모든 정책 집행 방식과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농민을 적극적으로 키워내는, 도와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일을 농업 농민 중심이 되도록 시스템을 짠다면 분명히 희망의 빛이 보일 것이다. 정부 중심, 기업 중심의 농업에서 농민 중심으로 모든 정책과 법을 바꾸고 농업이 이 사회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철학과 정신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친환경농업이 제대로 되려면 정부 정책과 생산, 인증, 유통 시스템이 서로 맞물리지 않으면 안 된다. 국내 친환경농업은 민간과 정부 간에, 민간과 민간 간에, 정책과 기술 간에 일치된 의견이 없이 진행되어 왔다. 각자 입장에 따라 차이를 인정하면서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친환경농업 정책 수립 초기부터 국내 농업이 안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까지 친환경농업 정책 추진에 꿰맞추려는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농업과 유기농업에 대한 방향과 목표가 서로 일치하지 않아, 정부 연구기관의 친환경농업 연구와 농자재에 대한 연구는 물론 법적 뒷받침도 미미한 수준으로 정부와 업자와 농민이 따로 노는 상황이다.

민간단체 또한 의욕은 앞서나 재정 자립도가 낮아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재정 자립을 위한 대책으로 친환경 농자재나 친환경 농산물 유통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따라서, 민간단체 또한 친환경 농산물이나 농자재 유통이 과연 농민 중심인지, 단체 중심인지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이렇듯 친환경농업에 대한 목표와 방향의 왜곡과 연구와 생산기술, 농자재의 낙후
성으로 인하여 수입 농자재와 이름만 친환경인 농자재가 판을 치고 있다. 또한 전통농법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토양 작물 관리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거의 없이 농민이 직접 실험 대상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들이 있지만 민간과 정부와 농민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친환경농업 정책과 생산, 인증, 유통 시스템이 이제는 초기 단계에 도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생산, 인증, 유통 시스템에 대한 경험과 기술적인 혁신이 따르지 않는 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언급했듯, 지금 세계는 이미 식량 문제에 직면해 있다. 작년 후반기부터 시작된 중국의 세계 곡물 수입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큰 여파를 미치고 있다. 곡물 값의 폭등이 몰고 올 영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핸드폰 팔아서 곡물을 수입해 먹으면 아무 걱정 없다는 수입개방론자들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따라서 식량 문제, 고용 문제, 환경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바로 친환경 유기농업임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한다.
2000년 5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유기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최종 확정하였다. 우리나라에 맞는 유기농업 기준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우리나라의 기후 환경과 지역의 전통을 잘 접목하여 발전적인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다. 결국은 소비자가 동의하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농민과 소비자가 동의하는 지향점은 결국 유기농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친환경농업의 성공 열쇠는 첫째 안전한 농산물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둘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을 확보하여 교육, 훈련을 하고, 셋째 사람과 자연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넷째 꼭 필요한 유기농자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세워 놓고 정부와 민간단체와 농민 간의 정책과 기술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이러한 목표를 세워놓고 정부 안에서의 협력(교육부, 국방부, 농림부 등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가령, 아이들 급식도 중요하지만 군인들의 급식도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또한 정부와 민간단체의 협력, 농민과 농민 간의 협력, 농업을 중심에 두는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 도시민의 농촌지원 봉사 조직의 결성, 농촌 귀농 희망자의 대대적 모집과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 흙과 물과 공기를 살리기 위한 도시민들의 협력과 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하고, 유기농업이 특수한 몇몇 농민과 도시민의 과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삶 속에서 유기적인 삶이 녹아들 수 있도록 국민 생활과제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우리 농업의 기본 목표와 방향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때다. 지금의 방식, 시스템을 모두 바꾸어 환경을 살리는 농업 정책 방향으로 큰 변환이 되어야 한다. 먹을거리와 농업에 대해서도, 이 흙과 물과 공기에 대해서도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성숙한 사회가 하루 빨리 되기를 기대해 보며 농촌 현장에서도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각주 -
1)환경보전형농업(환경농업, 친환경농업 등)의 용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여기서는 친환경 농업으로 통일하고자 한다.
2)2004년의 경우 전체 농산물 생산량 중 유기농산물(전환기 포함) 비중은 0.20%를 차지하고, 전체 농가수 중 유기농산물 인증 농가수는 0.27%를 차지하고 있다.


연재기획 '세계화와 한국농업' 순서

1. 기획소개 '세계화와 한국농업'
2. 거꾸로 가는 한국농업
3. 농업의 세계화 누가 주도하는가
4. 농업 구조조정- 경쟁력 지상주의를 답습하는 노무현 정부
5. 협동조합의 역할과 미래
6. 식량보장을 말한다
7. 친환경농업이 한국농업의 대안이 되려면...
8. 한국농업의 길
덧붙이는 말

글을 기고 해 주신 최동근님은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