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4월 1일 임시국회 첫날 본회의에서 14개 법안이 무더기 의결했다.
‘아고라 폐지법’인 저작권법 개악
첫 통과 법안은 '아고라 폐지법'이라 불리는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재석 의원 211명 중 144명의 찬성으로 통과했다. 언론악법 중 하나였던 이 법안은 지난 2월 국회때 여야가 합의처리를 합의했다. 법안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게시판 운영자와 불법복제·전송자를 강하게 규제한다”는 취지였지만 실상 아고라 같은 정부 비판적 게시판을 폐지시킬 길을 열어준 것이다.
통과된 저작권법에는 문광부 장관이 불법복제물을 올린 게시판에 3회 이상 삭제 명령을 한 뒤 불이행하면 최대 1년간 게시판을 폐쇄할 수 있다.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정부가 문제 게시판을 언제라도 폐쇄시킬 권한을 쥐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촛불집회때 네티즌이 활발히 활동했던 아프리카와 다음 등은 불법복제물 유통으로 압수수색과 대표 구속 등을 겪었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사실상 아고라 폐지법인 저작권법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는 물론 우리사회 민주주의를 퇴행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준도 안 된 한미FTA, 관련법부터 개정
이날 본회의에서 8번째 처리한 법안은 ‘대외무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재석 의원 200명 중 168명이 찬성했다. 이 법안은 한미FTA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법안 9조 1항에 “우리나라가 체결한 무역에 관한 조약의 이행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련 공공기관, 기업 및 단체 등으로부터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무역에 관한 조약’에는 당연히 자유무역협정(FTA)도 들어간다. FTA 체결로 발생할 정보제공의무 이행을 위한 사전 조치다. 한미FTA 국회 비준도 않은 상황인데 관련 법 개정을 먼저 해버렸다.
이정희 민노당 의원은 법안 통과 직전 반대토론에서 “대외무역법 개정안은 한미FTA 중 핵심 재검증 대상인 정보제공 조항을 이행하려는 것으로 재검증 전에 이를 이행하자는 법안을 통과시킬 순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한미FTA로 이익을 볼 것이라고 했던 섬유산업은 미국이 요구했던 원산지 검증과 예고 없는 현장실사제도, 섬유 특별 세이프가드 등이 포함돼 한국은 매년 미국이 섬유 수출 기업의 경영 상태, 기술과 생산 능력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사항으로 지적돼 왔다. 이정희 의원은 “한미FTA 재검증과 비준동의를 건너뛰고 무조건 이행부터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대주택의무 없앤 도시주거환경정비법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재석 의원 190명 중 145명이 찬성했다. 기존 법에는 과밀억제권역에서 주택재건축사업을 할 때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25%이하의 범위 안에서 임대주택을 의무 공급해야 했다. 그러나 국회는 임대주택의무조항을 없애고 대신 권고사항으로 소형주택 건설을 넣었다. 지자체가 이 소형주택을 사서 임대주택으로 제공토록 했지만 역시 의무조항은 아니다.
국회는 이 개정으로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임대주택 의무공급제도에 내린 합헌 결정마저 훼손했다. 이정희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용산참사 두 달 만에 국회는 세입자의 입주를 더 어렵게 하는 임대주택 의무조항마저 폐지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회는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비정규직법과 해당 노조의 반발이 거센 4대 보험 통합징수법(국민연금법),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은행법, 한미FTA 비준동의안에다가 28조9천억원의 슈퍼추경까지 처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