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타임오프 투쟁 전반기 승기 잡아

85개 사업장 타임오프 한도 넘겨 타결 될 듯
기아차는 타임오프로 노조무력화 노골화

7월 1일 시행되는 타임오프 한도가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있는 가운데 금속노조가 정부와 힘겨루기에서 일단 승기를 잡았다. 현대기아차 계열사들이 노조 요구안에 거부 입장만 고수하고 교섭에 불참하는 등 6월 내 합의를 외면하고 있지만, 85개 사업장에선 사용자들이 노동부가 정한 타임오프 한도를 넘겨 사실상 타결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그 동안 타임오프 매뉴얼 등을 통해 편법이나 타임오프 한도를 넘겨 타결하면 엄벌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쳐 왔지만 노조가 현장에서부터 이를 사실상 무력화 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교섭이 진행되지 않는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금속노조는 24일 오전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현대그룹 계열사 소속 노조 지부, 지회장 등이 모여 “재벌 대기업과 그 계열사 사용자들이 6월 말까지 성실히 교섭에 임해 올 단체 교섭을 원만히 타결할 수 있도록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6월 부분파업에 이어 7월 총파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는 어제(23일)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마치고 노조 회의실에서 500인이상 사업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각 현장 대표자들은 타임오프 투쟁이 해볼만 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처음 투쟁을 시작할 땐 타임오프 투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80여개 사업장이 어렵지 않게 타결에 이를 것으로 보이자 승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29일 7월 투쟁 계획을 확정하고 기아와 대우차가 내부일정에 따라 투쟁에 나서면 7월엔 더 강도 높은 투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새 노조법 시행일인 7월 1일을 앞두고 금속사업장은 노사 간 자율적인 의견일치가 늘고 있다. 노조 요구대로 타임오프 한도를 넘겨 사업장 단체협약 조항을 현행대로 유지시켜 주겠다고 의사를 전해온 사용자들이 24일 오전 10시 85곳으로 늘어났다. 6월 말까지 지부별 집단교섭과 사업장교섭이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엔 5백인 이상 사업장도 7곳이나 되는 상황이라 타임오프 한도를 통한 노동기본권 제약을 현장에서 막아낼 자신이 생겼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타임오프 한도에 따르게 되면 금속노조 소속 지회 15곳을 제외하고 모든 곳의 전임간부 수는 강제로 줄어들 상황이었다”며 “이번 의견일치 흐름은 그 자체로 타임오프 범위와 한도를 뛰어넘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금속노조와 관계사용자들은 의견일치를 본 85곳 사업장 명단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을 계획이다. 해당 사업장이 드러나는 순간 노동부가 그 사업장을 표적으로 온갖 불이익을 행사할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김성락 기아차 지부장은 "노조는 파국을 원치 않는다"며 사쪽에 교섭을 촉구했다.

기아차 사쪽, 타임오프 넘어 노조무력화 안까지 전면 내걸어

한편 교섭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기아차를 중심으로는 7월 노사관계 파국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기아자동차 사쪽은 공문과 가정통신문 내용증명서 발송 및 전단지 배포를 통해 △7월 1일부터 조합원교육과 총회 및 대의원대회 무급처리 △단체협약에 의해 제공해오던 업무용차량과 컴퓨터 등 각종 집기 반납 △노조 교육위원 및 상집간부 2백18명 무급휴직 △원직복직 불응 시 징계 절차 돌입 시사 등을 공식 엄포하고 나섰다. 기아차 노조는 이에 맞서 24일 오전 8시30분부터 부재자 투표를 시작으로 오후 8시30분부터 오는 25일 오후 1시 30분까지 소하리, 화성, 광주 등 5개 지회별로 쟁위행위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사쪽이 파국에 이를 만큼 강력한 노조무력화 안을 전면에 내걸면서 사실상 타임오프 대리전 양상이 된 꼴이다.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노조탄압을 목표로 한 이들의 동시다발적인 태도는 일단 7월로 국면을 미뤄보자는 뻔히 다 보이는 유치한 전술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대기업들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원하청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반사회적 행태를 보이다 못해, 전국 사업장 노사관계조차 재벌그룹 차원에서 총괄 지휘를 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강하게 풍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현대기아 중심의 대형 사업장에서 개악 노조법이라도 현장에 원만히 적용 할 생각보다는 이 기회에 노조를 어떻게 말살한 것인지 노골화 하고 있다”며 “금속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7월에 현대기아를 중심으로 강도 높게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금속산업 180개 사업장이 교섭 중인데 유독 현대그룹 계열사만 기아차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협상을 못한다고 아우성인”이라며 “그룹 총수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현대기아 대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큰 파장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성락 기아차 지부장도 “기아차 지부는 노사 파국을 원치 않으며, 사측은 신의성실의 원칙으로 교섭에 나서야 한다”며 “신속히 교섭을 해서 조합원들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