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주민’은 분리된 별개가 아니다”

노동당 후보로 서울 관악구 의원 재선에 나선 나경채 후보

  지난 30일 금요일 오후 나경채 노동당 관악구의원 후보가 신림1교 삼거리에서 조그만 스피커를 들고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완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유세를 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울산도 아닌 서울에서 구의원에 다시 도전하는 좌파 정당 노동당 후보에게 지방선거는 쉽지 않다. TV나 뉴스에 잘 나오지 않는 소규모 정당인데다 거의 무관심 선거인 구의원 후보라 주민들의 관심도 많지 않다. 같은 정당의 몇몇 톡톡 튀는 젊은 후보들은 그나마 이색 후보로 여기저기 언론에 소개 됐지만 그마저도 없다.

그런데도 나경채 관악구 구의원 기호4번 후보(관악구 사선거구 서원 신원 서림동)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을 거쳐 노동당 후보로 지역정치 재선에 도전했다. 두 명을 뽑은 관악구 구의원 후보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0년엔 진보신당 후보로 나서 2등으로 구의원에 당선됐다. 이번엔 1등이 목표다.

따라서 나경채 후보에게 노동당이란 이름으로 구의회 재선에 도전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나경채 후보는 초선 구의원이던 지난 4년 동안 전통적으로 노동·사회운동이 우리사회에 제기했던 문제들이 지역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주목해 왔다.

정리해고 문제나 민영화, 환경파괴 문제 같은 중앙정치의 큰 이슈가 동네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지켜봤고 주민들이 이런 의제가 자신의 문제임을 알게 하는데 노력을 쏟아왔다. 그게 진보정치가 생활 속에 살아남는 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주민’은 분리된 별개가 아니다”

지난 30일 금요일 오후 나 후보가 신림1교 삼거리에서 조그만 스피커를 들고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한 유세 내용도 중앙정치 핵심 이슈인 ‘규제완화’ 문제였다.

나경채 후보는 유세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선거”라며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가 경험했듯이 수 백 명의 생명을 한꺼번에 앗아 갈수도 있는 대형참사가 가능한 사회적 원인은 수 십 년 동안 진행됐던 규제완화 였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돈벌이에는 한없이 자비롭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비참한 규제완화를 우리사회가 반성하고 중단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하겠다고 했던 규제완화를 변함없이 지속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경채 후보는 관악구내에서 벌어진 501, 504번 버스회사 한남운수의 정비노동자 축소를 통한 규제완화 문제를 이어갔다. 또 관악구청장 책임이 있는 외주 정화조 청소업체의 유령직원 임금 횡령 문제 역시 기업을 위한 규제완화가 주민의 세금을 횡령하는 것을 눈감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현 관악구청장의 규제완화를 위한 환경미화 업무 민간위탁 시도를 막기 위한 자신의 노력도 소개했다.

나 후보는 “4년 전 주민들은 새누리당이냐 민주당이냐를 보고 뽑은 게 아니라 오직 주민들의 편에 서는가를 보고 뽑으셨다”며 “관악구의회에서 가장 젊지만 가장 높은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주민 편에서 일해 왔으며 남들이 서울시장이나 대통령 옆에 서서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할 때 저는 주민 옆에서 눈높이를 맞추며 귀를 기울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또 “다시 4년 동안 구의회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며 “집 없는 서민들, 영세자영업자. 노점상, 비정규직 노동자 편에서 다시 일할 기회를 달라. 도림천과 도림천 생명의 편에서 일할 기회를 다시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동자의 권익이나 노동조건 같은 운동진영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재선의 가장 큰 의미라고 봤다.

