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오후, 직선제 득표결과에 따른 마지막 잠정집계를 발표했다. 최대 투표지역인 서울과 경기지역의 경우 아직 개표결과 집계가 진행 중이어서 이번 잠정집계 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 경기지역 개표 집계가 마무리되더라도 결선투표 진출 후보조가 확정적인 상태여서 선관위는 이날 기호2번 한상균 후보조와 기호4번 전재환 후보조에 대한 결선투표 공고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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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잠정집계 결과 발표
전재환 34.2%로 1위, 한상균 32.5% 2위로 결선투표 진행
현재까지 잠정집계된 총 투표자 수는 37만 5,161명이다. 현장투표 잠정집계 결과에 따르면, 기호 2번 한상균(위원장)-이영주(사무총장)-최종진(수석부위원장) 후보조와 기호 4번 전재환(위원장)-나순자(사무총장)-윤택근(수석부위원장) 후보조가 득표율에서 동률을 기록했다. 한상균 후보조는 총 11만 3,005표를, 전재환 후보조는 11만 2,682표를 얻어 각각 33.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양 후보조는 불과 323표의 근소한 표차이로 박빙의 승부를 이어갔다.
현장투표 집계에 우편투표, ARS투표 집계를 반영할 경우, 전재환 후보조가 총 34.2%의 득표율(13만 2,339표)로 1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한상균 후보가 32.5%의 득표율(12만 5,898표)을 얻어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20.5%의 득표율(7만 9,192표)을 얻은 기호1번 정용건(위원장)-이재웅(사무총장)-반명자(수석부위원장) 후보조이며, 4위는 9.7%의 득표율(3만 7,732표)를 기록한 허영구(위원장)-신현창(사무총장)-김태인(수석부위원장) 후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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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보면, 한상균 후보조는 강원(득표율,56.9%)지역과 대구(46.0%), 대전(37.0%), 충남(46.7%), 충북(32.7%) 등에서 강세를 보였다. 전재환 후보조는 경남(45.6%)과 광주(57.1%), 부산(62.0%), 인천(39.6%) 등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울산 지역의 경우 양 후보조가 박빙을 펼친 가운데 한상균 후보조(34.1%)가 전재환 후보조(33.8%)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본선 투표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득표 1, 2위 후보조인 한상균-전재환 후보조가 결선투표에 진출하게 된다. 선거운동기간은 12월 11일부터 16까지 6일 간이며, 결선투표는 오는 12월 17일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다. 개표는 23일 오후 6시 이후에 실시된다. 선관위는 오는 11일 중으로 서울, 경기지역의 개표결과가 반영된 최종 집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9일 오후 6시 민주노총 임원직선제 투표를 종료했으며, 잠정 투표율이 50% 이상으로 집계되면서 오후 7시 20분 경부터 개표작업을 시작했다. 개표작업은 전국 16개 지역본부별로 이뤄졌고,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중간개표 진행 상황을 공지했다.
현장투표 개표 상황에서 기호 2번 한상균 후보조는 기호 4번 전재환 후보조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며 줄곧 선두를 유지해 왔다. 새벽 5시 30분 경부터는 한상균-전재환 후보조가 불과 70여 표의 근소한 차이로 득표율에서 동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ARS투표 집계 결과에서는 전재환 후보조가 39.2%(1만 9,606표)의 득표율로 1위를, 한상균 후보조가 25.6%(1만 2,796표)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다. 우편투표에서는 한상균 후보조가 46.4%(97표)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으며, 전재환 후보조는 24.4%(51표)의 득표율로 2위에 올랐다.
정파연합 선본 VS 좌파그룹 독자 선본 박빙 대결 구도
무려 67만 명의 조합원이 직접 참여하는 첫 직선제인 만큼 선거 과정에서도 결과 예측이 쉽지 않았다. 통상 간선제의 관례에 따라 정파연합 후보를 구성한 후보조가 최다 득표를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다수였다. 하지만 투표 결과를 보면, 현장투표 개표 초반부터 좌파그룹 일부의 독자출마 후보가 정파연합 후보조보다 득표율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등 이변이 발생했다.
결선투표 티켓을 쥐게 된 기호 4번 전재환 후보조는 정파 연합 선본을 꾸린 팀이다. 민주노총 최대 정파인 전국회의와 중앙파, 국민파 일부가 후보단일화를 거쳐 연합선본을 구성했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지도부를 줄곧 배출해 왔던 정파들인 만큼 기호 4번 선본은 선거운동과정에서도 스스로를 ‘준비된 통합지도부’라고 내세웠다.
