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주년 노동절 ‘다양한 연대’ 실험

노동자 학생 여성 등 4만여명 여의도에 한자리

민주노총은 5월 1일 119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서울을 비롯 전국 13곳에서 동시다발로 노동절 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을 포함해 50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119주년 세계노동절 범국민대회 조직위원회’는 서울에서 오후 3시부터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4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범국민대회는 119주년 세계노동절을 기념하고 촛불정신 계승, 민생.민주주의 살리기, MB정권 심판을 기치로 열렸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회에서 노동자와 시민 4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민주노총 사회연대 선언’과 ‘범국민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날 노동절 범국민대회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열렸다. 1부는 민주노총 신승철 사무총장의 사회로 열렸다. 1부는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예년의 노동절 대회였지만 여는 인사부터 민주노총의 연대의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여는 발언에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와 이원기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이 올랐다. 그만큼 여성과 학생과 연대에 힘을 실었다. 여는 말 이전에 상영한 각계각층 동영상 인사말도 풍성한 연대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윤기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은 “이명박 정권 심판없이는 대학생의 미래가 없다. 등록금과 청년실업으로 대학생들이 죽어가는데 이명박 정권은 절박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윤인순 여연 대표는 “지난 4.29 재보선을 통해 각 부문과 계층에서 민주적 역량을 확인했는데 이제는 많은 단체가 하나의 연대로 나가야 승리함을 느끼지 않았냐고 반문하고 여성계도 사회연대 투쟁에 함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화공연도 전국학생행진의 새내기 율동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전국학생행진은 한국대학생연합과는 다른 노선의 학생 단체다. 민주노총의 넓어진 연대의 폭과 소수에 대한 배려가 공연에도 묻어났다. 20여 명의 대학생 새내기 공연은 서툴고 박자를 놓쳐 자주 틀리긴 했지만 잘 짜여지고 다소 딱딱한 노동자 집회와는 달리 재기발랄했다.

진보정당도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정당인 민주노동당만이 아니라 진보신당도 함께 올랐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모두 연단에 올라 함께 손을 잡았다. 4.29 총선에서 원내에 진출한 진보신당이 민주노총의 큰 집회에서 공식 발언을 한 점은 향후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정부와 한나라당은 엊그제 재보선에서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냉혹한 심판에 귀를 닫고, 바로 어제도 재벌들의 곳간을 채우는 수십 개의 법안을 일방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조승수의 승리는 진보신당만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공동의 승리다. 이 승리는 처름부터 단일화를 강력히 촉구한 민주노총의 승리다. 이번 노동절을 계기로 총반격을 시작하자”고 주문했다. 두 사람의 연설에 이어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무대로 올라 세 사람이 함께 손을 맞잡았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가 아닌 사회연대 선언을 발표했다. ‘사회연대 선언’에는 △한국사회 경제위기 원인과 문제점 △민주노총 활동에 대한 반성과 평가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방향과 비젼 △사회연대헌장 제정운동 제안 등이 담겼다.

임성규 위원장은 사회연대 선언에서 “조직된 노동자 만의 임금·고용투쟁을 넘어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이주노동자 등 전체 노동자의 차별을 해소하고 노사간의 임금투쟁 뿐만 아니라 의료·교육·주거·등 사회보장 제도를 확충하고, 사회구조의 근원적 개혁을 외쳐야 한다”고 사회연대‘헌장’ 제정운동을 제안했다.



이어 열린 노동절 대회 2부는 더욱 연대의 폭을 넓혔다. 연맹별 사전 집회-사전행사-본대회 순이던 예년의 방식을 벗어난 2부는 김일환 영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이 사회를 맡았다. 김일환 회장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1부의 경직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2부 대회를 이끌어갔다. 노동절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대학생이 사회를 봤다. 청년실업과 대졸초임 삭감에 민주노총이 적극 연대를 해가겠다는 의지다.

2부 대회는 연대의 확정으로 지난해 봄 여름을 달구었던 촛불과 만났다. 2부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노래합창으로 시작했다.

첫 발언은 촛불을 가장 먼저 주도했던 청소년들이 나왔다. 청소년들은 발언 뒤 공연도 보여줬다. 용산학살 유가족도 무대에 올랐다. 촛불지킴이 다인아빠도 무대에 올랐다. 용산 살인진압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도 무대 위로 올라 유족을 대표해 권명숙 씨가 발언했다.

조직위원회는 범국민 행동 선포 및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10대 요구안은 △노동자·서민을 위한 민생정책 △최저임금 및 최저 생계비 현실화 △전국민 실업·사회안전망 구축 △일할 권리 보장 △농업과 농민 살리기 정책 시행 △국민기본생활보장 △노동기본권 보장 △뉴타운 재개발 중단 △MB악법 즉각 폐기 △남북대화와 협력방안 추진 등이다.

이날 오후 5시께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공공운수연맹 대오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신길역까지 행진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지난해와 같이 마라톤대회로 노동절을 기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전 국민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