이날 유세엔 신림역 주변 노점상 20여명도 함께 했다. 지지유세에 나선 노점상 박준호씨는 “선거 때 마다 많은 후보들이 노점상을 찾아 오뎅을 먹고 악수를 하고 가지만 정작 선거가 끝나면 아무도 우리를 돌보지 않았다”며 “그래서 선거는 우리와 아무 연관이 없다 생각했지만 나경채 의원을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 나경채 후보는 4년 동안 한결 같았다.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노점상과 노동자, 세입자들 같은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왔다. 더 많은 지역의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4번 나경채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노동당, 진보정당 간 여러 과제를 푸는 핵심역할”

나 후보에게 의정활동은 구의원 한 명의 뛰어난 활동의 결과로 무엇을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지역에 있는 회사에 해고문제가 발생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저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줘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 나 혼자 내 소신껏 행동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쟤는 그냥 데모하는 애’가 돼버릴 것이다. 동네의 해고노동자 문제가 왜 우리와 관련이 있는지를 계속 말하려고 노력했고, ‘노동자’와 ‘주민’이라는 것이 완전히 분리된 별개가 아니란 것을 지난 4년 동안 우리 동네에서 검증하려고 노력해왔다. 제 입장에서 구의원에 재선이 되고 싶다는 것은 그런 활동방식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검증받고 싶다 것과 같다”

이런 활동 방식은 관악구청 환경미화업무 민간위탁 반대에서도 나타났다. 구청이 노동자 임금 문제를 들고 나왔지만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에 따른 숙련노동자 이탈 문제로 인한 청소서비스 문제로 주민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민간위탁 반대를 위한 새정치연합 지도부 항의 면담도 나섰다. 결국 민영화 시도는 철회됐다.

이렇게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통합진보당 비례경선 부정 사태로 인한 진보정치 선입견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예비 선거운동 기간인 3월 한 달 동안 거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문제를 설명하고 다녀야 했다”며 “진보당과의 관계문제부터 해명하지 않으면 정책이 뭐든 아예 돌아보지도 않았다. 남의 당이 친 사고를 3월 한 달 동안 내가 해명하거나 입장을 요구받을 정도로 진보당 사건은 진보에 대한 안 좋은 편견과 선입관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보정치인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더욱 어려워졌다. 당장 주민들 사이에서는 “진보정당이 하는 말이 옳을 수는 있지만 성장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 당신을 찍어주는 건 결과적으로 사표가 아니냐”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그런데도 그가 노동당에 남아 있는 이유는 노동당이 진보정치의 여러 과제를 푸는데 있어 핵심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의 당 내부가 운영되는 행태를 봤을 때, 둘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고 거기에서 소신이나 기존의 상식하고는 약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는 애초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정당이지만 진보정당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할 수밖에 없고, 지금으로써는 노동당이 진보정당 간의 여러 과제를 푸는데 있어 핵심”이라고 했다.

또 “진보정당이 결집해서 통합정당을 만들던, 길게 봐서 한국사회 좌파정당을 성장시키는 견인차로 삼던 뭘 하던지 노동당은 우리사회 전체 진보진영의 주인공 중 하나로 본다”며 “노동당이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고 그런 노동당의 행보에 저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경채 후보는 또 지방선거 이후 진보정당들의 긴밀한 협력과 연대방안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진보진영은 더 이상 희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 했다. 실제 진보정당간 긴밀한 협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일정 이뤄지고 있었다.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로 지지 후보를 선정하고 지지활동을 벌였다. 관악구에선 녹색당과 정의당이 나경채 후보를 자당의 지지후보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노회찬 정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저녁 유세를 지원하기도 했다.

노회찬 위원장은 지지 유세에서 “나경채 후보는 지난 4년 동안 관악구의회를 제대로 바꿀 수 있는 귀중한 싹으로 평가를 받아왔다”며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될 때 또 다른 이놈으로 사람을 바꾸면 확실히 세상은 바뀐다. 제가 나경채 후보의 품질을 보증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노회찬 정의당 공동선대위 위원장이 녹색당, 정의당 관악구 지지후보로 선정된 나경채 후보 거리 유세에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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