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팽목항 유족들이 오지 말라 했다”, 거짓말 들통

야당 의원들만 현지 방문 후 결의문 발표, 국정조사 특위 첫 일정 반쪽으로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아직 실종자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유족들을 만나기로 했던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첫 일정이 심재철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장의 석연치 않은 ‘연기 통보’로 야당 의원들만 내려가는 반쪽짜리 방문으로 전락했다. 이 과정에서 심 의원이 야당 측에는 물론 유족 대책위에도 각기 다른 거짓말을 한 정황이 드러나 비난이 일고 있다.

심 의원은 2일 오전 9시 국회 정론관에서 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진도 팽목항에 내려가지 못 한 배경을 설명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심 의원은 “원래 오늘 아침 8시까지 모여서 출발하려고 했는데 현지에서 가족들이 저희들이 오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저희는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족들 의견은) 풍랑이 거세서 바지선이 다 빠져있고 다시 날이 좋아지더라도 목요일부터나 작업을 재개한다고 한다. 그런 사정 때문에 가족들도 아예 치료 좀 하자고 해서 부상치료를 위해서 일부 가족들이 빠져 나가있는 상황이고, 바지선이 빠져 나감에 따라 잠수사들도 휴식을 취하기 위해 빠져나간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 때문에 가족들이 오지 말고 다시 날 받아서 오라고 그래서 다시 날을 받아 가겠다고 결정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측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심재철 의원이 1일 오전에 먼저 세월호 범정부대책본부에 연락해 “의원들의 일정이 많으니, 5일로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대본 측도 심 의원의 요청에 따라 현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국조 특위 소속 의원들의 진도 방문 일정이 연기되었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의원의 거짓말은 2일 오전 기자회견 후 김현미 국조특위 새정련 간사에게 “현장 기상 등의 이유로 4일 이후 오라는 진도현장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5일로 연기합니다”는 문자를 보내며 들통 났다. 문자를 받은 김현미 의원은 곧장 사실확인을 위해 유족대표 측에 연락했고, 유경근 희생자대책위 대변인은 “우리는 그런 걸 요청한 적도 없고, (심 의원의 요청에 따라) 범대본에서 일정이 변경됐다고 알려왔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심 의원에게 “유족들 측에서 입장에 변함이 없다. 예정대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는 답장을 보낸 후, 특위 소속 새민련·정의당 의원 8인과 함께 진도로 내려갔다.

이에 대해 심재철 의원은 “(진도에) 가는 걸로 생각하고 준비를 했는데 밤 사이에 서울 가족들과 진도 가족들 간에 서로 의견교환을 해서 새벽 12시 반에 최종적으로 다음에 내려오라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새벽에 연락이 와서 너무 늦었기 때문에 위원들에게는 연락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황상 심 의원은 유족 측에는 ‘의원들의 일정’을 이유로 방문 연기를 요청하는 한편, 야당 측에는 ‘유족들이 오지 말라고 했다’며 일방적으로 일정 변경을 통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유족과 야당, 양 측 모두에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심의원의 행태를 두고 야권에선 비난이 빗발쳤다. 국조특위 야당 소속 의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특위위원장이 야당과 아무런 상의 없이 ‘일정상의 이유로 진도일정을 5일로 연기한다’고 통보한 것이 오늘 혼선의 출발이었다”고 심 위원장을 비판했다.

박범계 새정련 원내대변인은 “심 위원장은 지난해 민간인 불법사찰 국조특위 위원장을 지내며 단 한 차례의 제대로 된 회의도 열지 않았던 장본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뭉개기용 위원장이 그의 역할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팽목항 방문 연기 등 초반부터 삐걱이는 국조특위의 모든 원인은 자격미달 심 위원장에게 있음을 엄중히 밝힌다”고 비판했다.

장하나 새정련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 의원이 지난 3월 22일 국회 본회의 도중 스마트폰으로 누드사진을 감상하다 적발된 후 거짓 해명이 드러났던 기사를 링크하고 “심재철은 그냥 국회의원 사퇴가 답이다. 누드 검색 때랑 똑같다. 끝도 없는 거짓말" 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역시 이상규 세월호 대책위원회 위원장 이름으로 논평을 내놓고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에는 마음이 없고 세월호 참사의 문제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까봐 뒤로 미뤄놓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2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국조 특위 소속 야당 의원 9인(김현미, 우원식, 김광진, 김현, 박민수, 최민희, 부좌현, 민홍철, 정진후)은 △참사관련 성역 없는 철저한 진실규명과 진상조사 실시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 △현재 실종자 16인의 신속한 구조를 핵심으로 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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