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 - 촛불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가 모두 시민이고, 대표다"

[기자의 눈] 민주주의를 위해 "이명박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

“원래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작은 희망이 남아 있었어요.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우리가 열심히 제기하면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요. 이런 게 이명박 대통령의 진짜 모습이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퇴진해야 해요”

1일 아침, 밤새 물대포를 맞으며 버틴 돈암동에 산다던 한 여성은 울먹이면서 말했다. 그녀는 이명박 정권의 실체를 본 순간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 정부의 수장이 될 수 없음을 성토하고 있었다.

성난 촛불은 명확히 이명박 정권을 겨눈다

31일 밤부터 시작된 성난 촛불의 시위는 “독재 타도! 이명박 퇴진!”을 명확한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과도한 경찰의 폭력으로 인해 생겨난 순간적인 구호가 아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 강행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비지니스 프랜들리’ 정책, 국민이 건강하게 살 권리 정도야 자동차 몇 대를 더 팔기 위해 무시하고 교육, 의료, 물, 전기 등 모든 시민들이 반드시 사용해야 하기에 더욱 돈이 될 만한 것들을 기업들의 이윤창출의 창고로 넘겨버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전반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의 폭발이었다.

시민들의 분노는 애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에만 있지 않았다. 중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촛불문화제는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 전국일제고사 부활 등으로 대표되는 4.15 학교자율화조치에 대한 분노가 함께 있었으며, 이후 의료의 영리법인화, 물의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의 각종 민영화 조치에 대한 분노가 함께 표출되었다. 이런 시민들의 분노와 불만을 이명박 정부는 경찰의 방패로, 물대포로, 특공대 까지 투입한 강제연행으로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오히려 시민들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매개체가 되었다. 촛물문화제에 스스로 참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배후가 있다’라는 유언비어 퍼뜨리기에 목맨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불러온 결과다.

이명박 정부, 멈추지 않고 각종 민영화 정책 쏟아내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음에도 멈추지 않고 각종 민영화 조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장관고시가 강행되던 지난 29일, 이명박 정부는 물 민영화를 본격화하는 계획을 제출했다. 29일 행정안전부는 ‘지방 상수도 통합 전문기관 관리계획’을 제출하고, 155개 시도지역의 상수도망을 고려, 3~15개 자치단체를 권역별로 광역화해 수자원 공사 등과 같은 전문기관이 관리하고 7개 특별시, 광역시는 경영혁신 후 자율적 판단에 따라 단계적으로 공사화를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정부는 지방상수도를 일단 수자원공사 등에 위탁한 후 권역별로 통폐합, 대형화 하고 통폐합 된 상수도를 기업으로 아예 전환하거나 민영화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계획은 6월 중순 경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에, 시민들의 목소리는 물대포 한 방으로 쓸어버리면 된다는 식에 시민들은 “이명박 퇴진” 구호를 당당히 외치고 있는 것이다.

  6월 1일 오전 경찰은 시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우리와 협상할 시민 대표는 앞으로 나와달라”는 방송을 했지만 시민들은 “우리가 모두 시민이고, 대표다”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경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美쇠고기 반대만이 아니다 이제 ‘민주주의’다

시민들은 매일 온 몸으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증명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온 몸으로 매일 밤 실천하고 있다.

시민들의 직접행동은 멈추지 않고 있다. 대표도 없고, 지도하는 사람도 없다. 경찰은 시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우리와 대화하고 싶은 시민 대표는 앞으로 나오라”는 말에 시민들은 “우리가 모두 시민이고, 대표다”라며 앞으로 걸어 나온다. 경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인내심이 바닥난 경찰이 특공대까지 동원해 방패로 찍고, 발로 밟고, 폭행을 가해 시민들을 해산시키려 하지만 시민들은 다시 경찰과 맞선다. 애초 경찰과의 몸싸움에 무조건 “비폭력”을 외치던 시민들도 이제 경찰의 폭력에만 “비폭력”을 외친다. 시민들의 폭력은 폭력이 아니라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그만해도 되지 않냐는 말에 시민들은 “끝장을 봐야 한다”라며 멈추지 않고 있다. 그리고 경찰의 폭행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는 다시 “2차 집결지는 시청 입니다”를 자발적으로 외치며 다시 모인다.

스스로를 대한민국 CEO라 칭하며 국민들을 모두 종업원으로 만들어 버린 이명박 대통령. “초를 무슨 돈으로 샀는가”라며 시민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의심한 이명박 대통령. 시민들은 이 사태를 명확히 “민주주의의 위기”로 규정내리고 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민주주의를 확장시키기 위해 “이명박 정권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의 촛불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