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새해 첫날 청소노동자 ‘전원 해고’

학교 측 대책 마련 부재, 대화 회피...노조 본관 6층 점거농성 돌입

2011년 새해 첫날, 홍익대학교 소속 170여 명의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들이 집단해고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학교 측은 해고 통보 과정에서, 어떠한 대책이나 상황 설명 없이 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때문에 140여 명의 노동자들은 3일 오전 9시부터,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본관 6층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총장 면담을 통한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농성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새해 벽두부터 해고 통보, “이제 우리와 상관없으니 집에 가라”

홍익대학교가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한 날은 지난 2일 새벽이었다. 학교 직원들은 일을 시작하려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이제 당신은 우리와 상관없으니 집에 가라”며 대기실 열쇠를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경비노동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해고를 통보했으며, 시설노동자의 경우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근무지의 비밀번호를 바꾸어놓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에 대해 학교 측은 용역업체 측의 계약 포기가 주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학교 측이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세우며 용역업체의 계약 포기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익대는 업체와의 계약 과정에서 낮은 용역 단가와 단기적인 용역계약 연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홍익대가 용역업체를 상대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인건비가 책정된 용역비 단가로, 단 3개월뿐인 용역계약 연장을 요구했기 때문에 두 곳의 용역 업체가 계약을 포기한 것”이라며 “오죽하면 용역 업체가 너무 한다며 못하겠다고 하겠냐. 우리는 3개월짜리 인생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학교와 용역업체와의 관계 속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왔지만, 학교 측의 성의 없는 대처는 노동자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해고 소식을 전해들은 노동자들은 곧바로 총무과를 찾았지만 문전박대만 당했을 뿐, 별다른 대책을 논의하지 못했다. 이재용 차장은 “몇 번이나 총무과를 찾았지만, 직원들은 (상급단체에 대해) 아줌마들을 팔아서 장사한다는 식의 욕설을 했고, 자신들과 관계없다며 이야기를 회피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3일, 총장실 앞 점거에 돌입했으나 이에 대응하는 학교 측의 입장은 변화가 없었다. 이숙희 홍대 분회장이 “10년 동안 잡다한 일을 시켰으면서, 170명 해고에 대한 학교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노동자 해고를 총장이 지시한 것이냐”라고 물어도 학교 측 관계자는 “답변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일터를 빼앗은 적이 없다”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낮은 임금, 고강도 노동, 노조 탄압...그리고 ‘해고’

학교는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한 후, 임시방편으로 대체인력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금옥 홍대 부분회장은 “오늘 아침, 다섯 명의 청소아주머니들이 대체인력으로 투입되어 중요 건물에 한해 청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비 업무 역시 아르바이트 학생과 학교 직원이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오랫동안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 업무를 수행해 왔던 노동자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해고와 인력 충원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금옥 부분회장은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며 75만원의 임금을 받았고, 한 달 식비는 고작 9천 원이었다”며 “특히 청소아주머니들은 근무지 외의 청소도 수행해 왔으며, 경비아저씨 같은 경우 학교의 동원은 더욱 심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경비 노동자들은 학교 측의 요구에 따라 교수들의 이삿짐을 나르거나, 쓰레기 청소, 하수구 청소등도 수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홍익대학교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들은 지난 12월 2일 노동조합을 결성했으며, 170여 명 중 140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하지만 노동조합 결성에 대해 학교 측은 불편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유안나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학교는 노조 출범식조차 학교 안에서 할 수 없다고 막았으며, 조합원들을 대량해고 해 놓고도 총무처는 노조와의 대화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조직차장 역시 “학교 측은 업체와의 계약해지 후, 노동자들에게 일 하고 싶은 사람은 학교 측에 직접 얘기하라고 통보했다”며 “이는 분명 노조원들을 분열시키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노조 결성 이후, 업체와 3차례에 교섭을 진행했고 업체에서도 노조의 요구조건을 일부분 수용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업체와의 계약 과정에서 이 요구조건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안 없는 일방적 해고, ‘도덕’조차 부재한 대학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를 잃은 고령의 노동자들의 생계문제다. 많게는 십년까지 학교에서 근무 해 왔던 노동자들은 대부분 50~60세가 넘는 연령층이다. 그동안 몇 번의 업체 변경에도 고용승계가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해고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 놓지도 않았다. 유안나 조직차장은 “업체와의 재계약 불발에도 학교가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대체인력을 투입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교가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대책마련조차 하지 않는 것은, 노동자들이 학교 측에 직접고용 되지 않은 비정규직이라는 명분 때문이다. 때문에 공공노조는 지속적으로 대학에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직접교섭을 실시하라며 요구하고 있으나 대학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학 측은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했을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있어 민감한 부분이자 가장 큰 부담인 ‘등록금 인상’은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학교 측이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등록금’문제는 사실상 학교 측의 잘못된 재정 운영에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로 매 년마다 학교가 쌓아놓는 이월적립금은 등록금 인상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서경지부 장성기 사무국장은 “홍익대의 경우, 매년 1800억의 등록금 수입이 발생하며, 그 중 500억은 이월적립금으로 쌓아두고 있다”며 “반면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에 대한 1년 예산은 27억 원으로, 4대 보험과 퇴직금, 연월차를 제하고 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학교 측은 업체와의 계약 과정에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용역단가를 강요하면서, 대학의 ‘도덕성’은 타격을 입게 됐다.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대학교 건교 이념은 2011년 청소, 경비, 시설노동자에게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나”면서 “홍익대가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고용안정 및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책임 있는 방안을 내 놓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

