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대연합'의 트라우마가 부른 과잉 논쟁

민주대연합 - 반신자유주의연합 실체 불분명

그러니까 정리 좀 해보자. 민생민주국민회의의 연석회의 준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 손호철 교수의 칼럼, 단체 간부와 민주노총.산별노조 간부의 코멘트, 좌파 활동가의 발언..

무릇 노무현-심상정의 한미FTA 논쟁의 뒤를 이어 민주대연합-반신자유주의연합 논쟁이 확산됐다. 이 정도면 급격한 확산인데, 무지 덩치가 큰 논쟁인데, 뒤가 허전하다.

연석회의 참여한 진보신당.사회당 소득은 무엇?

4일 ‘경제·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각계인사 연석회의’(연석회의)에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와 최광은 사회당 대표가 참여했다. 주어진 3분간 준비된 발언을 했다. 진보신당과 사회당은 참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 5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한 자리에 모였다는 건, 연대운동의 맥락에서 볼 때 독특한 장면이다. 어렵게 해석할 일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만든 자리라고 보면 간단히 수긍이 된다.

분위기상 자리를 같이 한 창조한국당을 제외하면 의석을 가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합심이 돋보이는데, 이는 최근 양 당 대표의 잦은 만남의 연장으로 볼 수 있겠다. 맥은 ‘남북관계’에 있는데, 이왕에 ‘경제’ 문제까지 교감이 이루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진보신당과 사회당인데, 이 두 당은 지금까지 민주당과 호혜관계를 갖지 않았다. 지금까지 견지해온 입장이나 지지기반의 정체성을 고려해 볼 때도 민주당과 자리를 같이 하는 건 여간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최소 공통분모에 대한 공동대응의 명분, 그리고 비판과 대안의 차별있는 발언으로 실리를 챙긴다는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일단 두 당은 현실적인 판단을 한 듯 하다. ‘민주대연합’ 논란에 앞서 국회 바깥에 존재하는 원외 정당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 4일 오전 진보신당이 발표한 입장과 심상정 대표의 발언, 그리고 최광은 사회당 대표의 발언과 글에서도 엿보인다.

진보신당은 10대 정책에 분명히 제시되지 않은 한미FTA 즉각 폐기, 비정규직법 전면 개정,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중단 등을 사심없이 요구한다는 자세로 연석회의에 참여했다.

심상정 대표는 당일 발언에서 ‘고용.실업대란에 대한 대책’과 ‘국민의 기초생활을 지키는 대책’ 등 대안 실천방도를 마련하는 토론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대안 정책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할 이야기를 하러 왔음을 보여줬다.

최광은 대표는 짧은 연설 시간 동안 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최광은 대표는 “정리해고제와 파견제 도입에 반대하고,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무분별한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고, 비정규 확산에 반대하는 싸움을 함께 했는데 그 기억이 너무나 선명해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광은 대표는 민주당에 대해 “대안야당, 선명야당을 이야기하지만 타협과 협조는 있는데 실질적인 대안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의구심을 해소하고 함께 싸우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정이 있다”며 반성을 촉구했다.

불편부당을 무릎 쓰고 민주당과 나란히 앉았지만, 진보신당과 사회당으로서는 이 정도면 할 이야기를 한 셈이다. 그렇다면 연석회의 참여 자체가 ‘민주대연합’ 논란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은 4일 오후 진보신당과 사회주의노동자정당준비모임이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연석회의 참여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했음을 피력했다.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참여하기 전에 민생거국내각 부분은 반대했고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산법, 한미FTA, 비정규직 문제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청해 일정 부분 반영 되었다”고 말하고 “민주당을 포함하는 민주대연합은 반대 뿐 아니라 강하게 싸우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민생민주국민회의는) 현 시기 범진보진영의 공동대응기구로서의 유효성이 있다면 참여하는 게 맞고, 신자유주의 반대의 명확한 문제의식을 갖는 좌파적 실천은 틀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민생민주국민회의냐 아니냐가 아니라 반신자유주의 실천의 틀이 있다면 그 자체로 논의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광은 사회당 대표는 “이번 참여는 3대방향-10대정책에 주목했기 때문이고, 연석회의는 정치연합이라기보다는 정책 공조로 보고 사회당에서 공식 토론 절차를 거치지 않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최광은 대표는 “민주대연합과 반신자유주의연합이라는 두 개의 전선이 형성된다면 모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반신자유주의연합의 구체적 실천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민주연합으로 기울어진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은 대표는 오늘 발표한 글 ‘낡은 민주대연합과 실체 없는 반신자유주의연합’에서도 “사안별 공동대응과 정치연합을 명확히 구분할 것, 민주연합은 퇴행적인 정치 프로젝트이며 사회당이 거기에 참여할 일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굳이 갔어야 하나 딴지 걸수도 있겠지만, 진보신당과 사회당의 판단과 행보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연석회의와 ‘민주대연합’의 함수, 뜽금없는 일?

