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협해지 반발 철도파업 유죄 논란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 집행유예 3년..“노조는 단협체결이 목적인데”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강성국 판사는 2일 2009년 파업을 파업주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에게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조간부 등 4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철도노조는 “100여개가 넘는 단체협약 개악안을 강요하며 백기항복을 압박하는 사측에 맞서 철도노동자의 선택은 무엇이여야 했느냐”며 “관련 법률이 규정하는 대로 쟁의의 주체와 절차, 방법, 목적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다 해왔고 지극히 평화적인 방법으로 노동기본권을 행사했다. 단 한건의 위반사례도 남기지 않는 치열한 노력을 했다”고 강조했다.

강성국 판사는 철도노조가 2009년 5월과 9월 한 파업을 두고는 "쟁의행위의 목적과 절차에 비춰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009년 11월과 12월 파업을 두고는 "이전과 달리 철도공사와 노조의 단체교섭이 시작된 이후에 벌어져, 노조 측이 단체교섭을 촉구하려던 것이 아니라 해고자 복직, 공기업 선진화 저지 등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벌인 것으로 그 목적에 정당성이 없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철도노조가 공투본 일정 등에 따라 시기집중 공동 투쟁을 벌인 것이 선진화 저지 파업이었다는 것이다.

강 판사는 "파업 기간이 짧지 않고 그 피해 적지 않은 점, 파업을 함으로써 실수요자인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점 등을 고려할 때 엄히 처벌해야한다"면서도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노무를 제공하지 않는 비폭력적 방법으로 파업을 한 점, 상호불신이 상승작용해 파업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사건 이후 단체 협약이 원만하게 진행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선고가 나자 철도 노동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정한 철도노조 직무대행은 “노동악법이라도 성실히 준수한 파업이었는데 이런 식이면 노동자가 어떻게 법을 준수하느냐”며 “공투본 일정은 이미 판례에도 나와 있고, 단협에 포함된 내용으로 파업을 했는데 단협해지 유도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 “단협체결이 목적인 노동조합이 단협해지에 맞서 파업을 못하게 되면 단협체결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명백한 정치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철도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 판결은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단협을 해지해도 노조에 대항권이 없다는 것”이라며 “단체협약 해지에 맞선 파업에 정당성이 없다면 경영계는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하다 단협을 해지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파업을 불법화하면 어떤 사용자가 교섭에 성실히 나오겠느냐”며 “단협해지에 맞서면 불법인데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노동기본권을 부정한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 국제적으로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후진국으로 알려졌는데 또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것은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철도노조는 즉각적인 항소와 함께 철도 파업의 합법성을 되찾기 위한 총력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