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다시 만들면서 오른쪽으로 뛰어간 진보정당

[쿠오바디스 진보정치](4) 경제강령을 통해 본 진보정당의 변천

2016년 총선, 가깝게는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다시 진보통합, 선거연합, 후보단일화 등등의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진보정당은 선거연대는 물론이고 당 자체의 분열과 통합을 반복하고 합종연횡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진보정당의 통합과 분열 속에서 당 강령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강령은 당 구성원들의 정치적 지향이자 목표일뿐만 아니라, 당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시대인식, 그리고 이로부터 도출되는 당 운동의 과제와 실현경로를 담고 있다. 여러 세력들이 다양하게 구성되면서 무지개 색으로 더 화려해졌을까? 아니면 여러 비빔밥이 섞이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잡탕밥이 되었을까?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진보정당의 강령은 매우 분명한 하나의 궤적만을 그려왔다.

지난 15년 간 명멸해 갔던 진보정당의 경제 강령을 살펴보면서 당의 정치적 목표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강령은 여러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경제 관련 강령은 당의 정체성과 정치적 목표를 보다 분명히 드러내 준다. 이는 진보정당의 역사를 되새겨 보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먼저 진보정당 운동에서 가장 큰 성과물로 기억되는 민주노동당의 강령을 살펴보자.

“...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는 민주적 경제체제 수립... 민주적 경제체제는 소유의 사회화와 사회적 조절을 다양한 소유와 시장적 조절보다 우위에 둠으로써 자본주의적 모순을 해결한다. 그리고 직접 생산자와 생산 대중이 경제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을 보장한다. 사회적 소유는 국가적 소유, 공공적 소유, 협동조합 소유, 민주적 참여기업 등을 포괄한다... 사회적 조절은 독점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소득의 재분배, 자원배분 등을 실시해 사적 자본이 아닌,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다수 국민의 요구에 따라서 수행되는 것을 말한다...(후략)” -민주노동당 강령 중에서

시대인식으로서 자본주의 모순을 지적하고 대안으로서 민주적 경제체제 수립을 밝히고 있다. 그 체제의 핵심적인 형식과 내용은 “소유의 사회화와 사회적 조절”이다. 소유구조의 형태로서 “국가, 공공, 협동조합, 민주적 참여기업” 등을 포괄하고 있고, 독점자본을 억제하여 노동자 중심의 분배와 자원배분을 수행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것을 가장 걸림돌인 재벌을 해체하기 위해 “총수 일족들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을 공적 기금으로 강제 유상 환수”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또한 재벌 지배 대기업 가운데 공공성이 높은 부문인 통신, 운수, 병원, 학교 등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으로 전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재벌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소유권에 대해서 차등적으로 제약을 부과하도록 한다. 특히 토지나 건물 등에 대한 사적소유가 자본주의적 투기성과 기생성을 야기하는 바, 농지와 소규모 생활 터전용 소유지를 제외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는 국공유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음으로 국민경제의 재생산에 있어 시장을 활용하되 “민주적, 사회적 조절”을 우위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경제를 기획하고 사회적으로 조절하는 경제정책위원회” 창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노동자, 농민 등 민중의 대표를 중심으로 하고 정부와 기업 경영자 대표가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경제 전체의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자원의 배분과 소득의 분배가 효율성과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시장을 감시,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자주적이고 평등한 대외경제관계를 확립하기 위해 “투기적 자본이동을 통제하고 불평등한 대외경제관계를 조장하는 WTO 체제를 수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독점이윤을 비판”하면서 인류 공영의 지식이 상품화되어 자본의 사유재산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정리해보면, 민주노동당의 강령 수준은 사회화 전략을 자신의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이것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경로를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소유의 사회화를 통한 국가의 경제개입과 통제, 경제종속에 대한 경계와 경제주권 수호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런 민주노동당은 한때 지지율 13%에 이르는 제3당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내부 정치 분파 간 갈등이 쌓이고, 특히 북한에 대한 태도와 지도부 경선에 드러나는 부정시비로 화해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러다 2007년 대선참패 이후 당내 쇄신논쟁에서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폭발하면서, 결국 민주노동당은 2008년에 분당하기에 이른다.