한편 지금까지 연석회의의 준비 과정을 보면 연석회의를 곧 민주대연합의 시작으로 단정할 이유는 없다. 민생민주국민회의가 민주대연합을 의식하고 연석회의를 추진해온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잦은 만남과 교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 등이 맞물리면서 민주대연합 논란이 시작됐고, 이 논란의 와중에 민주대연합 추진 동기로 볼 정황들이 불거진 것은 분명하다. 민주노동당 주요 간부나 산별노조 간부의 발언 등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안진걸 민생민주국민회의 정책네트워크 팀장은 연석회의에 대해 ‘한시적 민생정책연합’임을 분명히 했다.

안진걸 팀장은 “예산안 심의와 부자 감세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을 막아 민생을 챙긴다는 민생대책을 위한 연대로서 연석회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하고, 연석회의의 민주대연합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민주노동당에서 그런 뉘앙스가 엿보이고, 논쟁이 과도하게 되면서 오해받을만 하지만, 뜬금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가 제안한 토론회나 ‘고용.실업대란 대책’과 ‘국민의 기초생활을 지키는 대책’ 등에 대해서는 “이후 토론회 일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대책이 마련되면 민주당을 통해 설득하고 압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안진걸 팀장은 연석회의의 이후 활동을 묻는 질문에는 “상시적인 민생정책연합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놓고는 있다”고 답했다.

정대연 한국진보연대 정책위원장도 연석회의와 민주대연합을 연결하는 것에 경계했다.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처음으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여 공조 토대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정부와 한나라당의 예산안과 감세법안, 비정규법과 최저임금 삭감 등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대연합 논란에 대해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이 계기가 되긴 했으나, 민생민주국민회의는 사안별 연대 협력이라는 일관된 방향을 추진해왔다”며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했다.

민주당의 과거 반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연대할 수 없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연대는 검증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사안별 연대까지 제약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2010년 선거연합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섣부르며, 당면 실천을 2010년 선거 구도로 접근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고 “다만 진보진영이 독자성을 갖고 이명박 정권과 맞서는 전술을 펴는 데 있어 지방선거 공조도 부분적으로는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전선

이 정도다. 연석회의가 대책을 마련하여 민주당을 압박하는 실천이래야 많이 나가도 민생정책연합으로 귀결될 듯 하고,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대해서는 가능성 정도만 확인된다. 경우의 수가 높은 지라 지켜볼 일이지만 '대연합'이라 할 만할 지 현재로서는 단정할 수 없다.

해묵은 전선 논쟁이 다시 불거지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 이렇다 할 마찰이 없다. 민주대연합과 반신자유주의연합이 필요(중요)하다는 크고 작은 주장이 곳곳에서 부딪히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대중조직의 결정 논란도 없고, 강한 주장을 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실체로서의 논쟁은 확인되지 않는다. 두 종류의 정치연합에 ‘결정적인 구상과 계획’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과 연석회의 개최, 여기서 불거진 전선논쟁. 어찌 보면 지금 민주대연합 논란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풍경인지도 모른다.

민주대연합에 대한 오랜 피해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운 주체가 과연 있을까. 그 수혜를 받은 사람이건, 당한 사람이건. 행여 지금 논쟁에 민주대연합의 패배의 역사, 그 트라우마가 재생산 되고 있는 것이라면. 죽은 것이 산 것을 붙잡는 거라면, 정말 그렇다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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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당 , 진보신당 , 민주대연합 , 반신자유주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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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기자

    유기자,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다하네요. 참세상에서 민주대연합 관련 기사들을 유기자가 다 조직해서 논란 거리로 크게 부풀려 놓고 이제 와서 스스로 '과잉논란'이라 그러면 좀 웃기는 거 아닙니까?
    나는 민주대연합이 크게 논란이 될만한 사안이라는 걸 부정하진 않지만, 단지 일회적인 저널리즘적 논란으로 과잉 띄어놓았다가 다시 풍선에 바람을 빼버리는 식의 기사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유기자가 단지 부르주아 상업신문의 저널리스트가 아니라면 좀더 진지한 분석과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방식으로 독자를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중 저널리스트, 나아가 사회주의 저널리스트가 되려면 모름지기 부르주아 저널리즘에 특유한 정치공학적 접근에 빠져드는 것을 항상 경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swp

    현 '민대련'은 요 기사만보더라도 상시적 연대체로써 투쟁전선 광범위한 거대한 좌파판 만드는데 중요하다고 봄니다. 하지만 오늘 여의도 비정규집회 때 뿌려진 유인물(사노련과 노건추 등)은 민대련 비판 아닌, 자신의 정치적 반대 집단(민노총과 민노당)비판도 아닌 비난이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사람들은 남한 조직노동자계급(민노총 민노당 비판적 지지 철회만 외처)비난하는데 열성이며 거기 얻고자 하는 목적 매우 불순한 동기가 드러났다. 따라서 좌파정치를 입으로 외치며 단결 분쇄시키는 매우 이직적 종파주의 정치집단이 조직노동계급 책임질수 있는지 의문이죠. 이는 대중성, 운동노선이 패쇄적 집단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 자유인

    기사의 핵심이 적절합니다.
    기사의 의도도 분명하구요. 연대운동, 전선운동에 대한 분석기사를 더많이 써주세요. 필요합니다. 좋구요.
    헌데, 좀 쉽게-----. 더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요.
    이거를 현장 활동가들이 관심있게 읽겠는가요?
    유기자를 잘아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