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허가 난 인권영화제도 경찰 차벽

사용허가 공문 보여줘도 “연락 못 받았다” 막무가네

5일 오전 6시 20분께 경찰은 13회 인권영화제가 열릴 예정인 서울 청계광장 무대 주변을 봉쇄했다. 인권영화제측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서울시 허가를 받고 무대와 음향시설을 쌓고 있었으나 경찰의 봉쇄로 무대와 음향설치를 중단했다. 경찰은 광장 주변도 차벽으로 둘러쌌다.


영화제를 주최하는 인권운동사랑방은 전날 우여곡절 끝에 청계광장 사용승인을 받았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1일 청계광장 사용취소를 결정했다가 영화제 측이 항의하자 4일 저녁 ‘주변 여건 변화 등’을 이유로 사용을 허가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이미 5개월 전인 1월 23일에 청계광장 사용 신청을 내 2월 17일 ‘청계천 시설사용 허가’를 받았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광장을 막은 기동대 지휘관에게 사용허가 공문을 보여줬지만 종로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병력을 빼지 않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이 사용허가 공문을 보고서도 무대.음향설치를 막자 음향사 관계자도 답답해했다. Y 모 음향사 관계자는 “새벽에 일찍 무대.음향을 설치하고 9시까지 수원에 있는 문화제에 가야 하는데 그저 기다리고만 있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종일 잡혀 있는 음향설치 스케줄도 전부 엉망이 됐다. 이 관계자는 “전엔 경찰이 나중에 행사를 막더라도 무대나 음향은 설치하게 하는 유연함이 있었는데 요즘은 무조건 안 된다고 해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오전 7시 40분에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담당 과장이 나와 현장에 있는 임 모 지휘관에게 허가를 내줬다고 해명했지만 이 지휘관은 “종로서에서 연락이 와야만 병력을 뺄 수 있다”고 답했다.

담당과장은 30여분 뒤 종로경찰서를 만나고 와 “사용신청서에 오전 9시 부터로 돼있어 9시가 되면 병력을 빼기로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약속대로 9시에 병력을 철수시켰지만 광장을 둘러싼 차벽은 그대로 두었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인권영화제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의 등급제 심의에 항의하며 작년부터 야외 상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