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재개에 주민 무기한 단식농성

한전본사 앞에 천막...“공사재개는 사람 죽이겠다는 것”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밀양 주민들과 대책위는 31일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중단할 때까지 단식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 9월부터 중단된 밀양구간 송전탑 건설 공사를 1월 28일부터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공사 현장엔 기자재를 실은 헬리콥터가 날아다니고 인부들이 배치되는 등 공사재개 준비가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한국전력 직원들에 의한 마을공동체 분열 및 마을 매수 시도가 폭로되고, 공청회 등을 통해 밀양 756Kv 송전선로의 타당성과 대안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는 등 자신들의 사업의 정당성이 끊임없이 공격받아온 시점에서 한국전력은 대화와 토론을 통한 문제해결을 도외시하고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한국전력 본사 앞 단식 농성을 시작함과 동시에, 언론과 국회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한국전력의 이러한 술책과 주민들에 대한 폭력을 증언함으로써 이 공사를 끝내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전력수급 불안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책위 측은 이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응수했다.

한전의 주장대로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의 밀양구간 공사가 완공돼 올 9월 완공예정인 신고리원전 3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한다 하더라도 북경남변전소에서 청도-화원-대구로 이어지는 분기공사가 여전히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청도구간 공사 역시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있어 신고리3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실제 전력계통에 병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해서 밀양구간 공사를 완공해야 한다는 말은 주민들을 바보로 보는 기만적인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한전은 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를 내달 1일에 예고하고 있지만 공청회에는 송전탑 건설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다. 대책위는 “전력수급을 위해 송전탑 건설이 시급하다면서 공청회에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공청회를 진행하면 송전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송전탑이 건설되는 지역 주민들이 모두 들고 일어날까 걱정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또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주민들을 매수하고 분열시키고 있다며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고통 속에 빠뜨린 한국전력 밀양 송전선로 건설대책위와 한국전력 부산 경남개발처를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지난 27일, 한전 직원 3명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하며 “(한전이) 소수 의견임을 알면서도 일부 주민에게만 접근해 합의를 강행했고, 그 결과로 마을 공동체가 분열됐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합의서에 ‘송전선로 건설이 백지화되더라도 합의 보상금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과 관련, 사실상 한전이 주민을 매수하려고 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한전은 주민들을 매수하고 분열시키는 작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승수 운영위원장은 “한전이 주장하는대로 송전탑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한전 앞마당에 송전탑을 세우라”며 “한전은 밀양주민들과 대책위가 내놓은 합리적 대안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평화캠프 활동가 신지혜 씨는 “한전은 전력부족을 강조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쓰는 전기가 부족하냐”고 반문했다. 신지혜 씨는 “기업이 헐값에 사들여 밤낮없이 낭비하는 전기가 오히려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전력부족을 강조하며 송전탑을 건설하고 원전을 증설하기보다는 “대안에너지 개발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다 분신한 이치우 열사의 동생은 공사가 재개되면 노모를 업고 형이 죽은 논에서 따라 죽을 것이라 말한다”고 밝히며 “한전은 지금 하려는 짓이 또 다시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 주민 고준길 씨는 “나라의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인데 지금 우리나라는 오히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전 사장은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반대 투쟁이 정당하냐고 묻는 김제남 의원의 질문을 수긍했다”고 밝히며 “우리의 투쟁은 정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