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공개 녹취록, 이석기 내란 음모로 보기 어려워

진보당, “경기도당 정세강연 날조 왜곡”...진중권, 당권파 낡은 사상 비판

30일 오전 국정원이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를 통해 ‘5월 12일 이석기 내란음모 RO 회합’ 증거로 알려진 강연 녹취록을 전격 공개했지만, 실제 내란 음모의 결정적 증거가 될지는 미지수다.

통합진보당은 이 녹취록이 작성된 회합을 두고 “김홍렬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도당 임원들과 협의하여 소집한 당원모임에 이석기 의원을 강사로 초빙한 정세강연 자리였다”며 “전쟁반대 평화실현을 위해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원회관 이석기 의원실 앞 복도에서 브리핑을 하고 “(녹취록에는) 내란음모에 준하는 이석기 의원의 어떤 발언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에 대한 증거를 단 한 개도 제시하지 못하고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대변인은 또 “녹취록은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이 날조 수준으로 왜곡되었다”며 “국정원이 ‘NLL 포기’라며 정상회담 대화록을 짜깁기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왜곡한 사례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5월 12일 당시 통합진보당은 연일 나오던 ‘선제타격, 전쟁상태’ 등으로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상황을 두고 “남북 군사적 충돌을 막아야 한다”며 “전쟁위기 해소를 위한 대북특사 파견 및 남북대화 촉구” 등의 활동을 대대적으로 하던 시기다.

따라서 이석기 의원이 강연에서 말한 ‘전쟁’ 언급은 이런 진보당의 당시 활동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 국정원과 언론 등에서 문제 삼은 녹취록의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자 어떻게? 빈손으로?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하면 물질 기술적 준비 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물질 기술 준비란 힘과 힘이 충돌하는 시기에 기술 준비와 포괄적으로 물질적 준비를 갖추자... 정리하면 필승의 신념으로 무장하는 문제. 그러나 정치 군사적 준비 체계를 잘 갖추어 물질 기술적 토대를 굳건히 해야 희생을 최소화하고 피 흘리는 동지도 적고 승리를 앞당긴다”는 대목은 매우 추상적인 데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다방면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과장해 강조한 것으로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홍 대변인 말대로 공개된 녹취록에선 이석기 의원이 직접 총기나 유류시설 폭파 등의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강연 이후 진행된 권역별 토론에서 이 모 씨가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8~90만원짜리 장난감 총의 가스쇼바 개조가 가능하며, 지금은 인터넷에서 무기를 만드는 것들에 대한 기초는 나와 있다”며 “중학생들도 폭탄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인터넷엔 정보가 많다”고 한 여러 발언은 공당의 행사라 정치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내란 음모로 볼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일부 언론들은 강연 말미에 이 의원의 “물질적 준비”만 강조했지만, 전체 문장은 “격변정세를 주동적으로 준비하는 것에 대한 하나의 결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으로 물질적으로 강력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당장 준비하기를 바라면서 강의를 마치겠다”고 돼 있어 역시 해석의 여지가 많다.

따라서 녹취록 공개가 내란 음모의 결정적 증거가 되기엔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29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실제 남북 간에 어떤 전쟁이 발생했을 때 통신시설이나 유류시설을 파괴하겠다라고 하는 모의를 했다는 내용인데 이것은 조건이 전쟁이 발발할 경우라고 하는 걸로 돼 있다”며 “시기적으로는 명확하게 특정돼 있지 않고 내란에 관한 계획이 구체적인 수준에서 수립돼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불법적인 무기류에 대한 유통의 규제가 상당히 엄격한 편이라 구체적인 그런 계획에 대한 실행능력이 현재 확보돼 있는 상태인가도 상당히 의문이 있다”며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내란음모죄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하긴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진보진영 일각에선 민주노동당에서 통합진보당까지 이어지는 당권파 세력의 낡은 사고와 운동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일종의 동키호테 현상이다. 이미 민족해방운동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났다”며 “그들의 혁명적 로망의 근거가 사라지다 보니 미군의 도발로 전쟁이 발발한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그 안에서 빨치산 용사 놀이를 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진 교수는 또 “ 장난감총, 비비탄총을 개조하여 무장하고, 손재주로 총기를 깎아 만들고, 중학생들도 만든다는 사제 폭탄 제조법을 익히고... 딱 소설 속 동키호테의 무장 수준”이라며 “철 없는 애들도 아니고 30~50대 아줌마, 아저씨라고 하던데... 발달장애죠”라고 덧붙였다.