분당 후 새롭게 건설된 진보신당 연대회의는 2009년 3월 29일 2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강령을 채택했다. 이 강령은 42개 테제로 제시되어 있는데, 주요 경제강령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8>위기에 빠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넘어 경제 활동의 전 영역에 다수 대중의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새로운 경제 체제를 향해 나아간다. 9>재벌 지배 구조를 해체하여 대기업의 소유, 지배 구조를 전환하고 중소기업을 보호, 지원하며 협동조합 등 대안 기업을 중심으로 풀뿌리 경제를 활성화한다. 10>공공부문 사유화를 중단하고 기간산업과 공공재, 사회 서비스를 중심으로 공공부문을 확대하며 그 경영을 민주화한다. 11>은행 국유화를 통해 금융 기관의 소유, 지배구조에서 공공성을 강화하고 금융 활동 전반을 사회적으로 통제하여 금융 자본을 사회 전체의 자산으로 환원시킨다...(후략)” -진보신당 강령 중에서

기본적으로 민주노동당의 경제강령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나, 재벌의 소유와 지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약간 모호하게 표현되고 있다. 국가적 기간산업 차원에서 재벌의 소유문제에 개입하는 것과 노동자 경영관리 및 사회적 대안기업과의 연결 관계가 자세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한편 금융위기 직후라서 그런지 금산분리나 은행 국유화 등의 금융 자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눈에 띠는 대목이다.

통합진보당

다음으로 2012년 진보재편의 결과로 만들어진 통합진보당의 강령을 보자.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일부 및 국민참여당이 합류하여 창당했다.

“...10>토빈세 도입 등을 통해 국제 투기 독점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불평등한 경제협정을 개정 폐지하며, 내수 주도형 경제체제를 강화하여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의 폐해를 극복한다. 통상정책은 자국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중심으로 국가 간 상호 호혜적인 공정무역의 형태로 전환한다. 11> 물 전력 가스 교육 통신 금융 등 국가 기간산업 및 사회 서비스의 민영화 추진을 중단하고, 국공유화 등 사회적 개입을 강화해 생산수단의 소유구조를 다원화하며 공공성을 강화한다. 또한 공공부문은 경영 민주화, 투명화를 통해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한다. 12>재벌의 소유 경영의 독점 해소 등을 통해 독점재벌 중심 경제 체제를 해체하고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 근절, 대형 유통점 규제 등을 통해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 육성함으로서, 경제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내수 중소기업 주도형 경제체제를 강화한다. 13>협동조합,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 사회적 기업 등 대안적 소유 지배 구조를 갖춘 중소기업을 육성하여 풀뿌리 경제를 활성화하고, 중소기업 서민 전담 금융기관을 설립해 중소기업과 서민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금융접근성을 확대한다. (후략)... -통합진보당 강령 중에서

통합진보당이 건설되기 직전인 2011년 민주노동당 강령이 먼저 수정된다. 기존 강령에서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해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민중이 참 주인이 되는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건설 할 것’이라고 바꿨다. 민주노동당 강령을 토대로 작성되었다는 통합진보당 강령은 “우리나라와 세계 진보 운동의 이상과 역사적 성과를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는 새로운 대안 사회를 지향하는 진보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진보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하는 것으로 정치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진보신당과 마찬가지로 재벌의 독점체제를 해체하고 대안적 소유 지배 구조를 갖춘 중소기업을 육성하여 풀뿌리 경제를 가꾸자는 데 많은 설명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한미 FTA 반대투쟁이라는 중요한 정세를 반영하기도 하고 통합진보당 내부 구성을 반영해서 ‘불평등한 경제협정을 개정 및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내수 주도형 경제체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 주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중소상공인 보호, 골목상권 보호, 불공정 거래 척결 등의 대기업에 대한 규제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내수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대상과 전략적 방향성에 대해선 경제민주화라는 말로만 표현되고 있다. 그리고 진보신당과 마찬가지로 그 실현방법으로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의 풀뿌리 경제 활성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통합진보당의 강령에서 확인되는 바, 공통적으로 재벌의 독점체제를 비판하고 다양한 사회적 소유형태로 전환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벌 소유의 사회화에 대한 대안에서 국가의 역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축소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민주노동당은 명시적으로 국가적 소유를 적시하고 그 재벌체제를 해체할 수 있는 주체로서 국가의 개입을 강조했다. 재벌총수일가에 대한 유상몰수나 재벌기업들의 공기업 전환, 토지국유화와 소유권에 대한 차등적 제약 등은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으로서 국가의 역할을 매우 강조했다.

