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여승무원 투쟁 8년 후...비정규직만도 못한 정규직의 삶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 정규직 됐지만 ‘노동조건’ 끔찍

지난 2006년, KTX 여승무원들은 철도산업 외주화에 따른 대량 정리해고를 저지하기 위해 장장 3년에 걸친 투쟁에 돌입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4년 현재. KTX 여승무원들은 ‘코레일관광개발(주)’라는 철도공사 자회사의 직원이 돼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2006년 당시 철도공사의 기간제 비정규직이었던 승무원들은 ‘코레일관광개발’로 이적하며 정규직이 됐다. 그토록 바랐던 ‘정규직’의 꿈이 실현된 셈이었다. 하지만 KTX 여승무원들은 8년 전의 비정규직 신분보다 더욱 끔찍한 노동조건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임금은 물론이고, 차별과 탄압, 과도한 모니터링 등 정신적인 고통에도 시달린다.

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TX승무원의 두 번째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현장증언 및 간담회’에 참석한 여승무원들은 비정규직만도 못한 노동조건에 놓여있었다. 승무원 이정민 씨는 “2006년 파업 이후 내 승무원으로서의 삶은 마치 고등학교에 재입학한 것 같다. 그러나 이곳은 그만두지 않는 이상 졸업할 수 없는 곳”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KTX 여승무원 투쟁 8년 후...비정규직만도 못한 정규직의 삶

이정민 씨는 “매주 2회 두발 검사, 손톱 검사, 구두 검사, 귀걸이 검사, 메이크업 검사 등이 있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있고, 평가에 들어가는 봉사활동도 있다”며 “담임선생님 역할을 하는 팀장도 있어 잘 보여야 승진할 수 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 역할을 하는 지사장에게 찍히게 되면 이 또한 도루묵”이라고 토로했다.

마음대로 머리도 자를 수 없다. ‘탈모’라는 의사 진단서를 제출해 팀장 허락을 받아야만 단발로 머리를 자를 수 있다. 철도와 항공사 등을 통틀어 바지 착용을 금지하는 것도 KTX여승무원들이 유일하다. 게다가 회사는 ‘고객 응대시 눈높이 맞춤서비스’를 시행한다는 명목으로 속옷이 보이는 자세로 ‘무릎서비스’를 강요한다. 모니터링 결과에 반영되는 일이라 거부할 수도 없다.


승무원들을 가장 극단으로 내모는 것은 단연 ‘장시간 노동’이다. 철도공사는 직접 고용 승무원의 노동시간 기준과는 다른, 장시간 변형 근로 방식을 KTX승무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김영준 철도노조 국장은 “주 40시간 근무하는 일반 회사원의 출근 후 퇴근까지의 구속시간이 월 평균 186시간인데 반해, KTX여승무원의 경우 출근부터 퇴근까지 시간 합계가 월 232시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32시간은 기본근무만 해당하는 시간이다. 회사는 ‘휴일 선충당’이라는 이름으로 본인 동의 없이 매월 추가로 1~2일의 휴일근무를 추가로 강제한다. 이렇게 되면 승무원들은 월 250이상, 주당 최대 60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게 되는 셈이다. 자소속에서 숙박을 하면서 2차례 왕복 근무를 해야 하는 일명 ‘투투’나 ‘쓰리원’ 등의 변형 근로 형태도 월 3~5회 정도 이어진다. 비상대기조도 없어 수시로 근무시간 변경을 문자로 고지한다.

이정민 씨는 임시열사 충당을 거부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남편이 출장을 가는 통에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기 위해 이틀간 휴가를 냈다. 하지만 휴가는 하루만 받아들여졌고, 나머지 하루는 오전 10시 30분 출근이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파트장으로부터 ‘임시열차 발생으로 스케줄이 오전 5시 30분으로 변경됐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회사 측에 사정을 해 봤으나 돌아오는 것은 ‘개인 사정은 들어줄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이 씨는 “동의 없이 출근시간을 바꾸는 것이 취업규칙과 우리회사 사규에 어긋나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고, 원래 출근시간인 10시 30분에 출근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회사는 편법적인 대기근무지정을 요구하는 문자를 발송했고, 이 씨는 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밴드를 만들었다.