비정규직 , 해고 , 공공노조 , 청소노동자 , 홍익대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pso

    홍익대학교는 하루빨리 순리와상식적으로접근하여 노동자들의생존권보장은물론 홍익대학의이념에더이상의 누가되지않길바라며 상급단체또한직접개입하여 해결의실마리를찾아주길...

  • 도홍대생

    이런 말도 안되고 일방적인 기사 따위 보고 믿지들 마시길 바랍니다. 평소 학교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홍대학생이지만 이 기사는 너무 편파적이기 짝이 없군요. 확실한 건 학교측에서는 최저임금을 보장했고 동정심을 호소하는 듯한 이 사진과는 무관하게 용역회사와의 협의 계약하에 인력을 충원했다는 것 또한 확실히 집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많은 어르신들의 해고가 아니라 회사와의 재계약 무산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게 된 이유는 어디 있는 걸까요. 용역회사측에서는 기본임금의 170%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터무니 없는 인상은 누구의 돈에서 나가는 걸까요. 저희 홍대생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고 이에 대한 학교의 강경 반응은 아주 합당하다 생각합니다. 이 기회에 학교측에서는 외부 업체 혹은 인력의 사용을 줄이고 교직원으로서의 인력을 충원하여 이런 일이 두번 없도록 미연 방지해야 할 것입니다.

  • 홍대생

    학교는 쓸데 없는 곳에 돈을 축척하지 말고, 밤낮으로 고생하는 용역들에게 급여 인상과 노동권을 보장해라. 쓰레기들아
    쌓아두고 올릴줄만 알았지. 올바르게 쓸줄모르는 놈들

  • 도홍대생

    억지스럽고 수동적인 업체와 노동자들의 생권보장 보다는 매학기 대출금 쌓아가며 학교다니는 학생들의 생권을 보장하는 것이 학교측의 의무가 아닐까요

  • 도홍대생

    홍대생님말에 동감합니다. 빌어먹게 축적하는 돈, 말도안되는 환경조성에 퍼붓는 돈 의미없고 이해되지 않습니다만, 이 문제에 대해선 좀 더 깊이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새물결

    진리의 상아탑을 자임하는 거대 사학재벌들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암덩어리들 입니다. 도려내야 할 공공의 적들인게죠. 지성의 전당,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 멍멍

  • 경비원

    경비원들은서럽다.1ㅇ년이상일하고.90만원정도받는대,이추운겨울에쫓게나다니.설도한달밖에안남았다.홍대는각성하라,비정규직은사람도아니냐.저런학교에학생들이무엇을배울것이냐,사람팔자알수업다,제발잘해결해주시길,정부도개입해야한다

