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에 목도리 한 사람이 제 아냅니다. 예쁘죠?”

울산 현대차 정문 앞 촛불집회, 농성장 생중계

27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가 1공장 농성장 안에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생중계 됐다. 점거농성 13일차 밤, 가족이나 연대 온 노동자들을 만날 수도 볼 수도 없는 농성장 노동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영상으로 촛불문화제를 함께했다.

  밖을 볼 수 없는 농성장 안 노동자들은 촛불문화제 화면에 하나 둘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간간히 농성장의 한 노동자 아내가 화면에 잡혔다. “내가 보고 있는 줄 아는가, 자꾸 보여주네. 저기 저 맨 앞에 목도리 한 사람이 제 아냅니다. 예쁘죠?” 결혼 5년차인 그는 아내가 평일에는 일을 나가고, 주말에 가족대책위 천막에서 저녁도 먹고 촛불집회도 참석한다며 화면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화장실 벽에 기댄 채 아내가 또 화면에 잡히지 않을까 눈을 떼지 못하는 농성장 노동자

그는 이번 파업을 시작하면서 사원증 아니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왔다고 했다. “마음이 괴롭죠. 하필 비정규직 남편을 만나서… 신랑 정규직 만든다고 저렇게 추운 날씨에 길거리까지 나왔네요. 그래도 이렇게 보니까 힘이 많이 나요. 제가 이번 파업으로 집에서 나올 때, 아내한테 ‘꼭 현대자동차 사원증 받아서 나온다’ 그랬습니다. ‘사원증을 받아서 나오든지 죽어서 나오든지 둘 중에 하나’라고.”

가족들의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가족대책위 얼굴들이 하나 둘 화면에 비치자 농성중인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화면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화면이 사라질 때까지 쉽게 자리를 뜨지 못 했다.

한편, 몇몇 노동자들은 촛불문화제 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영상이 나오는 노트북 앞에 모여 농성장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연대대오를 확인하기도 했다. (울산=미디어충청,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

  조합원 토론을 마친 노동자들이 노동자대회 영상을 켜놓은 노트북 앞으로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