민주노총 내 대의원 지분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까닭에 간선제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당선이 유력한 후보조다. 이번 직선제 선거과정에서도 전재환 후보조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가장 유력한 당선후보로 꼽혀 왔다. 일각에서는 전재환 후보조가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0%를 넘겨 과반득표로 당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전재환 후보조와 결선투표에서 맞붙게 될 후보조는 기호 2번 한상균 후보조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와 노혁추, 노동자연대, 노동전선 등의 통상 좌파그룹이 독자적으로 꾸린 선본이다. 이들은 전국회의와 중앙파, 국민파 등 정파들의 후보단일화 논의가 직선제 취지에 맞지 않다며 참여를 거부하고 일찌감치 독자출마를 준비해 왔다.
이들은 쌍용차 옥쇄파업 당시 쌍용차지부장을 역임했던 한상균 전 지부장을 위원장 후보로 추대하며, 대중성을 꾀했다. 좌파그룹 일부가 연합해 꾸린 선본인 만큼 정파연합 후보조와 비교해 선명성이 두드러졌다. 때문에 연합전선을 구축한 전국회의-중앙파-국민파와 대결 구도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상균 예상 외 득표율...‘박근혜 전면전 총파업’ 요구 반영됐나
한상균-전재환 후보조가 1차 투표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인 것은 조합원 내부에서 향후 민주노총 투쟁 방향 및 전술에 대한 상당한 이견차이가 있음을 반증한 것으로 보인다. ‘무정파’를 표방했던 정용건 선본이 20%대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한 것 역시 이번 선거가 기존의 ‘정파영향력’에 따르기보다는 선본의 정책이나 활동 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과정에서의 정책 공약과 다수의 토론회 등을 살펴보면, 결선투표에 진출한 한상균 후보조와 전재환 후보조는 정책공약과 투쟁 전술 등에서 뚜렷한 이견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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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2번 한상균 후보조는 내년 2015년을 대정부투쟁 기간으로 상정하고, 총파업에 돌입해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에 나서겠다고 밝혀 왔다. 주요 공약도 ‘2015년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이다. 반면 전재환 후보조는 아직 내부 투쟁 역량이 확보되지 못한 만큼 내년 준비기를 거쳐 총, 대선이 배치된 2016~2017년 준비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혀 왔다. 양 후보조는 진보대통합 문제와 관련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재환 후보는 ‘진보대통합’을 제시하고 있고, 한상균 후보는 자기반성 없는 진보대통합은 또 다른 실패를 낳을 것이라며 맞서왔다.
때문에 한상균 선본 측은 이번 1차 개표 결과가 현장의 투쟁 요구를 반영한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상균 선본 측 관계자는 “이변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현장에 거센 바람이 불었다는 것을 느꼈다. 전재환 후보조가 다소 앞설 수 있다는 예측을 해 왔으나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는 것을 보며 놀랐고, 이 바람이 결선에서도 이어진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후보들의 결의가 높고 인물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현장 조합원들의 고통스러움과 박근혜 정권에 대한 투쟁 의지를 반영한 결과라고 본다. 이를 겸허히 받아 안고 결선에서도 박근혜 정권과 맞선 총파업 투쟁 기조로 조합원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재환 선본 측 관계자는 “처음 치러지는 전국 선거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통합후보를 꾸린 만큼 결선에 갈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며 “지역별로 전재환-한상균 후보조의 지지도가 다르게 나타났고 울산 같은 경우 총 득표율에서는 한상균 선본이 다소 앞섰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한상균 후보조가 선전한 것이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사실 이번 선거도 정파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다. 아직까지 후보들에 대한 조합원들의 변별력이 거의 없다고 본다. 결선투표는 과반투표제가 아니기 때문에 투표율 하락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최종 낙선한 기호 1번 정용건 선본과 기호 3번 허영구 선본의 선전도 눈에 띈다. 정용건 선본의 경우 중앙파 및 국민파 일부와 함께 출마 논의를 진행해 오다 중앙파가 전국회의와 연합지도부를 추대하면서 독자 출마에 나선 케이스다. ‘무정파’를 표방하며 ‘사회연대전략’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ARS투표에서는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기호 3번 허영구 후보조는 좌파노동자회에서 추대한 후보들로, 민주노총 혁신 방안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타 정파조직과 비교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번 선거에서 3만 7,732표를 얻으며 9.7%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번 직선제를 통해 안팎에서 제기됐던 투표율 미달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내부 조직력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게 됐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과반투표에 대한 우려를 씻고,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조합원의 역량을 확인했다”며 “최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악에 맞서 민주노총의 투쟁 동력과 투쟁 가능성을 모두 확인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