  • 졸업생

    학교를 사랑하는 졸업생입니다. 어쩌다 학교에 들리면 잘지내냐며 인사해 주시던 어르신들이 다 해고 됐다니 마음이 씁쓸합니다. 학교도 기업이고 운영하려면 예산감축과 긴축제정이 필요하겠지요... 다만 함께 일한 사람들을 품고 갔으면 합니다. 업체가 변경되어도 일했던 사람들이 다른 업체로 이전되어 근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존경하는 총장님 이사장님 경영보다 교육의 근간과 교육이념이 우선시되는 학교가 되기를 바립니다. 고용업체직원이기 이전에 총장님 이사장님 에레베터 잡아주고 청소해 주면서 환하게 인사하시던 분들입니다. 신묘년 토끼의 지혜로 사람과 나라를 품고 학생을 가르쳐 존경받는 학교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방울이맘

    정말 나쁘다.. 그동안 청소해주고, 경비 서주고 한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찬밥대우 할 수 있는지..인간성이 느껴진당.. 나쁜 사람들... 정말 해결책을 찾아주는 어떤 방도가 있었음 좋겠습니당.

  • 관심자

    용역업체의 직원인 분들이 왜 학교에 다가 그러시는 건가요?? 제가 잘 모르는 건가요?? 해당 용역업체가 다른 학교로 보내주면 되는거 아닌가요? 소속이 홍익대학교 직원이 아닌 상태에서 해당 용역업체에다가 뭐라고 하셔야 하는거 아닌지요?? 그리고 월급을 홍대에서 드린건지,, 아니면 용역업체에서 준 건지.. 아마 학교와 업체가 계약관계였다면 학교는 업체에 얼마를 줬을 것이고 월급은 업체에서 각 일하신 분들께 드렸을 것 같은데.. 선뜻 이해가 가지 않네요,,계약조건은 불리할 수도 있고 유리할 수도 있는 건데.. 용역업체에서 안하겠다 한것을 왜 학교에다가 항의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쳤다라는걸 왜 홍대이름 걸고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그 용역업체가 최저임금 보장 안한거 아닙니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ㅡㅡ;;

  • 홍차

    관심자님, 저 분들이 용역업체 노동자들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업무 외 잡무까지 시켰던 사용자는 학교이며 사업장의 실제적인 노동조건을 개선(휴게실 보장 등..)할 수 있는 주체 또한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간접고용 형태는 실질적인 사용자에게 책임과 의무를 회피할 수 있게 하는 악질적인 고용형태이고요. 이러한 조건을 타파하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과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 대학생

    (위의 분에게 대답) 저는 비정규직 노조가 있는 다른 대학의 학생입니다. 노조활동을 몇 년 동안 지켜보면서 알게 된 건 1) 얼마의 비용을 가지고 용역회사와 계약할 것인가에 대한 최종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건 원청인 '학교'이다. 2) 학교가 '고용승계'에 대한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이런 사태는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는 것이었습니다. 원청과 용역업체를 따로 만나면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는데, 사실상 진짜 결정권은 학교한테 있다는 거죠.

  • eunsook2968

    학교는 당연히 학생들 학습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인데 홍대를 고집할 필요있나요? 우리 회사는 청소 아줌머니 100만원에 대충 놀면서 하던데.. 글구 경비 아저씨 120만원에 거의 티비만 보고 놀면서 구내식당에서 점심, 저녁 식사까지하는데... 홍대만 고집하면서 학생들 공부도 못하게마시고 다른 직장 찾으세요

  • 헐...

    도홍대생//법만 어기지 않으면 그게 홍익인간 정신을 실천하는 건가 보군요. 동정심에 마냥 매달리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래도 명색이 학교 설립이념이 홍익인간인 곳에서 단순히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땡이라고 하는 것도 우습네요. 모르긴 몰라도 홍대의 이념에 대해 비판하는 것만큼은 확실히 옳다고 봅니다.

    굳이 홍대의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으니까요. 다만 웃기지도 않은 모습으로 않게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을 내세우지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