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뉴타운 신정책 1년...여전한 강제철거

뉴타운 44개 해제 성과에도 강제퇴거 금지대책엔 미흡

용산참사 4주기를 맞이하면서 서울시의 뉴타운-재개발 정책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용산참사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강제퇴거와 철거에 대한 대책마련에 미진함이 지적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월, ‘서울시 뉴타운 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이하 신정책)을 발표하며 대규모 개발논리와 사업성만을 좇아 파행적으로 추진되는 뉴타운 재개발 정비사업을 수습하고 공동체와 주거권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정책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정책 발표 이후에도 뉴타운과 막개발로 인한 피해자들의 사정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회 사람중심서울포럼과 토지공공성네트워크,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29일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뉴타운 재개발정책 평가 토론회’를 열어 재개발 정책 철거 피해자들의 증언을 청취하고 그에 따른 정책 대안을 수립하는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회에는 넝마공동체와 북아현 뉴타운, 종각지하상가, 사당 1구역 등 뉴타운-재개발 지역의 철거민들이 참석해 뉴타운사업과 그에 따른 강제철거 피해상황을 밝혔다. 북아현 뉴타운 지역 철거민인 이선형 씨는 “강제철거 이후 관계 공무원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법이 없어 어쩔 수 없다’,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말”이라며 “서울시의 신정책 1년을 평가한다면 빵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원순 시장이 재임기간 중 강제철거는 없다고 말했지만 최근에도 북아현동과 염리동 등지에서 강제철거가 자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서울시가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해결의 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넝마공동체의 이옥단 씨도 서울시가 제대로 된 강제퇴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옥단 씨는 “지난 11월 강제퇴거를 당한 이후 서울시는 한달만에 30만 원을 동절기 대책으로 지원했을 뿐 아무런 대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 자산관리팀이 넝마공동체 주민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의 임대료를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알렸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도 서울시의 신정책이 세입자 재정착 대책과 강제퇴거/철거 금지에 대한 대책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장책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원호 국장은 “신정책은 사회적 약자 권리 강화를 위해 ‘주거권’을 보장하는 조례를 마련하고 세입자 재정착 시스템을 구축, 악천후 동절기 철거 금지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히지만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동절기 및 악천후 퇴거금지’에 대한 약속은 1990년 고건 전 시장 임기 중에도 선언됐다. 전임 오세훈 시장도 2008년 “동절기에는 강제퇴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약속에도 오세훈 전 시장의 임기 당시인 2009년, 용산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오 전 시장은 “강제퇴거는 법에 따른 합법절차”라며 강제철거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원호 사무국장은 “이번 신정책에서도 사회적 약자인권보장의 구체적 실현 계획과 내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임시장들과 같은 ‘립서비스’ 주거정책으로 머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유영우 주거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상임이사는 “행정의 지원 및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개발 및 강제퇴거 대책 마련에는 기초지자체 공무원들의 행정처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현재 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넝마공동체의 경우 서울시와 강남구 간의 입장차이가 사태를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이원호 사무국장은 서울시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서울시가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법 제도 개정을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무국장은 과거 서울시가 2002년 뉴타운 정책이 시행할 당시, 관련 법안도 없는 상태에서 상위법과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정책을 밀어붙인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에는 주민을 죽이는 밀어붙이기였지만 지금은 주민을 살리기 위한 밀어붙이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제퇴거/철거를 금지하는 법 제도가 없지만 서울시가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청을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김승원 서울시 주거재생과장은 “겨울철에 강제로 쫓겨나는 사람이 없도록 시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강제퇴거를 막을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하고 매주 많은 인력을 동원해 모니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겨울철에 강제철거가 자행됐다는 소식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고 성과를 내세웠다.

반면 김승원 과장은 동시에 “법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발생하는 한계” 역시 시인했다. 그는 “국회에서 여러 의원들이 강제퇴거금지법 등 철거관련한 법안이 입안하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제정되지 않고 있다”며 “시민사회는 물론 서울시도 법 제정을 위해 노력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이밖에도 서울시의 신정책이 집중한 ‘뉴타운 출구전략’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이뤄졌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대체로 “뉴타운 출구전략의 방향성에 동의하나 실행과정과 실천전력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의 발제를 맡은 김철호 변호사는 “뉴타운 실태조사가 추진주체(조합)가 없는 정비예정 구역에 치우쳐져 있고 일부 자치구가 서울시와 달리 소극적이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유영우 이사도 “신정책의 개념과 철학을 시민들에게 전파하고 설득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정책에 동참하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원 과장은 “신정책 추진 이후 266개 현장을 조사했고, 그 중 44개 구역의 뉴타운을 해제했다”며 신정책의 성과를 밝혔다. 김승원 과장은 이어 “지적받은 바와 같이 매몰비용 부담의 문제로 추진주체가 있는 현장의 조사가 미흡했지만 지난 12월 시의회의 조례제정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주체가 존재하는 현장의 실태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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