윤현식 노동당 정책위 의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든 뭐든 진보의 이름으로 할 짓이 아니”라며 “그런 자들이 ‘진보’ 연 하는 동안 진짜 진보를 하자고 땅바닥을 기던 사람들을 어렵게 만든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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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둥아리

    진중권..
    뚤린 주둥아리라고 함부로 놀리지 마라
    내가 볼 땐 너야 말로 발달장애,
    정세파악 못하고 엄한 풍차로 달려드는 돈키호테다

    윤현식 댁도 마찮가지고
    요런 발언 한마디 한 마디를 보면 왜 노동당이 그몬양 그 꼴인지 알 수 있는거야

  • 진실

    진교수의 말은 참 아이러니 하다.
    왜냐하면 이 문건의 출처가 국정원의 일방적 주장으로 한국일보를 보면 그 기자가 객관적이라는 관점으로
    평가는 국민들이 몫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문의 특징은 무엇인가? 편집의 폭력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실관계를 그대를 받아쓰기를 할때 또는 요약이라고 할때 일반독자는 전적으로 수용자가 된다.
    이것이 방송과 다른 신문의 사진과 편집에서 기사의 구성에서 기자 개인은 객관적인 필을 사용하나 수용자는 비판적인 관점은 어렵다.일방적인 수용자가 된다.평론이라면 칼럼이라면 다른 문제이고 비판적 관점의 논리가 형성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국정원이 가지는 특권은 일제총독과 미군정 군사독재의 국정원의 연혁을 가지고 있다.
    그럼으로 기사의 편집에서는 편집에 대한 객관성이 있어야지 받아 쓰기가 객관성이 아닌 것이다.
    진교수는 수용자가 되어서 통합진보당의 지역당원 모임을 폄하하고 있다.국정원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이런것 아닌가 통합진보당의 수준을 왜곡하는 것이다.
    적어도 진교수의 수준이라면 통합진보당 이석기의원의
    5월 남북경색에서 국회본회의 남북경색의 해법의 발언을 참고해야 한다.이것이 국정원이 부정선거를 뒤엎으려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용공조작의 올가미를 씌우고 있는 현실에서 그 진의 파악의 객관적 자료가 될 것이다.(법조계의 판단도 국회의 본회의 이석기의원의 발언을 증거로 삼는 것이 더 객관적 신빙성의 사법적 판단이 될 증거로 본다면 국정원의 일방적 종이는 신빙성이 없다)

    작년 MBC백분토론도 그랬다.
    당시 진교수와 4인이 통합진보당에 대하여 토론을 했지만 진교수의 토론의 모습은 자신의 일방적 주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시국에서는 혹시라도 생사람 잡을수 있다면 자료의 객관성은 국가기구에서 정치인이 민족의 위기상황에서 어떤 발언을 하는지 그 진의를 먼저 파악하는 자료수집과 검토가 더 우선일 것이다.

  • 뚫린 입이라고

    주둥아리를 닥쳐라... 주사파 놈들이 싸지른 똥은 지들이 치워야지 왜 같이 치우자고 지랄들이냐?

  • 진실

    작년에 김용욱 "애꾸"카더라
    아니면 말고....

  • camomile

    국정원은 시국선언을 막기위해 오버하지 마라!!

  • 착잡한 마음

    나는 진보를 지지하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지금까지 통합진보당이 부정선거집단으로 매도당하는 과정을 주시하면서 대부분의 근거가 엉터리로 드러났으며 오히려 중대한 부정을 저지른 것이 탈당파였음을 잘 알고있다. 큰 틀에서 같은 진보주의자인 탈당파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진실은 철저히 외면하고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만 물어뜯는 것을 보고 많은 실망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엊그제까지 동지였던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아부치며 공격하는 탈당파의 행동도 매우 못마땅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통합진보당의 대응을 보면서는 많은 아쉬움이 생긴다. NLL 녹취록 논란에서 보듯이 누가봐도 국정원은 과장과 왜곡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바대로 여론을 조작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하고도 그들이 실제로 상당히 과격한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과 동영상까지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리고 상황을 봐가며 추가로 그런 녹음이나 영상을 흘릴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옹호할 수 없는 수준의 과격발언들이 어느정도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그러한 개연성을 의심하고 있다. 무조건 아니라고 하다가 또 충격적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튀어나오면 어떡할 것인가.

    맥락과 취지에서 왜곡과 과장은 당연히 있었을 것이나,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대중정당으로서 옹호할 수 없는 수준의 발언들이 실제로 있었다면 통합진보당은 그러한 무모한 발언을 한 소수의 사람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물론, 재판과정까지 끝나고 나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모두 드러난 후에 말이다. 지금은 사건의 실체자체가 국정원 주장뿐이니 당연히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그런 발언들이 추후에 정당한 과정을 거쳐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중정당으로서 당사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 통합진보당은 그런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결코 아니다는 것을 분명히 천명하여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라는 말이다.

    만약, 아직도 일부 관념적 과격성에 빠져 비현실적 언행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통합진보당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대중적 진보정당임을 확인시켜야 한다. 계속 두루뭉술하게 모든 것이 날조이며, 어떠한 과격 발언도 없었다고 계속 주장하다가 동영상이 튀어나오면 정말로 대중적 기반을 모두 무너뜨리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 그런 발언은 없었겠지만, 만에 하나 일부나마 있었다는 것이 추후에 확실히 증명된다면 우리당은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우리 역시 그런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날조 전문인 국정원의 주장 외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러니 재판을 거쳐 진실이 파악될 때까지는 여론재판을 중단해 달라 " 이러한 수준의 대국민 호소가 필요하다. 정말 일부나마 저런 발언 비슷한 것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면 대중정당으로 끌어안고 갈 수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