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세력의 대표 인사인 유시민 의원이 16일 이해찬 의원의 뒤를 이어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했다.
유시민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에는 유연한 진보 노선을 가진 ‘좋은 정당’이 필요하다”며 “저는 맨 처음으로 돌아가 이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당에 몸 담은 채 이 일을 할 수는 없기에 대통합민주신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한미FTA 추진-사회투자 확대가 ‘유연한 진보’”
유시민 의원은 “우리 사회 온건진보 세력을 대표하면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정당’을 꿈꾸며 열린우리당에 참여했다”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신당까지 함께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신당에는 제가 꿈꿨던 ‘진보적 가치’가 숨 쉴 공간이 너무나 좁아 보인다”면서 “신당 내부에는 중도보수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노선 경쟁을 할 수 있는 정상적인 의사 구조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유시민 의원은 “진보적 정책노선을 가진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것이 하루 이틀에 가능하지 않은 만큼 저는 일단 무소속으로 총선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대구 수성을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유 의원은 “많은 동지들이 모이면 신속하게 신당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졸속 창당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한을 못 박지 않고 차분하게 역량을 모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창당 준비 기간은 5년을 내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10일 탈당한 이해찬 의원에 대해서는 “함께 진로를 상의해나가겠다”면서 “이 의원은 당의 정책 노선과 대표 체계를 문제 삼은 것이었고 저는 길게 보고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맥락이 다른 부분도 있고 같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친노 신당’을 계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퇴임한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정당을 만든다는 것이 되겠느냐”며 “노무현 대통령이 창당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저도 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무엇인가에 대한 반대를 위해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 뭉쳐야 한다는 정치구도는 이미 끝났다”며 “총선을 앞두고 분열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그렇게 되면 20년간 해묵은 구조 속에서 정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한미FTA를 통한 전면 개방으로 다양한 기회 속에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국가적 인프라를 제공하는 한편, 전통적 진보 가치인 사회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21세기형 유연한 진보”라며 “신당 내부에서도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적고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검증 과정을 거쳐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당이 하룻밤 사랑하는 러브호텔이냐”
신당 측 우상호 대변인은 “요즘 탈당하시는 분들은 왜 이렇게 당당하고 떳떳한지 모르겠다”며 “당이라고 하는 것은 일시적인 사랑으로 들르는 러브호텔이 아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책임지고 끌고 가야 할 가정 같은 곳이다”라고 유 의원을 비난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손학규 대표는 15일 유시민 의원의 탈당 의사에 ‘소중한 사람이니 같이 하자’고 권유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탈당했다”면서 “자기가 몸담은 당이었고 당 대선후보까지 하신 분이 이렇게까지 재를 뿌릴 수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