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맑스, 이번엔 대안의 세계화

맑스코뮤날레 3차대회,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

맑스코뮤날레 3차 대회가 28일부터 3일간 서강대에서 열린다. 2003년 5월 '지구화시대 맑스의 현재성'을 화두로 삼은 지 4년 만에 열리는 대회다. 코뮤니즘과 비엔날레의 합성어를 의미하는 맑스코뮤날레는 당시 25개 주관단체가 2년마다 대회를 개최하기로 하였고, 2005년 건국대에서 가진 2차 대회 '맑스 왜 희망인가'를 거쳐, 이번 3차 대회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가 펼쳐진다.

맑스코뮤날레 결성선언문에 따르면 동구권 붕괴 이후 잊혀지거나 평가절하 되어온 맑스와 맑스주의 이론의 정신과 방법을 자본의 지구화라는 오늘날 시대적 상황에 되비추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강력한 이론적, 실천적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확인된다. 3차 대회가 얼마만큼 '강력한 이론적 실천적 공간'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내올 지는 미지수지만, 3차 대회 준비가 전 대회보다 다소 활기차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일단 고무적이다.

조직위는 2차 대회와 비교할 때 구성과 주제 면에서 한층 발전적이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우선 '21세기 자본주의와 대안적 세계화'를 전체 주제로 잡고 있다. 맑스코뮤날레 대회 맥락에서만 보더라도 '맑스의 현재성'과 '맑스가 왜 희망인가'를 물었던 4년 전, 2년 전 대회와 달리 '대안적 세계화'를 주제로 표현할만큼 대안 논의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있다.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조직위는 "미국의 헤게모니가 전면적으로 관철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안적인 세계를 꿈꾸는 자들은 맑스주의자 뿐"이라고 강조한 점도 그러하거니와 "3회까지 이끌어낸 것은 한국 좌파들이 장기전의 태세를 갖추었음을 의미한다"고 판단하는 것도 자신감의 반영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사회 계급투쟁의 발전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 노선을 전사회적으로 관철한 것은 한국 자본주의 내적 모순의 심화 및 추동에 기인한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지구적 자본축적 위기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아니라 세계 인민에 대한 억압과 착취의 강화, 제국주의 침략과 전쟁의 반복을 통한 파국의 전조에 지나지 않는다. 다자협상의 몰락과 과도적인 지역블록화 경향 및 자유무역협정의 부흥은 축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본운동의 필연적인 경향으로 분석된다. 한국 독점자본 역시 과잉축적에 따른 장기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미FTA를 추동해왔고, 참여정부는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파괴하는 가운데 폭력적인 방식으로 협상 타결에 이르렀다.

한미동맹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 합의, 한미FTA 타결, 그리고 노동유연화 확대를 위한 제반 법제도적 조치는 자본운동의 강제에 따른 계급투쟁의 산물이며, 자본주의 내적 모순의 심화와 유리되지 않는 정치적 결과물로 압축된다. 대안의 세계화는 이 계급투쟁의 과정에서 자본의 지구화에 맞서는 대안주체의 정치적 전망을 표현하는 키워드라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이론적 실천적 긴장감을 더하는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정치실천의 문제지만, 이론적 바탕과 정치노선 없는 대안의 세계화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서 대안의 세계화를 다루는 주제토론은 특별한 관심을 부른다. 문화과학이 담당하는 '코뮌적 생태문화사회',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코뮨주의', 경상대사회과학연구원의 '21세기 사회주의를 위한 대안적 경제전략' 노동자의힘과 진보평론의 '21세기 사회주의' 등은 3차 대회 전체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세션으로 꼽힌다.

맑스코뮤날레 3차 대회는 87년 20주년, 노동자총파업 투쟁 10주년을 맞는 계급투쟁의 기념사적 배경과 신자유주의지배연합 주도의 정치질서 재편이 이루어지는 정세의 한 가운데에서 펼쳐진다는 점도 주목된다. 맑스코뮤날레는 연구자들의 축제의 장이지만 조직위가 강조하듯이 현실 계급투쟁과 괴리된 훈고학적 학술대회가 아니다. 따라서 이론 논쟁이라는 축제의 현장에서 정치실천의 현실적 긴장감이 얼마나 살아있는가를 살피는 것은 핵심 관전포인트가 아닐 수 없겠다.

2년 전 '희망'으로 다시 거론된 맑스를 유쾌한 마음으로 만나게 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라는, 자유무역협정과 초국적자본운동이 활개를 치는 21세기 자본주의 한가운데서, 우리 사회 맑시스트들이 2년동안 대안의 세계화를 놓고 어떤 시나리오를 준비해놓았는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