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길용 지회장이 보낸 조합원 가정통신문. |
"해고자를 버린 것이 아니다,
조남호가 독한 인간이기 때문에 투쟁전술 변경"
통신문에 따르면 당시 파업대오가 100여 명에 불과했고 해고자도 170명 중 80명 정도밖에 참석 되지 않은 반면, ‘희망퇴직을 받아달라, 언제까지 갈거냐, 85크레인은 어떻게 할거냐’ 등 ‘조합원의 요구는 다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27일 오후 행정대집행과 공권력 투입은 합의를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들어온다는 것이 사측의 계획이었다”며, “아무것도 없이 쫓겨나가고 장렬하게 전사하는 선택이 과연 맞느냐 아니면 현실적인 선택을 해서 해고자들은 해복투 현장투쟁과 법적투쟁을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계산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채 지회장은 “해고자들을 버리는 게 아니다. 조남호가 독한 인간이기 때문에 해복투로 전향시키는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차피 공투본에서 결정된 6월30일 퇴각결정을 3일 당겼다는 의미는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현장복귀선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피해를 줄이고 현실적으로 판단 vs 투쟁의지 없는 변명
▲ 29일 밤,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노조사무실 있는 건물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지회 지도부의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
이 소식이 전해지자 노숙농성 중인 해고조합원들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크게 반발했다.
“상집간부나 조합원들이 개개인의 희생을 감내해 가면서 투쟁을 해왔고, 사측과 경찰의 탄압에 대한 일정한 각오도 있었어요. 그 정도 각오도 안하고 우리가 6개월을 싸웠겠습니까. 사측과의 교섭내용에 대해서는 진행된 것 없다고 했지만 다 거짓말로 드러났다. 변명도 이런 구차한 변명이 없습니다.”
“파업철회하면 안 된다고 해고․비해고 조합원들이 그렇게 주장하고 부탁하고, 심지어 노동조합 건물의 계단을 점거하고 막아서도 뿌리쳤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말도 안 되는 노사합의까지 맘대로 해버려 놓고, 그걸 ‘결단’이라니…”
“파업이 길어지고 사측이 다양하게 압박해 들어오자, 4월쯤 파업대오가 갑자기 많이 줄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만약 그 때라면 현장복귀에 찬성했을지도 모릅니다. 대오를 다시 정비해서 투쟁할 필요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죠. 청문회가 열리고 희망버스가 대대적으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고, 진숙이 누나가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어 투쟁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과정에서 파업을 철회하고 내용 없는 노사합의를 한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숙농성 중 7월1일 복귀한 비해고자 조합원들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노사협의 진행내용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지회장은 일방적인 현장복귀 선언을 한 지 몇 시간도 되지않아 '정리해고 철회'에 대한 단 마디의 결론도 없는 소위 '노사협의이행합의서'에 싸인하고 사장과 웃으며 사진촬영 할 때 우리들은 수 백명의 용역강패들에게 사지가 들린 채로 공장밖으로 쫓겨나왔다"며 채 지회장을 비판한 바 있다.
채 지회장 자신사퇴 의사 없어
85크레인과 해고자 복직투쟁 분리하나
▲ 크레인사수대를 끌어내고 있는 용역. [출처: 울산노동뉴스] |
채 지회장은 통신문 끝에 85크레인에 있는 동지들이 다치지 않도록 “노동조합에서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이후 “새로운 국면을 모색”하자고 밝혀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해고자 복직투쟁으로 전환하는 것과 85크레인 관련 “동지들이 다치지 않도록 노동조합에서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것은 사실상 해고자 복직 투쟁과 85크레인 투쟁을 분리해서 가겠다는 것으로 해석 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채 지회장은 해명글을 조합원 집으로 다 보냈지만, 노숙농성으로 거점을 형성하고 투쟁하고 있는 해고 조합원들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채 지회장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는 복귀 조합원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조합원은 이와 관련 “지회 지도부의 판단에 반발, 함께 싸워온 비해고 복귀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지회장은 복귀한 조합원과 투쟁하지 않는 다수의 조합원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 파업철회와 노사합의로 터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