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 노회찬 의원직 상실...“역사의 판결 남아”

“뇌물 재벌 회장·떡값검사는 억울한 피해자, 수사 촉구 의원은 범죄자”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안기부 X파일’의 ‘떡값 검사’의 실명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대법 재상고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14일 확정받았다. 국회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노회찬 의원은 즉각 “대법원의 해괴망측한 판단을 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아직 역사의 판결은 남아 있다”고 국회를 떠나야 하는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2005년 8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앞서 ‘안기부 X파일’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그룹의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를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안기부 X파일은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내 최대 재벌그룹 회장의 지시로 그룹 부회장과 유력 일간지 회장 등이 주요 대선후보, 정치인, 검찰 고위인사들에게 불법으로 뇌물을 전달하는 모의를 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을 담은 녹취록으로 2005년에 공개됐다.

노회찬 의원은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2심에서는 녹취록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대한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고 노 의원도 허위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이어 진행된 파기환송심은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해 모든 일반인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면책특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진보정의당 의원단-최고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심상정 의원이 노회찬 공동대표의 의원직 상실에 안타까워 하며 위로하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이날 오후 3시께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건국 이래 최대의 정경검언 유착인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주미한국대사와 법무부차관이 즉각 사임을 했지만, 뇌물을 준 사람과 뇌물을 받은 사람 누구도 기소되거나 처벌받지 않았다”며 “대신 이를 보도한 기자 두 사람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떡값검사 실명을 거론하며 검찰수사를 촉구한 국회의원 한사람이 기소됐다”고 비난했다.

노회찬 의원은 “다시 8년이 지난 오늘 대법원은 이 사건으로 저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죄목으로 유죄를 확정했다”며 “뇌물을 줄 것을 지시한 재벌그룹회장, 뇌물수수를 모의한 간부들, 뇌물을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저는 의원직을 상실할 만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라는 판결”이라고 개탄했다.

노 의원은 “국내 최대의 재벌회장이 대선후보에게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사건이 ‘공공의 비상한 관심사’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해괴망측한 판단을 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면 면책특권이 적용되고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면 의원직 박탈이라는 시대착오적 궤변으로 대법원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느냐”고 비난했다.

노 의원은 “저는 오늘 대법원 판결로 10개월 만에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다시 광야에 서게 되었다”며 “그러나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며, 국민의 심판, 역사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다”고 자신의 정당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