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짝사랑으로 전락한 대구시장 선거

김부겸-권영진 ‘박근혜 활용한 현수막’, 송영우-이원준 “정책 대신 친박선거”

4지방선거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권영진,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저마다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당 이름을 떼고 나면 여당 내 시장 후보 경선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권영진, 김부겸 후보의 박 대통령과 관련한 현수막 [출처: 권영진 후보 캠프]

본선거 전부터 ‘야당시장 대박론’을 내세운 김부겸 후보는 ‘대통령과 협력하여 대구발전’이라는 문구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은 2008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기공식에 참석한 김 후보가 박 대통령과 귀속 말을 하면서 웃는 모습이다.

앞서 김 후보는 ‘박정희 컨벤션센터’ 공약과 함께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화해와 상생을 강조하며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권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제1야당 후보가 박근혜 마케팅에 나선 모습을 두고 다른 후보들은 저마다 비판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내 ‘비박’계로 알려져 ‘박근혜 마케팅’과 거리가 있었던 권영진 후보도 박근혜 마케팅 대열에 합류했다. 권 후보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에서 눈물 흘리는 사진과 ‘박근혜 대통령 대구가 지켜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게시했다.

권 후보는 6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세월호 참사’ 정국으로 박 대통령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지지도가 크게 하락하고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지경에 이르면서 대구에서는 박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며 “이런 와중에 야당후보가 입을 막고 웃는 모습의 거리현수막이 걸리면서 대구시민들을 불쾌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김부겸 후보의 현수막 마케팅을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송영우 후보는 1일 논평을 내고 “누리당과 새정치연합 가운데 여야가 누군지 구별조차 불가능한 선거운동에서 또다시 소외되는 것은 서민살림이며, 실종되는 것은 정책선거”라며 “양당의 후보들이 앞다투어 진짜 친박을 가려달라 애걸하는 풍경에서는 '변화와 혁신'도 '한번 바꿔보자'도 구호도 다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송 후보는 “청년에게 날개를 다는 청춘빌리지, 반값 공공산후조리원, 친환경무상급식, 초등학교 등하교길 교통쉼터 설치등으로 맘(mom) 편한 엄마들도 대구 건설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며 “‘박근혜를 지키자’, ‘박근혜와 대박’ 등 박박 터지는 선거 대신, 일복(일자리와 복지) 터지는 대구를 위해 끝까지 달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이원준 후보도 1일 성명을 내고 “두 후보의 박대통령 사랑이 참으로 눈물겹다”며 “ 후보에게 대구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고 박근혜 마케팅에 나선 김부겸, 권영진 후보를 비판했다.

이원준 후보는 “서울에서 내려온 두 정치인의 자신에 대한 짝사랑에 꼭 응답해주길 바란다. 곧 있을 전면적인 내각교체 때 이 두 분을 청와대로 불러주시라. 대통령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하겠는가”라며 “대구는 시민을 정말 사랑하고, 시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정의당과 이원준이 잘 지킬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두 후보는 박대통령을 잘 지키고, 무너진 정부를 다시 일으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들이 선거 막바지 ‘박근혜 마케팅’에 적극 나선 제1야당 후보에 표를 던질지도 미지수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대구 유권자 80.14%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19.53%는 당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 문 후보의 득표는 당시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후보가 사퇴한 가운데 만들어진 1:1구도에서 나온 수치였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김범일 후보가 72.92%를 득표했고, 민주당 이승천 후보가 16.86%, 진보신당 조명래 후보가 10.20%를 득표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김범일 후보가 70.15%, 열린우리당 이재용 후보가 21.08%, 민주노동당 이연재 후보가 3.91%를 득표했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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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지방선거 ,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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