그러나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을 거치면서 점점 국가는 뒤로 빠진 채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이 경제체제의 중요한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이 대안 경제체제 수립을 위해 사회적 조절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으로 경제정책위원회를 제시했던 것과 달리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 모두 풀뿌리경제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끝을 맺고 있다. 대기업의 과도한 경제 집중 해소와 다양한 소유형태의 중소기업 육성을 제시하지만, 정말 중요한 그 이행의 연결고리에 대해선 별로 눈에 띠는 발전은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모호해졌다.

이렇게 분화된 진보정당운동은 다시 통합진보당의 분열과 강제해산으로 더욱 복잡해졌다. 2012년 총선 비례대표 선출 부정 시비논란을 거치면서 통합진보당 창당에 결합했던 진보신당 탈당세력들과 참여당계열 등의 세력들이 통합진보당을 나와 정의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진보재편에 합류하지 않았던 진보신당의 나머지 세력들과 사회당은 진보신당 이름으로 선 합당한 후, 2013년 6월 노동당으로 당명을 개정하였다. 이제 마지막으로 정의당과 노동당에 대한 경제강령을 살펴보자.

노동당과 정의당

노동당의 경제강령은 다음과 같다.

“...주요 생산수단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사회적으로 소유, 운영한다. 우리는 국가사회주의의 폐해를 넘어서기 위해 생산 및 소비 주체들의 자주적 결정과 협력을 실현할 것이다. 경쟁과 이윤 추구가 아닌 협동과 연대, 민중의 필요와 생태적 지속가능성, 국제 호혜의 원리에 따라 시장을 사회의 통제 아래 둔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넘어 경제 활동의 전 영역에 다수 대중의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확대하며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탈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전환한다... 보편적 복지, 평생 복지, 공공복지, 민중 참여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복지를 원칙으로 사회복지를 확대하고, 모든 시민에게 교육, 의료, 주거 등을 기본권으로 보장한다...(후략)” -노동당 강령 중에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노동당의 경제강령은 구체적인 설명이 나와 있지 않고 다소간 전략적인 테제들로만 모호하게 구성되어 있다. 가령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와 운영에 대해서 그 주체와 방향성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고, 이를 민주주의 확대와 생태적 지속가능성으로 채우고 있다. 이 역시 매우 가치 지향적인 표현이다. 또한 국가사회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자주적 결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주적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상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복지문제에 대해선 그 형태와 대상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으로 자세히 강조하고 있다.

한편, 정의당은 강령 제목에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명시하고 있다.

“...2> 한국 자본주의 민주적 개혁과 대안 경제 체제 : ... 투기자본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금융의 공공성을 높여갈 것이다. 불평등한 경제 협정을 개정・폐지하고... 노동자와 협력 기업, 소비자와 지역 주민이 다양한 수준과 방식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 실정에 맞는 공동 결정 제도를 도입해 기업 경영을 민주화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해 갈 것이다... 재벌의 소유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고... 재벌의 무분별한 사업 영역 확장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징벌 제도를 강화할 것이다. 중소 자영업자의 상권과 업종을 철저히 보호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약탈적 행위를 차단하며,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할 것이다... 우리는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해 모두를 위한 경제 성장을 이룰 것이다... 우리는 식량 주권을 지키고... 농어업, 농어촌에 대한 장기 계획과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새롭고 젊은 농어민을 육성하며 농어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농어촌을 생태 협동 사회로 만들어 갈 것이다... 필수적인 식량・에너지・문화・교육・복지・의료・안전은 물론 전파와 정보통신망 등 공공의 재화와 서비스... 이러한 공공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공정하게 분배할 것이다...시장과 국가가 맡기 어렵거나 적절치 않은 경제 영역은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가 담당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경제의 영역을 시장경제가 담당하는 영역으로까지 점차 확산할 것이다... 사적 소유, 공적 소유, 사회적 소유가 균형을 이루게 할 것이다...새로운 상생의 경제 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후략)” -정의당 강령 중에서