이 씨는 “이후 임시열차 충당근무를 거부하고, 카카오톡과 밴드 등에 글을 올려 임시 충당 거부 등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 회부되어, 작년 5월 10일 해고됐다”며 “이후 재심 청구를 통해 직급이 낮아지는 강등의 징계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과도한 모니터링과 감정노동 강요, 정신적 고통 가중

과도한 모니터링과 감정노동 강요 역시 승무원들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승무원 이혜민 씨는 “감정 노동자이기에 스마일 증후군이 생길 정도로 의무적으로 웃는 우리에게 ‘모니터링’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도가 있다”며 “이 모니터링은 1년 내내, 매일매일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매일 시행을 한다지만, 모니터링의 표적이 되는 직원은 따로 있다. 이 씨는 “한 달에 2번 씩 모니터링 대상이 되는 승무원이 있는가 하면 2달이 되도 3달이 되도록 한 번도 모니터링 대상이 되지 않는 승무원도 더러 있다”고 밝혔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징계를 받은 이정민 씨의 경우 표적 모니터링에 시달리고 있다. 이정민 씨는 “징계를 받고 근무하는 중에는 표적 모니터링으로 의심되는 모니터링을 당해 경고장도 발부됐다”며 “보통 모니터링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대이지만, 나는 밤 11시에도 모니터링을 당했다. 명절 기간에도 나에게 모니터링이 이뤄졌는데 저평가의 이유는 대부분 ‘웃지 않음’ 이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모니터링 점수가 3번 연속 90점 미만일 경우, 서비스 삼진 아웃제로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승무원에게 치근덕대던 한 승객이, 이를 거절한 승무원에게 보복성 민원을 넣은 일도 발생했다. 이혜민 씨는 “승무원들은 이 민원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또한 회사는 당시 이동을 하던 승무원들이 특실 빈 좌석에 앉았다며 특실 빈 좌석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지사항도 공유했다”고 밝혔다.

열차카페 등의 판매승무원들은 매출 압박에도 시달린다. 판매부진자에 대한 징계로 타지사 발령을 시행하기도 한다. 판매승무원 이윤선 씨는 “회사는 아무런 협의 없이 지난 1월 1일자로 부산지사 박 모 씨를 작년 2분기 실적 저조자라는 이유로 서울지사로 발령했다”며 “퇴직이 1년 남짓 남은 분으로, 누가 보더라도 ‘스스로 사표 쓰고 나가라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갑상선 수술을 한 이윤선 씨는, 자신의 동료 및 후배들을 중심으로 갑상선암 수술 후 기능 저하증, 항진증이 속출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다행히도 지난해 7월, 근로복지공단에서 갑상선 암을 포함한 21개의 암을 산재로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씨는 본사로 산재신청 동의서를 받으러 갔다.

이 씨는 “기능저하증, 항진증 등은 365일 매일 다른 취침과 기상 속에서 호르몬이 불규칙적이어서, 우리 몸속의 가장 기본인 면역체계가 무너져서 오는 병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회사는 ‘우리 회사 업무는 갑상선 암과 전혀 상관이 없다’며 본인이 알아서 신청하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녀는 “우리 회사 산재는 전멸상태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사고에도 산재가 아닌 공상 처리를 강요하고, 객실에서 고객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해도 공상처리, 승무원 이동 중에 계단에서 굴러 온몸에 멍투성이가 되어도 공상처리다. 때로는 그 공상 처리마저 사정을 해야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년간 임금 인상 전무, “기간제 비정규직일 때보다 열악한 노동환경”

회사의 승진제도도 불투명하다. 과거에는 2~3년 내에 승진이 됐지만, 현재는 7~8년간 승진이 이뤄지지 않는다. 승진이 인건비와 직결되는 까닭이다. 임금은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임금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줄곧 동결됐고, 2011년에는 기본급 2%가 인상됐다. 하지만 대신 월 근무시간이 5.5% 증가했고, 연장수당이 20% 삭감돼 전체적으로는 ‘임금삭감’이 이뤄졌다.

김영준 철도노조 국장은 “심지어 회사는 2012년 임금 동결뿐 아니라,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2개월간 임금 10%를 반납하도록 했고, 작년에는 경조비를 폐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지난 7년간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 서울, 부산지부가 지난해 12월 조합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7.6%가 ‘근무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서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답했다. 휴일 선충당과 휴일 봉사활동, CS 교육 참가 등의 이유도 근평/승진 때문(59.2%). 회사에 찍힐까봐(32.3%) 등의 대답이 대다수였다.

승진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서도 64%가 ‘관리자와의 친분’을 꼽았고, 12.3%가 ‘휴일근로나 봉사활동 참가’를 꼽았다. 또한 철도공사가 코레일관광개발에 승무업무를 위탁한 이유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판단하는 조합원들도 91.1%에 달했다.

김영준 국장은 “철도공사는 2006년 기간제 비정규직이던 KTX 승무원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고용이나 노동조건 등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KTX 승무원의 노동조건은 오히려 2006년 이전 기간제 비정규직이었던 때보다도 열악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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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취한 승무원

    과연 이것만 일까요 이회산 양파같은 회사입니다;;
    벗기면 벗길수록 더 나오는..

