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쟁점 이끄는 ‘정치쇄신’

야권 후보 단일화 전제 ... 문-안 주도권 경쟁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정치쇄신 논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치쇄신은 기성정치권에 맞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철수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위해 내건 전제 조건이다.

문재인 후보가 먼저 새로운 정치위원회를 통해 정치혁신 구상을 밝혔다. 문 후보는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의석을 100석으로 늘리는 선거제도 개혁을 제안했다.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명부를 작성하는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도 약속했다.

19대 국회의원부터 연금을 포기하고 영리목적의 겸직을 금지하는 등 기득권 포기 방안도 내놨다. 중앙수사부의 직접수사기능을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는 검찰 개혁도 공약했다. "사찰이라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보경찰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사회와 재벌의 부정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범죄의 법정형량 기준을 높이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반부패정책도 제시했다.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병역비리, 논문표절 해당자의 공직 임용을 금지하는 인사검증 매뉴얼을 법제화하겠다는 공약도 덧붙였다.

안철수 후보는 23일 인하대 강연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는 정치혁신 방안을 내놨다. 비례대표 비율을 높이고 정당 국고보조금을 반으로 줄이자는 공약도 제출했다. 중앙당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정치혁신안에 대해 "새로운 정치의 방향은 특권과 기득권을 없애고 대표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정치의 기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치영역을 축소하고 정당의 기능을 줄이면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는 힘이 약해지고 시장권력을 견제하는 힘도 약해져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이 국민의 맹목적 정치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기존 정치에 실망하고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요구를 대중의 어리석음으로 폄훼한 것"이라며 "그것이 포퓰리즘이라면 지역마다 다니며 개발공약 하나씩 내고, 국가재정을 생각하지 않고 장밋빛 공약을 내는 게 포퓰리즘"이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11월 10일 발표할 공약 약속집 안에 정치쇄신의 구체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문재인 후보가 제안한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와 달리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전국 단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각당에 배분될 총 의석수를 먼저 정한 뒤 각 당에 배당된 의석을 다시 각당의 권역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로 배분하는 독일식 정당명부비례제 도입을 제안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30일 신정치구상을 발표하고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을 모두 비판했다. 문 후보에 대해 심상정 후보는 "민주당이 책임있는 정치개혁을 말하지만 의원총회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제나 다름없는 지역구 의석 축소 공약을 당론으로 채택조차 하지 못했다"며 "기본적 약속조차 이행할 능력과 자격이 없는 정당은 정치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안 후보는 정치축소 논란만 불러왔을 뿐 정치개혁의 본질을 꿰뚫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개혁이 안철수,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게임의 외피 노릇만 하다 끝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대통령 경선투표제 도입과 정당 기호순번제 폐지, 예비내각제 제도화 등을 공약했다.

야권의 정치쇄신 논쟁이 대선 쟁점을 주도하는 가운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마땅히 대응할 카드를 못찾고 있다. 박 후보는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이자 정치쇄신”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서 강도 높은 검찰개혁과 부패 척결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 후보는 아직 정치개혁안을 공약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기사제휴=울산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