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니 혁명군, IS 격퇴 “암흑에 맞선 혁명의 승리”

쿠르드 로자바 혁명, 지역위원회에 기초한 권력 구성...민족, 언어, 성적 평등 강조

이슬람국가(IS)가 처음으로 코바니에서의 패배를 인정하면서 혼란 속으로 치달아 왔던 중동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우세한 쿠르드 사회주의정당은 “정의로운 저항은 격퇴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IS가 31일(현지시각) 시리아의 전략적 요충지 코바니에서 패배를 인정했다. IS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4달 동안 시리아 북부 쿠르드자치인 코바니를 공격해 한때 코바니 일부와 인근 300여 마을을 장악했었다. 이에 맞서 코바니의 쿠르드인민방위군(YGP)과 쿠르드여성방위군(YPJ)이 코바니를 지켰으며 이들 편에서 이라크 쿠르드 민병대 페슈메르와 함께 외국에서 자원군도 합세했다. 미국 주도의 군사연합도 일부 공습을 지원했다.

[출처: 로어매그]

134일 간의 치열한 교전과 희생 끝에 IS가 물러나자 코바니 전투군은 이를 역사적인 승리라며 환호했다.

<융에벨트>에 의하면, 이번 전투를 이끈 쿠르드인민방위군(YGP) 사령관은 “암흑에 대한 자유의 승리”라고 IS에 대한 승리의 의미를 기록했다. 쿠르드 사회주의정당 민주동맹당(PYD)의 공동의장 아시아 압둘라도 “정의로운 저항은 격퇴될 수 없다”며 “코바니의 저항은 IS가 무적이라는 신화를 종국에는 깨뜨렸다”고 말했다.

1930년대 스페인내전 당시 ‘국제여단’을 모델로 코바니 지원군을 준비해왔던 터키 맑스레닌주의공산당(MLKP)은 “로자바(Rojava, 쿠르드 자치지구) 혁명은 중동, 터키와 북쿠르디스탄을 위한 희망의 새로운 불빛”이라고 환영했다.

쿠르드 편에서 IS에 맞섰던 자유시리아군(FSA)의 사령관 에부 이사는 “코바니의 승리는 쿠르드, 아랍과 다른 민족의 단결을 통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코바니는 쿠르드인들이 ‘로자바’라고 부르는 시리아 북부 자치지역 3개 중 가장 작은 곳이다. 쿠르드인들은 시리아 내전에 이어 2012년 7월 이 지역 일대를 장악하고 ‘로자바 혁명’에 나서 자치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의 다수는 쿠르드족이지만, 아랍인, 투르크인과 아르메니아인들도 함께 살아온 지역이다. 다수가 무슬림이지만 기독교인과 무신론자, 소수종교인들도 많다.

이 지역 대표 정치 세력인 PYD는 터키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대해 왔다. 1978년 맑스레닌주의를 기초로 결성된 PKK는 1990년대 후반 ‘민주적 연방제’라는 사회 모델을 주창해 왔으며, 시리아 쿠르드인들은 이에 기초해 로자바에서 사회적인 실험을 진행해왔다.

‘민주적 연방제’는 지역 공동체가 권력을 지니도록 하고 민족-언어적 집단 간 평등과 대표성을 보장한다. 종교는 국가와 분리돼 있으며 특히 여성의 해방이 강조된다. 여성은 모든 의사 결정 기관에 최소 40% 이상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군대를 포함해 모든 영역에서는 독립적 여성 조직을 두어야 한다. 또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아니라 협동적이며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경제적 모델로 삼고 있다.

[출처: 가디언 화면캡처 재편집]

코바니 쿠르드 자치, “혁명적, 좌파적 프로젝트”

서구 언론은 IS의 코바니 패배에 대해 미국이 주도한 공습의 승리로 보도하면서 서방 군사 전략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진보, 좌파 언론은 IS에 맞선 승리일 뿐 아니라 자본주의, 권위주의와 가부장제에 맞서 대안을 일궈온 사회의 승리라고 환영하고 있다.

호주 사회주의 주간지 <그린레프트위클리>는 29일 “혁명군이 IS를 격퇴시키고 코바니를 해방했다”며 “쿠르드의 성공은 미국이 어떻게 하면 IS에 이길 수 있는지에 관한 사례가 아니라 원칙에 기초한 정치 집단의 투쟁이 어떻게 효과적일 수 있는지에 관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영국 인터넷 좌파언론 <로어매그>는 “코바니의 해방은 군사 전략적으로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파시즘에 맞선 다원주의, 억압에 맞선 자유, 권위주의에 대한 민주주의의 상징적 승리”라고 지적했다.

현재 IS는 대부분 물러났지만 위험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압둘라 PYD 공동의장은 “IS는 쿠르드 자치지역에 대한 추가 공격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추가적인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많게는 이 지역의 80% 이상이 파괴돼 거의 모두 다시 건설돼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4달 간의 전투 중 코바니 측에서는 425명이 목숨을 잃었다. IS 측에서 이 수는 1000-3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측 모두 자살 폭탄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 때문에 YPG와 YPJ는 37명이, IS 측에서는 700명 이상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