  • 힘내세요

    무리한 근무와 부당한 회사의 횡포에
    절이 싫어 중이 떠난 전직 승무원입니다
    위의 기사는 빙산의 일각일뿐입니다

  • 더러운회사

    절대 이게 다가 아닙니다..
    윗분들의 비리는 아주 캐낼수록 쑥쑥 나옵니다!
    정말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한 회사..

  • 화성소나무

    어쩜!!!!기사만 읽어도 기가막히네요!!힘내세요!!!

  • 바보

    진정너희몇몇사람의 회사인가??

  • 젠장

    정말 빙산의일각일뿐입니다

  • 현대판노예

    정말답없는노예회사다 감사할려면 제대로하고 철저한진상조사가 필요하다~~

  • 내가누굴까

    온갖비리과 넘쳐나는 거지같은 코레일관광개발! 뭐 지사장은 쉬는 여승무원 불러내서 노래방 델꼬갔다는데? 어쩔ㅋ 개인 도우미냐? 자기 딸래미같았음 그리 했을까? 5만원 노래방 티비에 붙여노코 제일 잘놀면 준다고? 이건 대놓고 성희롱을 하는구나;; 지사장이라는 인간이 이정도이니 말다했지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앉아있으니 뭐 어쩔?

  • 잠깨기힘들땐

    은밀한 부분에 파스를 붙이면 새벽에 일어나는것도 힘드리 않다며 지사장

  • 피해자

    주인없는 회사!정권바뀔때마다 낙하산으로 하나씩 자리차지하고 임기안에 돈해먹기위해 혈안이 되어서...피해는 고스란히 승무원들에게ㅠ
    사무직들은 사무실 앉아서 어떻게하면 돈 더 떼먹고 일 마니시킬까 쓸데없는 궁리만! 승진은 지들끼리 다 해먹고!!
    승무원들 도급비 떼서 지네들 월급주는건데...
    하루빨리 승무원들 처우가 개선되길 바랍니다.

  • 쓰뤠기

    정말 거지 같은 회사입니다
    내가 쓰레기 취급을 받는 듯한 느낌..
    처음엔 일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고
    서비스마인드도 있었으나
    회사에서 당하다보니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일 마치고 돌아오면 멍하고 눈이 감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을 보며..
    다리저림과 팔저림으로 파스를 달고 사는 저를 보며..
    정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건가?라고 오늘도 대뇌어봅니다
    이번이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라파덕

    헐...승무원들쩌네여ㅡㅡ
    진짜불쌍하다..보여지는게다가아니구먼..
    힘내세여!!홧팅

  • 슬프다..

    근로자 스스로가 회사발전에 일조하는 직원이 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지..
    무언의 압박에 무서워서 눈치보고 자유롭지 못하며 ,
    힘든 상황을 감싸주기는 커녕 사사로운 일에 책임을 추궁하는.. 그로인해 회사에 불신만 키우는 직원을 만든것은 관리자의 책임도 무시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 파업

    세상에 좋은 회사도 있습니다. 더러운회사 그냥 때려 치우세요. 젊은시절 몇년 안됩니다. 시간이 아깝습니다. 빨리 이직하고 좋은 시간을 즐기세요.

  • 어윤덕


    힘내세요
    언젠가 좋은날이 꼭 올겁니다

  • 여기

    근데 여기서 일하는 승무원들도 제 정신 아닌 사람들 많음... 또라이들 많고 회사도 거지같음.

  • 쩌네요.

    정말 어처구니 없는 회사네요. 아직도 저런 회사가 존재하다니... 기사내용 50%만 사실이라고 해도 놀랄것 같은데 저기사 전부 사실이면 이건 회사가 아니고 지옥이네요. 다들 힘내세요. 정말거지같은 회사입니다.

  • 다사실이다

    북한만큼이나 노동탄압이 심하고 의사결정의 자유도 없습니다 다들 알고있는사실인데 위에잘못보일까봐 쉬쉬하고있다가 참고참다가 터진겁니다

  • 인간답게 살자!

    정규직 대우가 이럴진데 그밑에 하청직원들은 더 합니다. 정부 시급에 일은 더 늘어 나고 인간 취급 못 받는. 모 간부는 노조인 들을 받을 바에는 하청 회사를 받겠다고 하는 회사. 공사에서 비리로 내려와 이것저것 하청들에게 주면서 삥듣는 무리들.
    간부들 대부분이 공사에서 징계먹고 줄 타고온 무리들.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윽박 지를기만 하는 회사. 손바닥 지문이 닳을수록 진급하는 회사. 너무 많아서 일일이 셀수가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