정의당 경제강령의 핵심은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정치적인 목표로는 복지국가를 제시하고 있다. 정의당 강령에서 대표적으로 눈에 띠는 변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중소기업 육성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재벌체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법에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 육성 차원에서 다룬다. 사실상 국가의 개입 수준은 질서유지자의 역할로 머문다. 다만 농어촌을 생태 협동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이를 국가 기간산업으로 격상시켜 전략적 투자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케인스주의적 자본성장 전략인 ‘소득주도 성장론’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 영역 확대를 통한 상생의 경제 체제를 강조하고 있다.

사회화에서 경제민주화로, 민주적 사회주의에서 복지국가로

민주노동당과 (시간상으로) 대척점에 있는 정의당의 강령은 지난 15년의 시간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민주노동당 강령에서 밝힌 사회화 전략은 사실상 퇴장되었고, 정의당에 이르러 자본성장 전략과 이에 기반한 상생발전으로 대체되었다. 이미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을 거치면서 사회화 전략은 매우 모호한 채 남아 있었는데, 이것이 이젠 새로운 자본 성장 전략으로 대체된 것이다.(물론 이것도 구체화되진 못했다. 소득분배를 강조하기 위해 이 성장론을 ‘정치적으로 차용’한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정의당이 밝힌 4월 재보선 선거 공약 서론을 보면 “인상된 최저임금은 소비를 통해 우리사회로 되돌아올 것”이라 주장하고 있어서 ‘소득주도 성장론’에 기반한 최저임금 인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4월 6일부터 3일간 정책엑스포를 통해 천명한 ‘소득주도 성장’ 노선과 동일한 입장이다.

사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강령과 정의당 강령을 비교해 보면 커다란 분별점을 찾긴 힘들다. 상생과 협력,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평등한 갑을관계 해소 등등을 보면 딱히 다른 지향을 갖는다고 말할 순 없다. 이처럼 정의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대안야당으로 주장하는 것과 달리 경제강령의 측면에서 보면 대동소이한 노선을 취하고 있다. 정의당 뿐 만 아니라 다른 진보정치세력들도 비슷한 입장에 놓여 있는데, 선거 시기마다 야권연대와 진보재편이라는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진보정당 세력이 가장 영향력이 컸었던 시기는 옛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등과 선명하게 분별 정립하여 자신의 독자성을 선명히 했었던 때였다. 이들과 점점 가까워질수록 진보정당의 힘은 쇠락해졌고 스스로 분열을 거듭했다. 그 분열은 노선의 차이보다 더 메우기 힘든 ‘무엇’ 때문인데, 그것이 진보정당의 쇠락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그 ‘무엇’은 그들의 행동지침의 근거가 되는 강령 속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15년 동안 진보정당의 강령은 수차례 수정됐지만 그 방향은 일관되게 흘렀다. 사회화에서 경제민주화로, 민주적 사회주의에서 복지국가로의 변화가 과거의 낡은 것에 대한 폐절과 현실의 적응과정인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론마저도 이미 100여 년 전 사민주의자들의 머릿속에 존재했던 고리짝 구상이다. 결코 새로울 것 없는 사민주의의 강령이 뒤늦게 유행하는 것도 정치적 배경과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지난 15년간 부지불식간에 선거승리가 지상목표가 된 진보정당운동에서 그럴 정도의 강령으로 후퇴한 것은 아닌지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15년 전과 지금의 상황이 결코 더 나아진 것이 없고, 해결된 것 또한 없기 때문이다.