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분회, 주주총회장서 공장이전 계획 규탄

용역경비와 마찰, 임신한 조합원 폭행당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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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륭전자 주주총회 장소인 광명 서울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 앞에서 피켓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는 기륭분회 조합원들/안창영 기자

29일 오전 9시 광명시 철산동 서울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에서 열린 기륭전자 제42기 주주총회에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참석,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날 주주총회에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소액주주 자격으로 들어가 회사 임원진에게 중국공장 이전 문제와 적자 이유 등에 대해 질문했으나, 대표이사의 회피와 회사측의 발언 방해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2003년부터 쭉 흑자를 기록해 오던 기륭전자는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흑자 폭이 줄어들다가 급기야 2006년에 1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조합원들은 이와 관련해 회사측이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가며 노조 탄압을 위해 용역을 사용해 온 것이 원인이 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2층 대강당 문 밖에서도 선전전이 진행됐다./안창영 기자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조차 외면해 온 기륭전자는 이제는 적자를 핑계삼아 공장을 폐쇄하고 중국으로 이전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주주총회에서 권혁준 대표이사를 경질하고 대주주인 에스엘인베스트먼트를 중심으로 이사들을 선임해 경영권을 넘기고 있다.

이에 분노한 조합원들이 권혁준 이사와 에스엘인베스트먼트 임원들이 주주총회 장소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 "우리 노동자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셈이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미리 동원돼 있던 수십 명의 용역 경비들이 이를 가로막아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기륭전자 측은 대부분 여성인 조합원들을 의식했는지 여성 용역 경비들도 대거 투입해 조합원들이 임원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검은 양복의 용역 경비들은 주주총회 장소 주차장에서 조합원들을 밀어내고 취재기자들의 카메라를 옷깃과 손으로 가렸으며 심지어 임신중인 조합원까지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이들은 조합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사과하겠다"는 말로 무마한 후 자리를 피했다.

  회사측 임원이 "중국 공장 이전 이유를 말해달라"는 조합원의 질문을 피하며 차에 올라타고 있다./안창영 기자

  조합원들과 용역 경비들이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임신한 조합원이 경비에게 맞아 조합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안창영 기자

  조합원들을 제지한 후 용역 경비들의 호위를 받으며 총회장을 빠져나가는 회사 임원의 차량/안창영 기자

소액주주로써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나온 김소연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은 "'적자의 이유를 규명하고 용역 비용 내역을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회사측에서 발언을 막고 질의응답시간도 주지 않았다"면서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주주총회에 큰 기대가 없었다,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눈 감고 귀 닫아온 그동안 모습과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에스엘인베스트먼트 중심으로 경영진이 구성되고 있는 만큼 에스엘 자본을 상대로 새로운 투쟁을 준비할 것"이라며 "중국으로의 공장 이전으로 고용이 불안해질 현장의 노동자들과 힘차게 연대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